사진학개론/LEICA

라이카M9, 인도여행에 관한 오해와 진실 #1

cultpd 2015. 1. 26. 06:38

라이카 M9을 들고 바라나시에 왔습니다.
인디아에 대해 잘 아는 후배가 니콘 D3S를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인도 사진 전시회까지 열었으니 그 친구를 믿어볼까 하다가
라이카 M9을 가져왔습니다.

처음엔 매우 후회했습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피사체들이 너무 많아 혼동스러웠습니다.
AF 카메라가 그리웠습니다.
마구 찍어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바라나시를 느끼면서,
M9을 가져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라나시는 M9을 많이 닮았습니다.






많은 블로거의 글을 보고 전 인도가 사실 무서웠습니다.
사기꾼 천지에 도둑이 극심하고 아이들에게 돈 주면 큰일나고
거리는 온통 똥과 냄새로 뒤범벅된 나라...
그것이 인도에 관한 묘사, 대부분이었습니다.


한시간째 사진 한장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ㅜㅜ
오늘은 일단 한가지만 언급해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안된다?


돈달라고 쫓아오고 한 아이에게 돈이나 초콜릿을 주었다가는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들어서 큰일난다고 하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요...








강가에 사는 자매.
언니는 빨래를 하고 있었고
동생은 근처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내가 신기한 듯,
나는 아이가 신기한 듯
서로 한참을 교감했습니다.

언니 역시 나를 바라보면 살짝 미소를 보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뭐라도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블로그에 나와있는 십계명과 같은 가르침 덕분에 
아무 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근데

며칠동안 그 아이의 미소가 제 맘에서 떠나질 않고
눈에 밟혔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250원 정도만 주면 
그 돈이 얼마나 큰 기쁨일텐데 저는 아이들이 쫓아오는걸 무서워하며
우리 입장에서 정한 룰을 철저히 지켰던 걸까요?

애들한테 돈 주면 버릇 나빠진다...
어쩌면 돈 주기 싫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멋진 말은 아닐까요?

전 아이들에게 초콜릿 선물이라도 줬어야합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연날리고 있는 골목 풍경은 흡사 
우리의 옛 모습을 보듯 정감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 제가 들어온 듯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나는 그들을, 그들은 나를 구경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귀찮게 돈을 달라, 
사진을 자기가 찍어보겠다며 따라 다녔습니다.

이게 바로 블로거들이 말한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골 아이들과의 시간을
어쩌면 우리는 한국에서의 눈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도에 서서 한국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한국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돈에 미친 거지들로 보일 수도 있고
무서운 테러범으로 보일 수도 있을겁니다.

"왜 모르는 사람을 따라와?"


하지만 인도의 눈으로 보면 그냥 이방인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초콜릿 기브미'하는 우리 아이들로 바라봐줄 수도 있을겁니다.








초콜릿을 한통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큰 통 25루피짜리 두개를 달라고 했는데 100루피랍니다.
25루피라고 써있지않냐고 했더니 두개에 60루피를 달랍니다.






눈에 보이는데도 외국인에게는 두배 정도 금액을 항상 요구했습니다.
제가 맘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괜찮아보였습니다.

계산해보니 천원정도 차이나는군요.

물론 뒤에 오는 외국인들을 위해 무조건 항의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말이 함부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동네 아주머니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라고 건넸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나오더군요 ^^

아이들은 계속 쫓아오면서 이거 찍어라, 저거 찍어라 이야기했습니다.
갓 태어난 송아지도 보여줬습니다.







아이들이 달려드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물론 처음엔 신기하다가 나중엔 짜증나고 피곤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무섭다고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인도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편안합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 무섭습니까?




 


물론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정신무장을 너무 해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일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도여행을 걱정하고 있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이국적인 문화와 환경이 무서워서 인도여행을 포기한다면
평생 느끼지 못할 많은 것이 인도에 있습니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LEICA M9, 28mm elmarit 4th, 50mm summilux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