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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가 부른 박근혜 각하의 뜻이 이상하다

cultpd 2015. 1. 27. 09:17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부를 때

각하라는 호칭을 열심히 붙여서 노인들은 즐거워하고

젊은이들은 분노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건 아니고 일부.







도대체 각하가 뭐길래 부르는 사람은 목숨걸고 부르고 싶어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토나온다고 말을 할까?


뭐 사실 각하라는 말은 써도 되고 안써도 되고 별 말도 아니다.

그건 맘대로 하고 

중요한 것은 각하에 담긴 배경,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

혹은 역사 속에서 떠오르는 인물, 

이런 느낌에서 보면 이승만 이후 박정희 때 가장 많이 썼던 단어이고

전두환 때까지 열심히 썼던 말이 각하다.


그러다보니 각하를 들으면 박정희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박정희가 동네 애들이 "박정희다, 박정희 간다"라고 말하는 거에 대해서

그냥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졌다"고 통탄했다는데

그 당시는 박정희가 눈빛만 보내도 뭔 답을 해야하는 시대였기에

각하라는 이름을 반드시 붙이라고 규정까지 나온거다.




이완구 후보자 측은 각하라는 말이 그동안 별문제 없이 계속 써온 호칭이라고 주장,

그 이유로 진보 진영의 이희호 여사도 오바마 대통령 노벨상 수상 당시 

축하서신을 보내면서 각하라는 단어를 썼고, 

노무현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 방한 때 '각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 역대 국회의장들도 해외 정상에게 보내는 서신에 각하라고 부르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정상들을 보통 Excellency라고 부르는데, 이걸 번역하면 '각하' 정도 된다고 한다.

근데 이 뜻을 알고나 쓰는걸까?


jtbc 뉴스룸에서 재밌는 부분이 나온다.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온 이야기에

천자는 폐하, 왕은 전하, 세자는 저하, 대신을 각하라고 부른다고 씌여있다.






왕이 사는 곳을 '전'이라고 하는데

신하가 있는 곳은 그 밑에 '전하'라고 한다.

조선시대 각하의 경우 '판서 이하 고위공직자', 

그러니까 장관급 이하의 벼슬아치를 각하라고 했다.


그러니까 현재 각하라고 하는 것은 올리는 말이 아니라

거꾸로 내리는 말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통령을 총리급으로 부르는 의미.




사진출처 : JTBC 뉴스룸 캡처 


그런데 jtbc 뉴스룸 보도에서는 일본에 있는 '갓카'라는 말이

들어온 것이 아닐까라는 설도 제시했다.


일본에서는 '갓카'라고 해서 메이지 시대 일왕이 임명한 고위관료, 

특히 군 장성을 이렇게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때 부임한 총독들이 대부분 군 출신,

그래서 총독도 다 각하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니 임시정부에서도 각하라는 말은 쓰였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대통령뿐 아니라 부통령, 총리, 장관까지도 각하라고 불렀다고 한다.


헌데 일본에서도 이게 제국주의 시대에나 쓰던거고

갓카라는 말은 요즘에는 군부를 비꼬거나 비판할 때 쓰인다고 한다.

다만 외무성에서 외국의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갓카라는 말을 쓴다고.


아무튼 이것이 일제시대 잔재인지, 아니면 대통령을 판서 정도로 낮춰부르는 

잘못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두 가지 이유 모두다 논리나 어법에 맞지 않는데다가

과거 독재와 파쇼 정권에서 쓰던 단어라 불편한 이들이 많은데

굳이 각하, 각하, 갓카 이렇게 불러야겠나?

대를 잇는다는 느낌으로 각하라고 할 수도 있고

노인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각하라고 할 수도 있는데

웬만하면

정말 웬만하면 '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대통령님! 이 얼마나 멋진가?

아님 둘이있을 때는 누나, 선배, 이런 것도 괜찮고.

각하는 무슨 얼어 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