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DSLR 오두막으로 찍는 드라마 닥터챔프, 화질에 불만있다

cultpd 2010. 10. 14. 15:26

국내 최초로 드라마 전편을 캐논 DSLR 카메라 5D MARK II (일명 오두막)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챔프'가 그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고 계시는지...


캐논은 이 대단한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두막 5대와 70여종의 렌즈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렌즈가 그렇게 많았나?

혹시 50.8도 줬나???


아무튼 기대를 가지고 첫편을 시청했는데

제가 보기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진 출처 : SBS 홈페이지



사실 DSLR의 심도를 이용하여 가벼운 장비로 최상의 영상미를 줄 수 있는 메리트를

이미 독립영화, 뮤직비디오, CF까지 많은 부분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박진영, 조성모 등의 뮤직비디오에 일부, 혹은 전체가

DSLR로 찍혔고요.

인기 미드 <하우스> 시즌6의 마지막 에피소드도 이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지 않고

실제로 제작비 절감의 방향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해외의 감독들이 캐논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영상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껴서

이제 방송용 카메라는 필요없겠구나라고 느낄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해외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 작업에 어마 어마한 장비와 인력, 전문가들이 투입됩니다.

오히려 ENG카메라보다 더욱 작업 시간이 오래걸리고 조명과 각종 세팅이 어렵습니다.

제작비가 더 든다는 것입니다.



피사계 심도가 얕아서 배우에 집중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나온다라는 것은

사실 사진을 조금만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도 얕은 사진에 박수를 보내는 초보자 수준의 생각입니다.

영상미는 얕은 심도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팬포커스의 미쟝센과

조명예술, 그에 따른 노출 조작, 셔터스피드, 감도 조정, 소품활용, 동선 및 앵글, 화각 등등 수많은 요소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닥터챔프의 영상은 너무 심도가 얕습니다.

물론 풀프레임 오두막의 심도가 워낙 낮으니 그렇겠고

그것을 상당히 즐기니 또 그럴겁니다.



그런데...

처음엔 상당히 새롭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보다보면 지칩니다.

뮤직비디오는 짧게 강렬한 이미지를 주니까 상관없지만

드라마에서 계속 심도얕은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니까...ㅜㅜ

쉽게 얘기해서 배우의 뒷 배경이 다 포커스 아웃돼서 환상적으로 예쁘게 나오는데

드라마에서 현실감이 떨어지고 집중, 몰입에 저해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는겁니다.


이건 보는 사람도 힘들고 만드는 사람도 힘듭니다.

제가 느끼기엔 제작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느라 정말 고생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지금의 새로운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고 비전있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심도 얕은, 영화같은 영상을 추구하여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DSLR카메라로 찍으니 상당히 빠른 시간에 찍고 인력도 줄고, 전문 카메라맨이 꼭 필요없을 것 같고
이런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한마디로 제작비가 적게 들거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심도얕은 영상에 심도 얕은 내용 밖에 안나올거라는 얘깁니다.


방송계에 십여년 전쯤 6미리 카메라라는 것이 도입됐었습니다.

PD150...

곤조(?) 부리는 카메라맨이 이젠 필요없다는 생각에 피디들은 너도 나도

6mm카메라를 배우고 들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한 컷트가 사라져버렸습니다.

흔들리든, 어둡든, 불안정한 영상이든간에 재밌으면 되는 리얼리티 시대가 온 것이죠.


그 트렌드가 더욱 거세지면서

스튜디오 녹화에도 원래는 카메라 5대 내외였던 것이

6미리가 들어와서 20대 내외로 바뀌어버렸습니다.


피디의 빛나는 컷팅(디렉팅)은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좋은 커트를 잡기위한 피디의 땀방울보다는

수많은 테잎을 싱크 맞춰서 좋은걸 고르는 땀방울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변하니 제작 방식도 당연히 변화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느낀건데요.

아무리 세상이 화려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해도 우리 맘 속의 행복한 빵의 향기를 맡고 싶은,

콩쥐같은 착한 본성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생하시는 닥터챔프 스태프 여러분께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