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독한 영화 리뷰

컨택트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 결말을 알아도 계속 살아간다

cultpd 2017. 2. 11. 22:10


영화 컨택트를 보고 오랜만에 가만히 멈춰 생각이란 걸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을 나가지 않고 멀뚱 멀뚱 생각을 한게 얼마만인가?


컨택트라는 제목의 영화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업그레이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영화사에 완전히 당했다.

컨택트는 어라이벌이 원제이고 SF 스릴러 장르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했고 에이미 아담스(루이스), 제레미 레너(이안)가 출연했다.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지만 쉽게 풀어서 이해하기 쉬운 부분을 강조했다.

진짜 중요한 주제는 무겁거나 어렵지 않게 여운을 남기며 생각할 단서들을 제공했다.

아마 그래서 한동안 멍하니 머릿속에서 정리와 감흥을 되새긴 것 같다.


마지막 크레딧에 원작이 나왔는데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테드 창(Ted Chiang)이라는 천재 작가가 쓴 작품인데

중국계 이민 2세인 테드 창은 꿈이 과학자였고 물리학과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작가적 감성이 있는 사람이 과학과 만나 범접하기 힘든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낸 것 같다.

흔히 어떤 직업을 가지려면 무슨 과를 가야 하냐고 많이들 묻는데 작가가 되려면 국문과를 가야하나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케이스다.

PD되려면 신방과 가야하나?

역시 마찬가지 답이다.


테드 창은 1990년에 단편 '바빌론의 탑'을 발표했는데 네뷸러 상을 받는다.

그런데 네뷸러 상 사상 역대 최연소 수상 겸 데뷔작으로 최초 수상이란 기록이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수상했고 특히 컨택트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는 네뷸러상과 스터전상을 수상,

2001년에 발표한 중편 '지옥은 신의 부재'는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쓸면서 문학계에 놀라움을 던진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8편의 작품 모음집이다.

테드창의 거의 모든 작품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바빌론의 탑 (Tower of Babylon, 1990) - 네뷸러상 수상

이해 (Understand, 1991) - <아시모프>지의 독자상 수상

영으로 나누면 (Divided by zero, 1991)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1998) - 네뷸러상, 스터전상 수상

일흔두 글자 (Seventy-Two Letters, 2000) - 사이드와이즈상 수상

인류 과학의 진화 (The Evolution of Human Science, 2000)

지옥은 신의 부재 (Hell Is the Absence of God, 2001) -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수상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2002)



당신 인생의 이야기 원작인 컨택트를 보면 우주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음성, 발화 언어가 통하지 않자 글씨, 문자로 소통하려 한다.

헵타포드의 문장 구성은 인간이 생각하는 구조와 전혀 다르다.

인간의 문장을 생각하여 헵타포드의 문장을 해석하면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힘들게 헵타포드와 소통하려는 노력 속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인간의 문장은 시간 순서에 따라 목적지에 다다르지만 우주인의 문장은 이미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는 것처럼 괴상한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된다.

둥근 원의 형태다.



결국 언어에 대한 영화인 것 처럼 보였지만 언어와 문자는 선형, 비선형 시간과 미래에 대한 상징일 뿐, 이 영화는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아니었던 것.


쉽게 얘기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 가신다"라고 인간은 쓰지만 외계인은 둥그런 원 형태의 갈라지고 삐지고 끊기는 형태로 표시한다.



이건 사고체계가 줄줄이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아버지가'라고 말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실지 어디에 들어가실지, 뭘하실지 아무 것도 모른다.

하지만 외계인의 글자는 한장의 그림 안에 모든 것이 한번에 나오는 것이고 이것은 시간의 개념을 달리 생각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해석은 보는 이 마다 다르니까 ㅜㅜ 난 이렇게 봤다는 것. 이후도 나의 주장!)





컨택트, 당신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가 말하고 싶은 것.

가장 단적인 부분이 여기 아닐까 싶다.


빛이 수면에 도달하여 각도를 틀면서 수중을 나아가는 것에 대해 

인간은 굴절률때문에 빛이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헵타포드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에 시간 순서대로 해석하지 않고

빛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은 늘 결말을 모르기에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해석을 풀어간다.




컨택트 결말 장면을 가만히 음미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미래를 다 알고 있다면?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나아간다는 선택.


이후에는 스포 있음!!!!!




예를 들어 루이스는 계속 딸의 모습을 보는데 딸이 병에 걸려 죽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함께 우주인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이안과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인지 알았지만 미래에 이안과 결혼하고 미래에 딸을 낳고 미래에 딸이 죽는 것이다.



이안과 결혼하면 딸을 낳고 그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봐야하는데 당신은 이안과 사귀겠나?


어차피 죽을텐데 당신은 무엇때문에 사는가?

우리의 방식으로 우주인을 설명하고 우리의 단어로 우주인의 뜻을 이해하려는 세상의 인간들 모습에서 당신은 많은 오류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우주인.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루이스, 혹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루이스.


루이스의 인생은 바뀔 것인가?

그 부분은 사실 굉장히 진한 감동을 준다.


정말 단순하지 않았던 영화 컨택트.

그리고 그 영화의 핵심적 고민 '당신 인생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