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독한 영화 리뷰

많이 바뀐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와 택시운전사와 포크레인 사이

cultpd 2017. 8. 8. 18:10

김기덕 감독이 영화 개봉을 못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열심히 응원하는 글을 썼지만 여배우 성폭행 의혹으로 인해 아래 글은 모두 무의미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기덕.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어야 하는 김기덕 감독은 불편함과 잔인함, 극한의 정신세계로 늘 외면 당하고 무시 당한다.

스크린과 심의 등 독점 권력에 의해 왕따 당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관객들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것은 서러운 현실임에 분명하다.

배우, 스태프, 가족, 언론, 극장, 배급사 등등 모두에게 외면 당하고 외톨이가 되어도 좋지만 관객에게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호든, 불호든 상관없이 영화감독 김기덕의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토론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인구다.


인구 1억명이 넘어야 다양성이 생기고 오타쿠가 인정받는다는 통계도 있고 5천만명의 인구로는 내수 시장만 보고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김기덕 감독을 늘 외면했고 페미니스트들은 김기덕 감독을 주적 대하듯 공격했다.

같은 비주류 감독, 해외에서 인정받는 감독이지만 홍상수 감독은 일상성을 무기로 행복한 감독이 되었고 김기덕 감독은 총과 활, 칼과 바늘, 성기와 도끼로 콤플렉스와 불편함의 아이콘이 되었다.


악어, 수취인불명, 파란대문, 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듣기만 해도 강렬한 색과 선이 떠오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

조재현의 목을 매다는 장면 촬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인지, 정말 숨을 못쉬는 것인지 모를 상황을 펼쳐놓고 위험한 촬영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아찔한 촬영을 마치고 조재현과 김기덕은 크게 웃었다.


고통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조재현과 김기덕의 세계에서 흔한 카타르시스인가보다.


영화 뫼비우스 포스터


그리고 섬, 피에타, 뫼비우스 등 불편을 넘어 불쾌함까지 유발하는 영화들.

극단적인 페미니스트 주장 커뮤니티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영화 씬과 주제의식들.

보고 나면 일주일동안 기분이 찜찜하다는 그런 영화들을 김기덕 감독은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행복하고 예쁘고 웃기고 아름다운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부르며 좋아한다.

이런 해석, 저런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영화에는 욕을 해댄다.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한 민낯과 극단적 상징을 마주하면 구역질을 하고 거품을 문다.


인구가 문제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여성에 진짜 페미니스트들은 더 분노할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여성이야말로 철저하게 성의 도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 아무튼 성과 구원과 폭력으로 김기덕 감독은 늘 집중 포화를 맞는다.




'세상에 이런 감독,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주입식 교육을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뫼비우스라는 영화는 실제로 보고 나서 구토하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뫼비우스는 주제 의식이 뚜렷하고 굉장히 심오한 영화다.




성과 도덕, 불안과 콤플렉스 등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외피(스킨)인 근친상간, 강간, 거세 등으로 비난하고 김기덕 감독을 쓰레기 취급 한다.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 작의(作意)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

 그렇게 우린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이 바뀐다.

조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제작을 하고 투자, 시나리오만 참여하기도 한다.

시스템만 바뀐 것이 아니라 영화 내용도 바뀌었다.


사회성 짙은 내용을 만들고 있다.

과거 영화들이 인간 내면과 철학적인 주제였다면 현재 만드는 영화들은 좀 더 스토리텔링이 있고 직접적이다.




영화 '일대일'의 경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고 민주주의와 분노를 표현한다.

이후 '스톱'이라는 영화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을 다루며 환경을 이야기한다.

영화 그물에서는 국정원의 간첩 조작 등도 나오고 이데올로기에 빠진 평범한 어부를 블랙코미디로 그렸다.


그리고 최근, 포크레인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제작과 투자를 했다.

2017년 봄바람을 타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 등장하는데 택시운전사와 포크레인이다.

택시운전사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끌고 흥행하고 있지만 포크레인은 전국적으로 2개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서울 노원구 더 숲 아트시네마와 인디플러스 천안 극장이다.


김기덕 제작 영화 포크레인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쏜 군인의 시각이다.

왜, 누가 자신을 광주에 보냈는지 알아보는 군인 (엄태웅)의 이야기다.


김기덕 감독은 많이 변했다.

패닉, 폭력, 엽기와 광기로부터 빠져나와

사회성 짙은 참여 감독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과거와 달리 쉽고 편하게 풀어 가고 있다.


문제는 아무도 이런 사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봉관에 많이 걸려야 대중이 볼지 말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포크레인이 택시운전사와 함께 극장에서 상영중이란 사실을 당신은 알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