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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렌터카 차 트렁크 안에 키를 넣고 잠궜다


샌프란시스코 바람을 맞으며 금문교를 건널 때 까지는 좋았다.

두려움과 설렘이 믹스되어 이국 땅을 델마처럼 달렸다.


그런데 시차가 안 맞아서 너무 너무 졸렵다.

해외에서 렌터카로 사고를 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고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잠시 고속도로를 나와 어느 쇼핑몰 센터 쪽에 차를 댔다.

무료 주차 좋다.

스타벅스도 있고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이곳은 블로그에 나오는 쇼핑센터도 아니고 관광객이 차를 대고 털어가는 면세점이나 아웃렛도 아니니 한국 사람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유럽과 미국의 느낌을 섞어 놓은 듯한 공원같은 쇼핑 센터에서 잠시 현지인인듯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서 일본이나 한국처럼 좀 걷다보면 예쁜 가게도 나오고 까페도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니다.

몇시간동안 아무 것도 없는 지역들이 많기에 걸어서 무작정 관광하기에는 최악의 나라다.


그래서 이렇게 군데 군데 쇼핑몰과 까페들이 모여 있는 센터들이 존재하나 보다.




정말 우연히 찾은 곳에서 쉬다가 갑자기 너무 추워서 차에 옷을 가지러 갔다.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해만 뜨면 건포도 말리듯 땀이 나는 더위가 오고 

또 해가 가려지면 개 춥다.


오리털 패딩을 입고 가는데 반팔에 민소매를 입은 사람이 지나가는 아주 요상한 풍경을 만난다.

안 추울까?


미국 처자들 정말 건강하고 추위를 안 타는 것 같다.


그런데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 입고 자동차 키를 트렁크 안에 놓고 잠궜다.

대형 사고 발생.

이 모든 게 시차 적응 때문인가?


이 놈의 렌터카 자동차가 닛산 차인데 시간이 좀 지나면 자동으로 도어락이 걸린다 ㅜ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현지인처럼 여유롭게 앉아 있기는 개뿔!!!!


허츠 렌터카에 전화를 걸었다.

트렁크에 키를 넣고 문을 잠궜다고 말했다.


차를 열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본다고 했는데 사람이 없는지 계속 연락이 안 온다.


천만 다행인 것은 렌터카 출차 전에 하루에 몇천원 하는 보험을 들겠냐고 물어봤는데 원래는 추가 보험 안 드는데 그냥 들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키를 차 안에 넣고 잠그는 사고가 무료로 처리된다고 한다.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은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역시 문을 열 사람을 찾지 못했고 렉카 차를 보내준다고 했다.

렉카 차를 타고 공항으로 함께 오면 차를 바꿔 주든지 하겠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렉카 차는 1시간 넘게 오지 않았다.

전화도 오지 않는다.

한국이 그립다.

​삼성화재였으면 몇분만에 도착했을 거고 언제 도착하겠다고 메시지와 연락도 왔을 것이다.

접수됐다고 문자도 왔겠고 ㅜㅜ


아! 아메리카!

아무 것도 오지 않는다 ㅜㅜ


미국이 선진국이라서 서비스가 좋을 거라 생각하면 큰 일 난다.

선진국일수록 일 처리 잘 안되고 컴플레인 한다고 해서 한국처럼 먹히지도 않는다.


점점 오한이 습격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씨 좋아보이는 뽀빠이에 나오는 블루터스 같은 아저씨가 렉카 차를 끌고 와서 성큼 성큼 다가왔다.




무슨 화재 속에서 119 대원 만난 듯 기쁘다.

아저씨는 자신의 재주를 십분 발휘하여 차를 한 번 열어보겠다고 마치 재능기부하는 사람이나 스타킹 기인으로 출연한 사람처럼 신나게 연장을 들고 왔다.


역시 선진국이니 문을 여는 장치도 최첨단 AI, IOT, 증강현실을 활용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길다란 철사줄을 가지고 와서 쑤시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80년대 동네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ㅜㅜ





다만 문틈을 벌리는 것이 에어백으로 한다는 것 말고는

그야말로 철사줄 쑤시는 것이었다.

오락실에서 무료 게임을 위해 테니스 줄 쑤시는 것처럼 열심히 쑤시더니

도어락 부분에 철사 끝을 장인정신으로 갖다 대더니 툭하고 열었다.


아!!! 살 것 같다.




아저씨는 허츠에 전화해서 출동 취소했다고 말하라고 했다.

돈도 안 받고 그냥 해결됐다.


팁으로 10달러 주고 해결했다.

아비스에 전화했더니 뭐하러 전화했냐고 묻는다 ㅜㅜ

어쨌든 아저씨는 캔슬 피를 받을 것이고 나는 공항에 블루터스 아저씨랑 나란히 앉아서 갈 일이 없어졌으니 신난다.


내가 뭐랬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하지 않았나?


아마 그 말을 헬렌켈러가 했을 것이다.

정말 짜증나고 내 자신이 미치게 싫은 상황에서도 나는 긍정적으로 기뻐했다.


보험을 들었다는 것에 감사했고 브루터스 아저씨를 만나서 공항까지 안 간 것에 감사했다.

또 트렁크를 열었는데 혹시 거기 열쇠가 없고 내 가방 뒷 주머니에 키가 있는 황당한 일 없이 트렁크에 곱게 앉아있던 열쇠에 감사했다.

우리는 살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계속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행복이나 불행이나 어떻게 상황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은 나의 첫 샌프란시스코 여행 날이고 아주 행운이었다고 기억하며 좋은 추억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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