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종편채널, 오늘 그 피의 서막

cultpd 2010. 12. 31. 06:00
시일야방성대곡.


《황성신문》의 주필인 장지연이 1905년 11월 20일에 올린 글의 제목,

"이 날에 목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시처럼 몇자만 끄적일까 합니다.

불편한 현실을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함께 살기에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글을 씁니다.



종편채널, 종합편성채널을 줄인 말입니다.

종합편성이란 보도, 오락, 교양, 드라마, 스포츠... 등 모든 것을 편성할 수 있는

종합채널입니다.





2010년을 마무리하는 오늘 오전 11시에 비공개로 방통위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사업자 선정을 의결합니다.


종편 채널 뿐만 아니라 YTN과 mbn에 이은 새로운 보도채널 사업자의 선정 결과도 발표됩니다.

심사결과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조중동이 방송에 참여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러면 오랜 세월 종합편성으로 편하게 살아온 지상파가 가만히 안있겠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상파 MMS를 선물하려 합니다.

MMS란 멀티모드 서비스의 약자로 지상파 다채널 방송을 의미합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디지털 압축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유 주파수가 생기면서

채널을 더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방통위가 2011년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죠.

이제 우리는 KBS3, KBS4, KBS5, KBS6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때문에 생긴 여유 주파수가 과연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의 것이냐라는 논란이 일면서

신규 사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지 논의될 부분입니다.



자, 이제 시일야방성대곡이라 표현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다채널을 즐길 수 있으므로 행복할까요?

문화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익성을 더욱 담보해낼 수 있을까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종편채널 회의에서 미디어계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제 표현으로는

"벗고 뛰며 이래도 안봐!"하는 개판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무얼 상상하든 그것보다 백배는 더 심각한 아수라장으로 갈 것입니다.





정치, 문화, 경제적으로 수십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주 단순하게 한가지 이유만 오늘은 밝히겠습니다.


문제는 광고 시장입니다.


2000년 부터 2009년까지 광고시장의 변화를 보십시오.




뉴미디어가 계속 늘고 있고 기존 TV와 신문이 점점 줄어드는 것 보이시죠?

정말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매체가 이렇게 많이 늘고 있는데
광고시장의 총계를 보면 2000년과 2009년의 증가 폭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매체가 늘어나는 것과 광고시장이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매체가 늘었으니 광고를 더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어디있겠습니까?



광고는 매출과 관계가 있는 것이지 매체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해 가시나요?



자, 요렇게 보면 더 쉬울겁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주요 매체 광고비 점유율 변화 추이입니다.






인터넷과 케이블이 쭉쭉 올라오고 있는 것 보이시죠?

케이블은 올해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아서 아마도 더 올라갔을겁니다.
또한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광고, 리뷰 광고 등의 새로운 매체가 생겼으므로
인터넷 또한 더욱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매체는 광고 수익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이가 정해져있으므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종합편성 채널이 생기면 이 파이를 더 잘게 나눠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상파 MMS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광고 싸움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첫번째 개판은 광고를 먹기 위한 전쟁에서 시작됩니다.

광고 수주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합니다.

공정하고 의미있는 방송을 하면 시청률이 높을까요?
그런거 보십니까?


SBS가 개국하면서 의미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죠?
유익한 프로그램은 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근데 의무적으로, 또는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철학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고 볼 것이 없으면 그런거라도 봤던거죠.
그러면서 문화적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옛날에는 한밤중에는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고 거의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근데 SBS에서 제가 만든거지만 한밤의 TV연예라는 프로그램을 밤 11시에 하면서
또 막장 드라마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KBS나 MBC나 모두 다같이
막장드라마를 만들었고 한밤 중에 오락프로그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뻔한겁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말은 문화의 다양성이고 뭐고 하지만 결국은 모두 막가는 방송만을
만들어낼겁니다.

한동안 지상파 방송국 PD들이 TVN을 보면서 한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상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방송 문화가 망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이렇게 광고가 부족하면 모두 다 망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겠지요?

이 대목에서 방통위는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2011년 GDP대비 0.74%에서 2015년 1.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얘기합니다.

2010년 현재 8조 1000억원의 규모를 2015년까지 13조 8000억으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럼 뭘 할까요?

딩동댕... 광고 규제 완화죠.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생수나 전문 의약품, 병원 등의 기존에 규제하던 광고까지 허용할 수 있고요.

지금도 대두되고 있는 PPL광고, 그러니까 드라마에 소품으로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현재는 외주제작사를 키우기 위해 허용하고 있는데 이제는 본사에서도 가능하게 넓히겠죠.

엊그제 연예대상에서 삼성 탭과 싸이월드 나오는거 보셨죠?

그게 이제 어마어마하게 많아지고 직접적으로 바뀌겠죠.


이런 방법들 말고는 광고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 이제 결론으로 갑니다.



지상파가 다채널을 가지게 되면 엄청 깨끗한 품질의 지상파 방송과 새로생길 신규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과연 케이블 신청해서 볼까요?

IPTV 계속 볼까요?

실제로 조사한 바로는 수치는 기억 안나지만 대부분의 케이블, IPTV 시청자가
지상파 방송 깨끗하게 보려고 신청한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 케이블이 망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책은 하나죠.
케이블에서만 볼 수 있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죠?

그럼 또 새로 생기는 종편채널은 문화와 사회 정의를 위한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같이 벗고 날뛰겠죠?

그럼 또 지상파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청률 안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유익해도 바로 바로 폐지시키겠죠?


모든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다매체 시대에 전문화된 채널들이 생기고 문화적 다양성이 고려된 풍족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그리고 방통위 여러분???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또 규제를 심화하여 열심히 노력들 하시겠죠.

근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허가해준 사업들 다 말아먹을 일 있습니까? 규제하기 힘들겁니다.



여러분...

우리는 최근(?) 많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신경 안쓰는 미디어 업계에도

대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처참한 미디어 시대가 옵니다.



넘어지지 않게 손잡이 꽉 붙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