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나는 가수다, 김영희PD 교체의 진짜이유

cultpd 2011. 3. 23. 13:41
나는 가수다, 김영희PD 교체의 진짜이유
요즘 나가수에 관한 글에 저와 같은 아이디로 댓글을 다시는 분이 계시다고
제보를 받았는데 저와 다른 분임을 먼저 밝힙니다^^




MBC에서 일밤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왕국을 만들었던 MBC '베스트셀러극장'이 사라진 것 처럼
예능왕국을 만들었던 '일요일 일요일밤에'도 사라져야 마땅한 것 아닌가?

주병진, 노사연, 김흥국, 이휘재, 이경규, 김용만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상황극 스타일의 '웃으면 복이와요'와는 다른 예능의 효시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이제는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했던 일밤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바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도루묵 소녀 이경실로 부터 칭찬합시다, 양심냉장고, 느낌표 등의
의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도해온 김영희 PD가
프로듀서 연합회장 재임으로 연출계를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왔고
야심차게 '나 김영희다!!!"라고 멋지게 내놓은 작품이 '단비'였다.

군대 갔다온 연예인처럼 시대를 읽지 못하고
역시 '김영희표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기(?)만 했다.

그리고 내놓은 독한 아이템 '나는 가수다!'
첫 출발부터 난 손에 땀을 쥐고 프로그램에 빨려 들어갔다.

김영희 프로듀서의 의도대로 착실하게, 그리고 오랜만에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선물 받았다.
서바이벌 형식이 아니었으면 결코 방송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음악 무대!

그것이 김영희 피디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했고
이는 단비나 눈을 떠요, 칭찬합시다와 다르지 않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가뭄의 단비 같은 사실상 가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무대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영원히 세바퀴에서나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을 것이었고
가수들 역시 쪽팔리지만 세바퀴 무대에서나 특별한 퍼포먼스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저렴한 문화 속에서 살아야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난 이 프로그램이 '눈을 떠요'처럼 눈물나도록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드라마 선덕여왕 이후 모처럼 방송 프로그램을 기다려서 보았다.


김건모가 7등을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물론 난 2회 때 이미 김건모가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건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와 함께 시대를 살았던 40대 전후반일텐데...
노래 선곡 자체를 80년대 음악으로 결정했으니
당연히 김건모 표를 나눠먹었을 것 아닌가?


게다가 김건모의 창법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방식, 지르기 창법이 아니다.
들으면서 즐겁고 애잔하고 편하기는 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다.

한국 사람들은 악을 쓰고 초절정을 맛봐야 시원해하는,
노래부르는 건지 우는건지 모를 신파적 구성을 사랑한다.
우리 역사가 뭐 웃을 일이 있었나?
윤형주 옆에 송창식이 없었으면 우리는 트윈 폴리오를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김건모가 탈락한 것을 립스틱 퍼포먼스라고 얘기할 정도로
김영희 피디는 착하다.
천성이 착한 사람 아닌가?


'나는 가수다' 3회 방송을 보고 프로그램 리뷰를 정말 쓰고 싶었다.
하지만 쓸 수 없었다.
후배 피디로서가 아니라 블로거로서 신랄한 비판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쓸 수 없었다.

4회를 보지 않고서 리뷰를 한줄도 쓸 수가 없었다.


천재 피디 김영희가 의도한 이슈메이킹 작전인지,
아니면 정말 착해서 흐리멍텅한 결정을 한 실수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라면 이번 김영희 피디의 결정은 완벽한 아마추어식 연출이었고
이슈도 되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리얼리티는 시작한지 얼만 안된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적 특수한 정서가 있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았다.



왜 결과 발표를 프로그램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피디가 그냥 서서 발표를 하겠는가?
리얼리티 극대화를 위함이다.
진행자가 따로 있어 발표를 하게되면 그것은 쇼가 되지만
피디가 발표를 하면 그것은 리얼리티가 된다.
리얼리티의 기본은 뒷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인데
피디가 발표하는 형식은 그 자체가 뒷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소라 등의 가수가 하는 말과 행동을 잔인하다고 느낄 정도로
편집없이 공개했다.

어마어마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함이었고
단비의 아픔이 이렇게 표출되는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이번 제작진 회의 결과 발표는 어쩌면
고도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연출이 아니었나 생각한 것이다.
김건모의 고통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소라식 편집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이것이 고단수의 말도 안되게 잔인한 리얼리티의 시작인지
아니면 정말 천성이 착하고 아티스트들의 처음 보는 눈빛이 무서워서였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아티스트의 눈빛 설명!

예능에서 배우를 대하는 것과 연기에서 배우를 대하는 것은 다르다.
그들은 잠시 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 철학을 가진
아티스트로 돌변한다.
그래서 다루기가 너무 너무 불편하다.
그들의 연기와 이미지는 작가, 피디와 충돌할 수 있는
그러니까 서로 프로페셔널인 것이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세바퀴에 출연하는 가수와 노래하는 무대에서의 가수는 완전히 다르다.
20-30년 된 베테랑 피디의 자존심이 있는 것 처럼 가수도 무대에서는 마찬가지다.


아티스트가 무서웠는지...
아니면 어렵게 만든 판이 정말 깨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겁을 먹었던 것인지...
이 부분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이제 본론이다.



MBC는 김영희 피디 교체라는 최고의 악수를 꺼내들었다.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들어 MBC가 미친 것 같은 행동을 많이 해왔지만
근래에 보기 힘든 미친 짓이다.

MBC가 총체적으로 정체성을 잃고 혼돈에 빠져있다.
뉴스는 예능처럼, 예능은 뉴스처럼 하는 변칙 스타일인가?



네티즌이 이번 김영희 피디의 결정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
김영희 피디를 교체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단 말인가?

난 이번 교체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에 이렇게 놀랐고 트라우마를 보이는가?
이게 무슨 황우석 박사 논란도 아니고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렇게 살아있는 코미디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성공에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를 떨어뜨리는 룰을 지키겠다는 의지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울러 이 결정은 MBC 예능국장이 한 것이 아니고 김영희 피디 본인이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보여진다.

프로그램을 살리고 싶은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살려면 무조건 한명을 떨어뜨려야 한다.
떨어져도 재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무슨 텐션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겠는가?

그런데 프로그램 상에서 어떤 방법으로도 김건모를 떨어뜨릴 수 없게
그리고 이후에도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수 밖에 없도록 이미 만들어버렸다.

이 룰을 다시 적용하겠다고 프로그램상에서 번복할 수 있겠는가?
김건모만 예외로 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김건모에게 죄송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이미 녹화한 분량을 버리자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방법이 없다.

피디 교체라는 엄청난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서는
모처럼 살아난 일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피디교체의 진짜 이유는 룰을 원래대로 적용하겠다는 발표와 같은 것이다.


모든 사건은 정정당당하게 룰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듯
얕은 술책은 계속해서 얕은 꾀를 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정면 승부해야 할 때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깨버린 것에 대해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자체까지 프로그램에 리얼리티로 담아내는 것이 해답이다.


이 부분은 사실 후배 피디지만 무한도전의 피디가 잘 하고 있으니
보고 배워도 좋겠다.

무한도전 프로듀서는 시청자에게 끌려다니지도 않지만 무시하지도 않는다.

자막과 편집을 통해 세련되게 잘 넘어가니 후배지만 배울 것은 배웠으면 좋겠다.



MBC가 온,오프라인에서 해명하고
피디 교체하고 이런 쇼를 벌일 이유가 없다.


피디는 프로그램으로 이야기한다!


난 개인적으로 김영희 피디의 '한번 더 기회를 준' 결정에 몹시 불만이지만
그것이 또한 김영희 피디의 매력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와의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이 시대에 교장 선생님처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은 어울리지 않는다.
잘못된 결정이었으면 그 과정을 김건모에게 설명하고
김건모는 또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쿨하게 이야기하면서 다음 가수가 들어오는
편한 방법을 놔두고 왜 피디 교체를 해서
이 모든 죄를 자진사퇴하지 않은 김건모에게 덮어 씌우려 하는가?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피디 교체해서 룰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하면
MBC는 편하게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고
불편한 것은, 김건모만 남는 것 아닌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이슈 극대화를 위한 쇼란 말인가?



그도 그럴 것이 작은 해프닝을 큰 사건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전적으로 MBC다!



모처럼 음악다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기분 좋은 시청자들을 우롱하지 말고
김영희 피디 교체 결정을 철회했으면 좋겠다.

김영희 피디가 아니었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프로그램을 누구에게 줄 것이며
또 어떤 피디가 남의 자식을 사랑해주며 키울 것인가?


이러한 소통의 과정 역시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의 탄생 비화로 연말 시상식에서 웃으며 얘기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솔직하고 건강한 MBC를 보여주는 명쾌한 결정이 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어차피 김영희 피디가 초기 세팅해놓고 연출 일선에서 빠질 것 아니었나?


이 시대는 참으로 다행스럽게 '솔직한 것이 성공한다'.
그것이 리얼리티다!


김영희 피디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