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나가수를 보고 의자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cultpd 2011. 5. 30. 07:00
'나는 가수다'에 첫 등장한 옥주현이 1차 경연에서 1위를 했습니다.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21.5%라는 경이로운 지지를 받았습니다.

옥주현씨에게는 안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겠습니다.



대신...

이소라와 윤도현, 박정현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섭외된 가수들의 내공때문에
서로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만의 무언의 약속이었습니다.



음원차트를 휩쓸고 CF출연, 콘서트 매진 사례를 겪으면서
나가수 무대는 이제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 같은 위상이 되었습니다.

가수의 경쟁이라는 콘셉트를 비난하던 가수들도 이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을
속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해 나가수 무대는 초심을 잃게 될 것입니다.


첫째.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리를 죽어라 지르고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최고음을 내는
서커스 같은 무대를 보여줘야합니다.

BMK는 첫무대에서 재즈 선율로 편곡된 멋진 무대를 대중에게 선사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꼴지를 했죠.

다음 무대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강산에서 빰빠빠바밤을 목이 찢어져라 불렀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BMK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동의 편지를 대중에게 띄웁니다.
결과는 당연히 꼴지를 했죠.

다음 곡은 다시 빰빠빠바밤이 될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원하는건가요?





저는 지난주 아주 놀라운 내공의 아티스트를 한명 만납니다.

바로 이소랍니다...

이소라씨는 나가수 방송 최초로 송창식의 '사랑이야'라는 곡을 진심으로 노래합니다.
소리를 지르지도 고음을 위해 억지로 편곡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놀랍게도 탈락을 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었나 깜짝 놀라게 됩니다.





보아의 <넘버원>과 소울다이브의 <주먹이 운다> 같은 곡을 부르면서 새로운 음악을
우리가 들을 수 있도록 소신있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가수의 가수들은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가창력만을 앞세운 노래를 부를 때 조금은 미안하고, 조금은 부끄러운 표정을 보여줍니다.
소신있게 노래하는 사람을 보며 감동하고 배워갑니다.

윤도현도 마찬가집니다.
밴드를 활용하고 피아니스트, 악기와 소품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도
그는 늘 무대에서 즐기려고 하고 락이라는 소외된 장르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의 딸이 좋아한다는 마법의 성을 부르는 아빠 윤도현의 진심에서
비록 가창력이나 절대음을 못맞추는 실수가 있었어도 우리는 감동합니다.
그로서 윤도현 역시 뮤지션의 반열에서 부끄럽지 않은 1인이 되고 있는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노래를 불러야 떨어지지 않는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색다른 곡들로 청중을 사로잡겠다는 의지가 곧 의미있는 일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그마의 노래 역시 대중적인 노래는 아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40대 전후의 청춘들에게는
가슴 뛰는 시절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박정현 역시 선곡의 내공에서는 꽤나 훌륭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보다는 좋아했으면 싶은 노래를 들려줍니다.
부활의 <소나기>가 그랬고 <미아>라는 익숙하지 않은 노래를 선곡한 것이 그랬습니다.
게다가 고인이 된 유재하, 김현식이 불렀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대 내품에>라는 명곡을 선사한 것은
선곡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가수다가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도전에 가산점을 주어야 합니다.

물론 청중평가단이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가장 가슴을 울린 노래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중의 대표로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제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높은 음의 소리 지르는 노래를 선호하다보면 모든 가수들이 그 부담때문에
진정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은 도전을 감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곡에서도 주옥같은 곡을 대중에게 선물하기 보다는 귀에 익은,
그래서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편곡하는 것이 탈락방지용으로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겁니다.

또한 청중평가단 선정 기준은 꼭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 BMK는 또다시 목이 찢어져라 강한 선곡을 하겠죠?
저는 BMK가 평가단 신경쓰지 말고 대중을 향해 노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커스가 아니라 노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청중평가단에 의해 탈락되더라도 대중은 BMK를 탈락시키지 않을겁니다.

김연우 역시 맑고 정직한 소리로 탈락했지만 대중은 김연우를 사랑하게 되었듯 말이죠.


대중이 언제 재즈에 그토록 열심히 귀기울였던 적이 있었나요?
유재하의 노랫말을 언제 음미해볼 기회나 있었나요?
딸에게 아빠가 가수라는 것을 언제 보여줄 기회가 있었나요?





자...

이제 평가단에 끌려가지 말고 대중을 리드해주십시오.
우리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고 도전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지금까지 쓴 글을 옥주현씨가 꼬옥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옥주현씨 축하합니다..

근데 나가수를 보고 나서 계속 고성을 지르고 싶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P.S. 이 글을 끝으로 TV비평은 그만 하려고 합니다.
주위 PD들이 계속 저를 구박하네요 ㅜㅜ
블로거로서 방송을 지적하고 싶었는데 제 직업이 PD다보니
자존심 강한 PD들을 자꾸 건드려서 기분이 나쁜가봅니다 ㅎㅎㅎㅎㅎ

사진 관련 블로거로서 전문성을 강화하려 합니다.

이렇게 글 써놓고 다음주 나가수 보고 나서 또 글쓰게 되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ㅎㅎㅎ





헉!!!
회의하고 왔는데 엄청난 의견들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BMK가 꼴등을 해서 홧김에 쓴 글도 아니고 옥주현이 1등을 해서 의자를 집어던진 것도 아니고
청중 평가단의 평가가 옳지 않았다고 쓴 글도 아닙니다.

그럼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가수들이 악을 쓰는 노래에 집중하지 말기를 바라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는 가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의도로 쓴 글이었습니다.
의자를 집어던진다는 이야기는 낚시성 제목이 아니라 중의적 패러디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찌됐건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욕한마디 없이 정성스럽게 주장을 펼쳐주셔서 감동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