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나가수의 부족함을 채워준 유희열의 스케치북

cultpd 2011. 6. 4. 07:00
나가수의 부족함을 채워준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을 사랑하고 뮤지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6월 3일에서 6월 4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방송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특집 <더 뮤지션>은 감동 그 자체였다.







최백호와 이적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보다가 눈물이 흘렀다.

<나가수>의 서바이벌 형식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점이 참 감사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서바이벌이 아닌데도 떨림과 감동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자극만이 생존인 세상에서 우리가 감동할 일이 뭐가 있겠나?



당신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란 노래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그리고 김원용의 색소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김원용씨는 전원일기의 타이틀 곡으로 흐르던 색소폰 소리의 주인공이다.



아이유와 함춘호가 함께 부른 노래는 아이유가 아이돌이란 걸 잠깐 잊게 해주고
그녀가 뮤지션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

잠깐 재밌는 얘기를 하자면 아이유가 최백호씨에게 다가가 싸인을 해달라고 했단다.
아버님 갖다 드린다고 ㅎㅎㅎ
그 이야기를 하면서 최백호씨가 행복하다고 웃는데 나까지 맘이 설렌다.

소통이다.

그럼 아이유의 노래에 반주를 맞춰준 함춘호씨는 누군지 아는가?

예전에 카세트 테이프를 사고 세션 이름들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춘호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빠질 수 없는 기타리스트다.

얼마전 세시봉 공연에서 송창식씨와 함께 공연하는 것을 보고 고현정이 맘이 설렜다고 트위터에 올렸던 그 분이다.

근데 왜 우리는 그런 대단한 뮤지션의 이름을 모르는가?

조명을 비춰야 사람이 보이듯, 조명해야 알거 아닌가?
평생 음악을 위해 인생을 살아온 아티스트들을 우린 얼마나 모르고 살았나?

사실 앞에 보이는건 가수들의 모습이지만
그 가수들을 빛나게 하는건 세션맨들이다.






100회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윤종신도 김건모도 한영애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들의 노래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뮤지션들이 주인공이었다.

라디오스타만 보다가 오랜만에 고품격 음악방송을 보았다.


나가수를 보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김효국씨는 그룹 11월의 싱어였고 건반을 하는 분인데 한영애와 함께
<누구 없소>라는 곡을 연주했다.

11월이란 그룹을 아는가?

20여년만에 그는 <착각>이란 곡을 방송에서 불렀다.

소름이 돋았다.
11월이란 그룹을 몰랐는데 음악이 나오는데 아는 곡이다.

빵떡 모자에 나이든 아저씨가 건반을 누르며 노래하는데
그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문화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곡을
눈을 질끈 감고 부르는데…

아!!! 우리나라에도 문화가 있었구나!

세월은 늘 거꾸로 돌아서
어떻게 예전보다 문화가 더 후퇴했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가수의 잘못도, 피디의 잘못도, 제작자의 잘못도 아니다!
이건 우리의 잘못이다!







아코디언의 거장!
심성락씨가 하림과 함께 애수의 소야곡을 연주했다.

분명 우리에게 음악이 있었고
문화가 있었다.

그 다양성이 사라지고 시장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우리에게 분명 문화가 있었다.



영화 인어공주 삽입곡 My mother mermaid라는 곡을 연주했는데
가슴이 뜨거웠고 그리웠고 소중했다.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 속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아코디언 소리가
바로 이분의 소리다.


잘려진 새끼손가락과 난청인 심성락씨가 아코디언의 최고 아티스트라는 것은
승리다…


얼마전 음악을 관둔다고 아코디언을 케이스 안에 닫았다는데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 할아버지를 찾으면 언제든지 올게요"라고
기쁘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조명해야 한다.
선배없이 후배가 없고
아버지 없이 아들, 딸이 없다.


고독한 세션맨!!!


그들 모두는 울었다.
눈으로 악기로 손가락으로 울었다.

모두들 방송 출연을 떨었고
모두들 감사해했다.


감사할 사람은 우리들인데 말이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박수와 사랑을 보낸다.


감사합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특집, 못보신 분들은 찾아서 한번 보세요.
행복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