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타와 아티스트

장혁과 신디셔먼의 자화상

cultpd 2011. 7. 29. 07:00


'신디셔먼의 자화상'




장혁이... 진득하니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그토록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차에서 이동하면서도 한숨 못자고 이야기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 진득하게 하자는 것인가?



우리는 선셋 대로, 노천까페에 앉았다.






그래, 어디 한번 이야기해보자!


무슨 얘기부터 해볼까?


우리는 자화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가?


이런 류의 이야기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에게는 무한한 재미를 주지만

자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해서 뭐하는가라고 느껴지는 그런 것이다.








장혁은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 해 나아갈 연기들,

그 캐릭터들이 장혁이라는 사람에게 스며들어

그 느낌, 아우라가 풍겨나와서

아무 말없이 앉아있어도 연기가 되는...


그런 느낌있는 배우가 되고

그 모습을 느껴주는 관객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고 했다.


마치 알 파치노나 말론 브란도처럼...




참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이런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싶으니

진득한 대화를 그토록 원했던거다.


자, 장혁의 말을 쉽게 풀어보자!



그보다 앞서 말론 브란도를 한번 보자!





멋진 모습 아닌가?


그리고...

대부의 말론 브란도를 보자!






말론 브란도의 늙은 얼굴에서

우리는 그 늙은 얼굴만 보는가?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그의 얼굴에서

함께 살아낸 어려운 시절과

행복했던 추억들,

영화 속 기억들을 생각해낸다.


그것은 단지 구체적 기억이 아니라

세월의 주름 주름 얹혀있는 알싸한 기억이다.




장혁은 또 안성기 선배처럼 늙고 싶다고 했다.


박중훈 선배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라디오 스타를 보며 또 무엇을 느끼는가?








그렇다.


장혁이 되고 싶은 모습은

A급스타로 늙지 않고 주인공을 오래도록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늙어가고

관객과 함께 그리워하고

관객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는

그렇게도 소박해보이지만

결코 소박하지 않은 꿈을 꾸고 있었다.







자화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규정짓고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는가?

내 얼굴을 제대로 구석 구석 관찰한 것이 언제인가?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얼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고흐라는 사람이다.

그의 녹색 코트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뭉크라는 사람의 모습이다.

자화상은 이렇게
단순히 자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떤 면을 그리는 것이다.







얼마전 우리 돈으로 42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이다.

이 역시 신디 셔먼이라는 미국의 사진작가가
자기 자신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 하나만 놓고 볼 때 "과연 42억원의 가치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난 서슴치않고
가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신디 셔먼은 오랫동안 자기 자신의 사진을 찍어왔다.
때로는 영화 속에 나오는 배우의 모습을 연출하고
또 때로는 르네상스 그림에 나오는 모습을 분장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사진 한장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그녀가 추구해온 독특한 작품활동이
주목을 받고...

그 30년 가까운 세월이 현대 사진계의 한 획을 긋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평가받고...

또 사람들에게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추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 모두는 늙어 간다.


늙는 것은 쇠퇴하는 것과 다르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연구하고
가꾸어가면...

그러니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가지고
만들어나가면...

늙는 것은 풍부해지는 것이고
깊어지는 것이다.
주름살에는 이야기가 숨어있고
굽은 등에는 추억이 묵직하게 숨쉰다.



장혁과 내가 자화상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선셋 대로에 그림자가 길어졌다.

해가 지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 : 김문성 작가, 1DSmark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