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독한 영화 리뷰

진품명품소녀 영화배우되다! 위안부 이야기, 귀향

cultpd 2014. 10. 26. 21:07

여고생으로 예쁘게 생겨서

묘한 매력을 풍겼던 진품명품녀가

영화배우로 돌아왔다.








조정래 감독의 귀향이다.

귀향은 일본에 위안부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의 이야기다.





사진출처 : kbs 진품명품, 영화 귀향 


현재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으고 있고

내년 광복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http://www.gui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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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향한 그리움과 그 곁에 머물고자, 되돌아오고자 하는 회귀본능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사를 간 前 주인 가족을 찾아 삼천리 길을 비바람 맞으며 찾아간 강아지의 경우처럼 한낱 미물도 이럴진대 인간이라면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언젠가 신문지상에서 읽은 유괴당한 일곱 살 소녀가 2년간 타지에서 구걸을 하다가 기억을 되살려 자신이 살던 집에 기어코 찾아와 부모를 다시 만난 이야기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영화‘ 투머로우’(2004) 속 아버지 잭이 뉴욕에서 고립되어 고군분투하는 아들 샘을 찾기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극한의 눈보라를 헤치고 가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잔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다!’라는 그 간절한 마음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소망이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소망을 일깨우고 그 권리를 찾아주는 영화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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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과 국악 연주를 업으로 삼고 사는 제가 할머니들을 만난 건 2002년 겨울이었습니다.

창작판소리꾼으로 이루어진 ‘바닥소리’의 전속 고수로 따라가 할머니들께 공연도 해드리고 이야기도 나누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잊지 못할 일화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옥선 할머니의 어깨 안마를 해드리려 할 때 반사적으로 제 손을 뿌리치시고 화를 내셨던 일과 강일출 할머니께서 그리신‘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작품을 봤을 때였습니다. 거부의 뜻이 완고한, 돌린 등을 보여주신 이옥선 할머니는 평소에는 그토록 사람을 고파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랬던 분이 도대체 얼마나 그악스럽고 힘든 삶을 짐지고 계셨기에 반사적으로 그 등을 돌렸을까요?

특히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을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그 그림을 보여주시는 강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속에는 아직도 새파랗게 질린 소녀가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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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신 강일출 할머니는 1943년 일본이 광기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16살의 나이에 보국대를 뽑는다고 집에 순사가 찾아와 납치되듯 끌려갔습니다.

중국 심양을 거쳐 장춘, 그리고 목단강 위안소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며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아 부대 밖으로 이송되어 다른 병든 소녀들과 함께 불구덩이에 던져지려할 때 조선 독립군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하였습니다.(유태인 학살이 이뤄진 아우슈비츠를 연상케하는 상황임!) 이후 중국에서 생활하시다가 2000년 영구 귀국하시어 지금까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시고 계십니다. 2001년, 할머니는 미술심리치료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십니다. 바로 당신의 절대 절명의 순간을 담은 ‘태워지는 처녀들’입니다. 저는‘ 구덩이 속에 불타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에 몸서리치면서 며칠 동안 심한 몸살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는 새벽녘, ‘귀향’의 줄거리가 떠올랐고 하염없는 눈물로 저도 모르게 그 이야기를 적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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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이야기는 보기 좋게 반듯한 작위가 아닙니다. 찢겨지고 불편한 현실과 염원입니다.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어리디 어린 나이에 고통 속에 절명했던 수많은 소녀들을 비록 영혼으로나마 집으로 돌려 보내는 이야기를 꼭 그리고 싶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위안소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던 동무인 정민과 영희가 등장합니다.

이 두 소녀의 시각으로 아픔의 역사가 보여집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탈출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습니다. 살아남은 소녀는 과거 자신을 대신해 죽은 소녀를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합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현재 또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린 무녀 은경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할머니들과 무녀 은경만의 귀향이 아닙니다. 지금 2013년 현재, 여전히 이 시대를 아픔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믿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돌아가게 하는 치유의 영화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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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는 일본의 파렴치한 부정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수적으로만 따져도 당시에 끌려간 꽃 같은 이 땅의 소녀들이 10만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소녀는 불과 몇 백에 불과합니다.(공식적으로 신고한 분들은 283명이다) 대부분이 능욕과 학대로 인한 질병과 폭력으로, 그리고 이른바 ‘소각명령’으로 차디찬 이국의 땅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죽었습니다. 그러나 잔인무도했던 일본은 지금도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 전쟁광의 망령은 현재에도 ‘독도망언’과 ‘교과서 왜곡’등으로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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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열리는 수요 집회가 있던 2004년 6월30일 아침, 김순덕 할머니께서 소천하셨을 때 바닥소리 동료들의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늘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되려 삶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해주셨던 고 김순덕 할머니. 당신이 남긴 ‘못다핀 꽃’은 강요에 못이겨 고통 속에서 능욕당하며 죽어간 소녀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을 만나 뵌 지 10여년 동안 절망과 후회로 당신들을 보내 드려야 했습니다. 김순덕 할머니를 비롯하여 지금은 돌아가신 강덕경, 김옥주, 문영금, 문필기, 박두리, 지돌이, 박옥련, 김화선 할머니… 한 분 한 분 저희에게 소중한 기억 갖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원망과 회환의 역사,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 너무나 뻔뻔한 가해자 일본… 영화‘ 귀향’은 죽어간 소녀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어 죄가 있는 자들이 죄값을 치루고 또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아 움직이는 문화적 증거가 될 것입니다. 2014년! 수많은 극장과 그 밖의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펼쳐질, 그래서 한번 상영에 한분의 영혼을 고향으로 모셔올 한판의 굿 영화 ‘귀향’….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