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샌프란시스코 여행 꼭 가봐야 하는 곳 : 세인트메리 스퀘어 파크

cultpd 2017. 11. 30. 01:22



백만 년 만에 괜히 눈물이 찔끔 나서 혼자 엉엉 울 뻔한 일이 발생했다.

머나 먼 이국 땅에서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샌프란시스코 여행기 계속.

사실 이번 샌프란시스코 출장은 호텔 예약도 안 하고 왔을 정도로 무계획 여행의 끝을 보여주려 했다.

단지!!!!!


딱 하나 스케줄을 잡아놓은 정말 정말 가고 싶은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못보고 피어 몇 번을 못봐도 좋으니 오로지 딱 한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이소룡 벽화?

미친 거 아냐?


이소룡이 우리 아버지도 아닌데 샌프란시스코 와서 딱 하나 이걸 봐야한다고???

절대 아니지....


차이나타운 보러 갔냐구?

농담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얼마나 많이 갔었는데 ㅜㅜ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

바로 세인트 메리스 파크, 공원이다.





​위치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 복판이니까 쇼핑을 하든 시내 여행을 하든 꼭 들르는 곳이니 절대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성 메리의 스퀘어.




세인트메리스 스퀘어는 유니온스퀘어에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뚫고 가다보면 세인트메리스 교회가 보인다.

아래 교회가 보이면 오른쪽에 바로 우리가 꼭 가봐야 할 세인트메리스파크가 있다.




오르막길 아니고 평지로 유니온스퀘어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면 가니까 꼭 가보시기를 바란다.




그냥 보통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공원이나 놀이터 같이 생겼다.

뭐하러 이런 동네 공원을 샌프란시스코까지 와서 가냐고?

패키지 여행에는 포함 안 되어 있고 블로거들도 전혀 소개하고 있지 않으니까 가기 싫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국내 최강 독특한 여행 블로거 김감독 아닌가?

남들 다 소개하는 곳을 소개하겠나?


엉엉 울 뻔했다니까???




동상도 있고 기념비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가 찾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ㅜㅜ


헐! 철거 됐나?





공원 깊숙히 들어갈수록 걱정된다.

안 보인다.

내가 다른 세인트메리스 스퀘어를 온 것인지 걱정 중 ㅜㅜ




아!!! 홈리스의 천국 샌프란시스코 답게 여러 홈리스 분들이 주무시고 쉬시고 계신다.





​망한 것인가?

생각하고 이제 그네가 있는 곳으로 마지막 도달.



사진= 박그네 아님.


그리고 공원 맨 끝에서 내가 찾던 장면을 목격한다.



난 이 동상을 찾아 왔다.

유일하게 계획한 처음이자 마지막 목적지.





소녀 세명이 손을 꼭 잡고 있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

멀리서 봐도 한복을 입은 우리 할머니다.



샌프란시스코 복판에 한국인 할머니가 한복을 곱게 입고 세 명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구성은 그냥 동상 구성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구성이다.




그리고 옆 쪽에 동상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위안부 생존자의 말을 밀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혀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을 먼 이국땅에서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고 눈이 뜨거워졌다.




사실 정말 감동적인 것은 위안부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샌프란시스코의 훌륭한 정신도 감동적이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도 가슴에서 느껴졌다.


성폭력, 반인륜 범죄, 인신매매, 더 나아가 성차별까지 가는 의미를 담은 것 아닌가?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자꾸만 뭔가 시선이 느껴진다.

머리 뒤에서 목쪽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소름이 온 몸에 돋아서 뒤돌아보니 거기에 계신 이 분.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 분.

바로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다.



두 손을 모으고 소녀들을 바라보는 김학순 할머니의 표정은 슬프지 않고 당당했다.

왜냐하면 김학순 할머니는 살아 생전 당당한 분이셨기 때문이다.


안타깝고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며 그 소녀들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김학순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동자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은 나에게 따갑게 느껴졌고 또 부끄러움이 이어졌다.





영화 아이캔스피크를 보면 나문희씨가 증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늦게 알려진 것은 할머니들이 떳떳하게 증언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가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과거 정부나 힘있는 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유는 권력과 돈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일파였거나 그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죄를 감추 위해 딸은 교과서를 바꿨고 아버지의 죄를 덮기 위해 아들은 언론을 잡고 흔들었다.

1975년 고 배봉기 씨가 위안부 피해자로서 언론에 위안부 실상을 증언했는데 당시 언론이 어디였을 것 같은가?

바로 교도통신 등의 일본 언론이었다.


정작 피해자들의 조국인 한국 정부는 조용히 덮고 있었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는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언한 우리의 운동가이며 우리의 혁명가인 동시에 우리의 할머니다.

당시부터 유엔 등의 기구와 협회 등 국제 사회는 반인권적 범죄행위로 위안부 문제를 비판했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해왔다.


오로지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만 빼고 전 세계는 한 목소리로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고 파렴치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비난해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만 위안부 문제를 사과도 법적 책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일본 편을 들었다.


반 인권적이고 반 인륜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 사회는 비난하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서둘러 끝내버린 것이다.  




손을 꼭 잡고 있는 세 소녀는 위안부 피해자 한국인, 중국인, ​필리핀 소녀다.

모두들 강한 인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가 ‘여성 강인함의 기둥’을 표현한 의미로 보인다.

그들은 피해자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다.

그들은 일본군 성 노예 사건 피해자인 동시에 여성의 강인함을 대표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상징이다.




그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딸이었고 사람이었다.




조각가는 외신을 통해 위안부 기림비를 제작하며 천통 이상의 연락을 각계 각층에서 받았다고 했다.

일본은 위안부 기림비 제작을 막기 위해 아베 총리까지 나섰으며 샌프란시스코와 60년 자매 도시인 오사카 시장은 자매 결연을 깨갰다고 샌프란시스코 시장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




2017년 11월 22일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시 시장은 세인트 메리 스퀘어 공원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를 공식 수용한다는 문서에 서명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정말 멋지다.

일본군 성 노예 사건은 일본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인권과 표현의 자유 문제기에 일본 정부가 어떤 협박을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오로지 피해 당국인 대한민국만 이면 합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 나라인 것이 다시 확인됐다.

시장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협박을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나라에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사안이 인권과 관련이 있다는 것.

이것에 분노가 차오르고 또 내 튀통수를 바라보고 있는 김학순 할머니의 얼굴을 보며 갑자기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더욱 슬펐던 것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은 위안부 기림비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 시간 넘게 있었지만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우리 소녀상이 있는 곳이다.





우리 할머니가 계신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가시면 꼭 들러서 이 기념비가 얼마나 큰 의미를 주고 얼마나 귀중한 역사를 그리고 있는지 꼭 확인시켜주시기 바란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의 역사보다 더 슬픈 것이 잊혀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샌프란시스코도 이렇게 당당하게 잊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잊어서야 되겠나?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13개국에서 일본제국주의군대의 성 노예로 수십만 명의 위안부 여성과 소녀들이 희생당했다.


saint mary’s square 약도  찾아가는 방법

https://maps.google.com/maps?yv=2&hotel_dates&um=1&ie=UTF-8&fb=1&gl=us&entry=s&sa=X&ftid=0x8085808bc77d4607:0xd09c80d372b1b9da&gmm=CgIgAQ%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