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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상상암은 실제 존재하며 클리셰(상투)를 거부하는 작가의 묘수였다

cultpd 2018. 1. 16. 13:32


황금빛 내 인생 천호진의 상상암을 막장드라마라 비웃는 대중

너무 슬퍼서 글을 쓴다.


듣도 보도 못한 병, 상상암을 놓고 실제 있는 병이다, 작가가 만든 병이다 말들이 많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그랬었다.

황금빛 내 인생에 대한 악플이 굉장히 많다.


  


상상암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 비웃고 아버지가 암에 걸려 자식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불만인가 보다.

그런데...

우선 상상암이 실제 존재하는 병인가를 알아보자.


상상임신은 존재하는 병명인가를 알아보면 더 쉽지 않을까?


상상임신은 pseudocyesis라는 용어가 있는데 병리학에서 상상 임신, 가(假)임신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한 병이라면 치료법이 있어야하지 않은가?

그런데 약물 치료법이 따로 없다.

상상임신을 했다고 제왕절개를 하겠는가? 아니면 낙태 수술을 하겠는가?


그런데 환자는 분명 배도 불러오고 월경도 안 하고 태아의 움직임도 느꼈다.

그러나 산부인과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생리 불순에 대한 약물 치료 정도 아니겠나?


그러니까 상상임신이나 상상암이나 똑같은 것이다.

분명히 증상이 있지만 신체의 병이 아닌 정신적 병인 것이다.

상상임신은 의학용어가 존재하고 상상암은 존재하지 않으니 상상암은 소현경 작가가 만들어낸 코미디인가?

그렇지가 않다.




상상임신은 워낙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진 케이스가 많고 역사적으로도 영국 여왕 메리 투더(Mary Tudor)가 수 차례 상상 임신을 하며 알려졌기 때문에 용어가 있는 것이지 상상암이 의학적으로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병은 아니다.

정신적인 질환에 건강염려증이라고 있는데 상상임신처럼 모든 정신학적 병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암을 걱정하여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믿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암인데 암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니 '상상암은 막장이다'라는 생각 자체가 막장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밥을 못 넘기고 토하고 각혈까지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리 우스운 내용은 아니다.



사진= 황금빛 내 인생 캡처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 뇌는 다중인격으로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또 귀신이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빙의라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참 놀라운 것은 인격이 바뀌면 피부에 없던 아토피가 나온다든가 인간이 깨어있을 때 나올 수 없는 세타파가 감지된다든가 이런 신체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니까 정신병은 정신이 허약해서 생기는 바보들의 병이 아니라 뇌가 살기 위해, 혹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작용을 일으키는 실제 존재하는 병이라고 봐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한 가지 언급할 것은


보통의 막장, 클리셰 (뻔한 것, 상투, 진부) 덩어리 드라마의 경우는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으로 나와야 맞다.

암인데도 끝까지 가족에게 숨기고 자식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고 가는 아버지가 바로 막장이고 클리셰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는 클리셰를 거부하고 상상암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서지안 : 가고 싶어요.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날마다 죽고 싶었어.

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세상이에요.

애초에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아버지는 항상 참고 인내하고 헌신하는 것이라는 클리셰 역시 과감히 깨트리고 삐친 듯 투정하고 원망과 불만의 마음 속 진심을 방언처럼 쏟아낸다.

어머니의 클리셰는 많은 드라마, 소설 등 대중 예술에서 작가들이 깨트렸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속 마음을 드러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소현경 작가는 본격적으로 우리시대의 가장 이야기를 클리셰 없이 쏟아내는데 천호진 말고도 대기업 부회장 전노민이 정신과 의사 앞에서 서럽게 울게 만든다.

이렇게 현 시대에 화두를 던지는 것은 적어도 막장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본다.




그러니까 소현경 작가는 막장 코미디로 상상암을 넣은 것이 아니라 클리셰를 깨고 이 시대의 아버지를 그린 것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과거 말 없이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부인과 자식들에게 위로는 커녕 원망을 듣고 입을 다문 채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들에 대한 위로라고 볼 수 없겠나?




아버지도 기타를 치고 싶었고 아버지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지만 

부잣집 딸이었다는 말에 몇일 만에 집을 떠나는 딸을 바라보고 

자신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아들의 말을 들어야했다.




상상암 덕분에 아버지는 바뀌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고 기타를 배우고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아들과 며느리에게 아들 돌 팔찌와 함께 이런 편지를 남긴다.



결혼하며 패물 하나 못해준 게 걸렸다 

살다보면 무릎 꺾이지 않게 

지탱해 주는게 자식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 아이가 오면 전해주렴


황금빛 내 인생, 막장 드라마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 시대의 못된 자식들에게, 그리고 힘든 아버지들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