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돈내고 경기하는 국가대표, 대한민국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cultpd 2012. 1. 16. 07:00



일본 아이스슬레지하키 협회 JISHA 주최로 세계 최고팀들을 초청하여 벌어지는

국제 경기가 2012년 1월 16일부터 22일까지 총 7일간 열립니다.


IPC Sanction 2012 Japan Ice Sledge Hockey Championships.

일본 나가노현 아이스하키 연맹과 나가노시 아이스하키 협회에서 주관하여

나가노시 와카사토 다목적 스포츠라레나(빅햇)에서 경기가 진행되는데요.


A POOL에 소속된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도 초청 받았습니다.

그래서 1월 15일 국가대표 17명과

박거준 감독, 전정국 코치, 김정호 코치가 인천 국제공항에 모여 나가노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이들은 대한민국 국기를 가슴에 붙이고 경기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세계 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몇번의 경기로 B POOL 1위를 차지하고

세계 8위 안에 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3월에 있을 공식적인 세계대회에서 7위 안에 들면 A POOL을 유지할 수 있고

내년 공식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대회에서 6위 안에 들면 소치 동계 장애인올림픽 본선에 자동 진출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어떤 언론도 알고 있지 않습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사화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스포츠가 관심있을리 있나요?

비장애인 경기 중에도 비인기 종목이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경기가 관심을 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기업이나 국가에서 지원이나 협조를 해주지 않겠죠?



그래서 오늘 새벽...

춘천 숙소에 내려가서 저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장애인 스포츠 경기 중에서 가장 무겁고 부피가 큰 짐을 자랑하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썰매와 보호장구로 가득찬 짐들을...

다리가 불편한 국가 대표 선수들이 모두 직접 차에 실어

직접 운전을 하고 인천까지 오는 것이었습니다.

들어보니 제가 들기에도 무거울 정도로 거대한 짐을

2인 1조, 3인 1조로,

양다리가 없는 선수와 의족을 한 선수가 커플이 되어 서로 도우며

짐을 싣고 선수단 버스도 없이 각자 자기 차로 모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분명 국가대표로 세계 경험을 쌓기 위해 중요한 경기를 치르러 가는데

선수 개인당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며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독과 코치도 모두 십시일반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그나마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생기기 전에는

보건복지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장애인 올림픽 출전에도 나라에서 지원을 안해줬답니다.

결국 스폰서를 구하러 뛰어다니고 스포츠 토토 등의 뜻있는 조직에서

도움을 받아 패럴림픽에 출전을 했었던 적도 있답니다.



국가 대표가 돈을 내고 한국을 대표하여 세계 경기에 출전하고

패럴림픽에 출전하는데도 나라의 지원을 못받아 출전에 힘이 들었던...

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세계 최고 기량의 나라들과의

경기를 준비하며 꾸준히 합숙을 해왔고 투지를 불사르고 있습니다.



박우철 선수...

며칠동안 지독한 몸살감기로 고생했는데

잘 해낼지 걱정되네요.




교통사고로 가장 최근 대표팀에 합류한 김성길 선수.

사실 세계 경기 첫출전입니다.



충청도 사투리가 구수한

당진 사나이 박상현 선수.


항상 여유있는 웃음으로

과격하기로 유명한 캐나다 전이 무섭지 않냐고 해도

따뜻한 웃음으로 여유를 부립니다.


저한테 형님이라고 해서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ㅎㅎㅎㅎ

그래도 박상현 선수 가만히 관찰하면 상당히 귀엽습니다 ^^






가지런히 발을 모으고 있는 장종호!

양쪽 다리 모두 힘을 쓸 수 없지만

강력한 돌진을 기대합니다.



한명, 한명 만나보면

모두들 맘씨 좋은 형님, 오빠, 삼촌, 동생들입니다.


물론 타고난 장애를 가진 선수들도 있지만

사고나 병마에 중도 장애를 얻은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얼짱 정승환 선수.

다섯살 때 집 앞 공사장에서 놀다가 대형 파이프에 다리를 깔려

한쪽 다리 절단.


현재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최전방에서 워낙 날쌔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방 선수들이 가장 싫어해서 자주 싸운답니다.


하지만 정작 싸움을 일으킨 정승환 선수는 어느새 도망가고 없고

박우철 선수만 싸우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실제로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선수 4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어깨 탈골, 다리 부러지고, 손가락 부러지고...

아이스하키와 똑같이 슬레지하키도 워낙 과격한 경기라 종종 사고가 일어납니다.




정감있는 미소의 이용민 선수.

스무살 때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두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자랑하는데

아픔이 좀 있습니다.


여자친구 집에서 결혼 허락을 안해줘서

올림픽 메달을 따고 결혼 허락을 받겠다고 다짐합니다.

여자친구 이야기하는 이용민 선수의 눈빛이 슬프면서도 참 따뜻합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봅니다.





아이스슬레지하키 계의 김병만,

사성근 선수입니다.


어깨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번 국가대표에서 빠지고 지도자의 길을 가려고 했는데

부인이 강력하게 국가대표를 요구해서

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곰돌이 조영재 선수.

발가락 종양으로 종아리 근육이 약해서

휠체어 농구를 하다가 스카웃된 강한 파워하키를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연세이글스 팀의 골리 (골키퍼) 정영훈 선수.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일하면서도 열심히 운동하는 우리 골리입니다.






또 한명의 골리, 유만균 선수.

갑자기 공항에서 발가락이 아파서 의무실에 갔습니다.


경기 출전 불가능이라고 의사가 그랬다는데

... 뭐 상관 없답니다.


유만균 선수는 야구선수로 대학 진학도 결정됐었는데

부상으로 수술중 신경을 건드려 마비가 왔답니다.







동안 최배석.

25살 때 병역특례 중 다쳤다고 합니다.

한국 재활복지대학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엘리트 이미지의 장동신 선수.




슬레지계의 임재범, 주장 한민수 선수.



레드불스 소속의 맏형 이영민 선수.



매서운 눈빛! 불도저 김영성 선수.




주먹을 부르는 귀여움, 조병석.




스타일리시 선수, 이종경!







모두들 우리의 국가 대표입니다.


기자 한명 없이 작은 디카 사진 한장만을 남기고

그들은 나가노로 떠났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들은 이 위험한 경기를 하고 있을까요?

누구를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걸까요?





한 선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해외 경기를 가면 그래도,

현지 교민들이 나와서 따뜻한 국물도 건네주시고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면서 응원도 해주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빙상장 위에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듣는 것은

피를 끓어오르게 한다고!








한민수 선수가 한 말을 클로징 멘트로 씁니다.


출근했던 백인 아빠가 흑인이 돼서 돌아오는 일은 없지만

비장애인이었던 아빠가 장애인 아빠로 돌아오는 일은 많이 있답니다.


우리 대한민국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선수 여러분,

다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시기를 기원합니다.






파나소닉 GH2, 핫셀블라드 H3DII-39, 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