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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XX를 닮은 누가바, 복고마케팅의 성공 이유

cultpd 2013. 3. 20. 06:30

정말 몰랐다.

그리운 줄 몰랐다.


문득 발견한 1975년.

그때부터 난 비비빅을 사랑했을까?



















비비빅 옆에 놓인

함께 사온 과자 봉지.


그 위에는 30년지기라는 말이 보인다.


이건 1982년부터 사랑 받았단다.










82년이면 서슬 퍼런

군사 독재 시절, 그이름도 유명한 전두환 시절에 

뻥이요라는 이름으로 과자를 만들었다니...


분명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라는 노래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 옆에 놓인 것은 새우깡...


아!!!

뭔가 이상하다.


신제품이 하나도 없다.












새우깡을 짠 과자 카테고리로 넣는다면

단 과자 카테고리에는 고구마깡이 있다.

새우와 고구마의 싸움이 다윗과 골리앗 같아서

고구마깡에는 검은 깨를 붙이는 전략을 폈었지...












냉장고를 열어봤다.

분명 이곳에는 신제품이 있을거야~~~











허걱!

누가 볼까 몰래먹는 누가바다.


신스 1974년!


대한민국이 가장 얼어붙었던 시절...

박정희 군사정권 때다!



그 때가 아마 1974년이었을거다.


이땐 아이스크림 하나도 숨어서 

누가 볼까봐 몰래 먹던 시절이다.


사제 폭탄 같은걸로 오인 받으면 바로 사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바 같은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주의해야 했던 시절이다.


학계에서는 또다른 주장으로

남성의 XX를 닮은 낯 뜨거운 모양이라 몰래 먹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코카콜라와 함께 가장 열정적인 물건이다.










헉!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오래된 것들만 사 모았을까?


분명 일부러 산 것이 아니다.


그냥 찾아보니 온통 옛날거다.










아맛나는 1972년!

가짜 팥이 아니라 진짜 팥,

좋은 팥으로 정성껏 만든 아이스 과자다.


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우유라는 주장도 있으나 

절대 우유는 아니다.

살짝 가미됐을지는 몰라도 분명 우유는 아니다.


우유라면 아맛나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

서주 아이스바라고 이름을 붙였어야 맞다.


또 다른 주장으로는 연유라는 주장이 있으나

직접 씹어보면 절대 연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추측으로는 설탕물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도 76년부터 만들었단다.


당시에는 혁명이라고 불리우던

아이스크림계의 체게바라다.


보통은 밤맛이면 밤맛, 꿀맛이면 꿀맛이어야 하지만

이 놀라운 발명품은 

한쪽에는 밤을, 다른 한쪽에는 벌꿀을 배치했다.


그 비싼 벌꿀이 0.2퍼센트나 함유되었다.

물론 천연벌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아이스크림에 두가지 맛을 넣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특히 영양만점인 밤과 꿀의 조합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신선하다.


과자계에는 꿀꽈배기라는 독보적인 라인업이 있지만

그 과자는 단지 꿀맛만 존재하기 때문에 한 수 아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자를 꽈배기처럼 꼬았다는 것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는 분명 있을 것이다.













왜 나는 이토록 오래된 발명품들을

아직도 구입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살짜쿵 데이트하는 12시에 먹는 부라보콘이 없고

중저가 브랜드 아이차나 쭈쭈바가 없고,

온가족이 함께 먹는 투게더 같은 단체용 아이스크림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 정도면 분명 추억 마케팅, 복고 마케팅의 희생양이자,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복고 마케팅에 대해서 한 말씀.

복고 마케팅은 레트로 마케팅인데 Retrospective의 줄임말이다.

회고하는, 소급적용되는, 회고전... 뭐 이런 뜻이다.


레트로 마케팅이 잘 먹히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학자들의 견해가 있지만

나의 견해는 이렇다.


현재 사는 사회가 너무 못미덥고 무섭고 불안할 때!!!!!

사람들은 옛날을 생각한다.

옛날이 좋아서가 아니라 옛 것에서 가장 편안함, 안정을 느끼는거다.


예전 911테러 때 미국에서 아주 재밌는 발표가 하나 있었다.


비행기가 빌딩으로 돌진해서 빌딩이 넘어지는 무서운 상황 속에서

TV프로그램 시청률 추이를 조사해봤더니

아무 관계없는 프렌즈라는 오래된 시트콤이 

시청률이 갑자기 상승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불안에 떨 때 새로운 것 보다는 

오래된 편안한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복잡하고 날카로운 현 시대에서 아프고 지칠 때

사람들은 과거, 평온했던 시절, 아무 생각 없었던 어린 시절,

추억을 통해 위로를 얻으려는거다.


그래서 수십번 본 오래된 시트콤 '프렌즈'가 갑자기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발표였다.

이건 실제로 학계에 발표됐고 논문으로도 인용될 정도다.











그 시절,

양껏 목먹었던 아이스크림과

돈이 없어 살 수 없었던 프라모델이

내 뇌속에서 결핍으로 인식되는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은

첫사랑에게 "우리 그 때 정확히 왜 헤어진거지?"라고 묻듯

꾸역 꾸역 아픈 추억을 핥는다.


훌쩍 줄어버린 양과 

편하게 사 먹을 수 없는 물가에 

가끔은 눈시울 적시지만...


현 시대가 너무 육중하다 보니...





하지만...


아픈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이 되고

즐거웠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눈물이 되나보다.


당신에게도 눈물나도록 그리운 시절이 있다면

오늘 비비빅이나 한번 빨아보길 권한다.

당신이 비비빅을 빨기에 너무 어리다면 메가톤바라도 한번 빨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