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무한도전이 장수하는 이유(아이돌에게 한국사 교육)

cultpd 2013. 5. 12. 00:59

무한도전이 장수하는 이유는 뭘까?


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무도 멤버들은 역사선생님으로 분했다.

B1A4, 포미닛, 걸스데이, 샤이니, 인피니트, 시크릿, B.A.P, 지나, 오렌지캬라멜 등

아이돌과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물팀(유재석 하하 길) 문화재팀(정준하 정형돈) 사건팀(박명수 노홍철)으로 각각 팀을 이뤄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역사 공부에 들어갔다.






무한도전의 강점은 포맷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의성, 트렌드, 이슈에 대해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으로 포맷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예를 들면 런닝맨은 대결, 혹은 게임을 반드시 해야한다.
포맷이 게임이기 때문이다.

스타킹은 출연자가 나와서 신기한 특장점을 공개해야 한다.

무릎팍 도사는 출연자와 제한된 장소에서 토크를 펼쳐야 한다.

포맷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것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변형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무형의 포맷이라 시의적절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주제를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역사의식 부재와 일본의 망언 등을 겨냥한
김태호 피디의 기획은 단지 아이템 선택이 아니라 사명감으로까지 느껴진다.
이전에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패러디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관심 없는 주제를 재조명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보여줬다.



그래서 대충 보면 바보들끼리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시대인과 함께 살아가고, 느끼고, 늙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프로그램들 중에는 시청률을 위해서 시청자에게 좀 피해가 가더라도
저질 문화를 양산하고 자극적, 말초적인 부분만 건드리는 것들이 많이 있다.
혹세무민과 막장 드라마가 판치고 있는데
약을 강하게 쓰면 나중에는 약발이 받지 않는 것처럼
과도한 자극은 더한 자극을 원하게 만들고 그러다가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잊혀지는거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신기하게도
"이번 주에 재미없더라도 다음주에는 재밌겠지"라고 생각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심지어는 "다음 주 방송 준비하느라 이번 주는 쉬어가는 주구나"라고 시청자가 오히려
이해해주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다.


역사 교육을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며
MBC에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도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늙은 유재석, 늙은 하하가 진행하는 늙은 무한도전,
그리고 늙은 김태호 PD를 상상하며
그 때에도 지금처럼 시청자와 함께 생각하고 반성하고 고민하는
역사의식, 문화의 다양성,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 썩어빠진 나라를 그래도 조국이라고 사랑하는 마음 변치않기를 기원해본다.

그리한다면 우리 늙은 시청자들도 무한도전을 영원히 지켜줄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 단재 신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