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무한도전이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오해

cultpd 2013. 7. 14. 21:41
슬랩스틱 코미디 (Slapstick Comedy)란
소란스럽고 동작이 과장된 코미디다.

지난 주,  무한도전 (웃겨야 산다)에 대해 비판을 했다가 
2백명에게 테러를 당했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무한도전을 무조건 아끼는 마음이 큰건지
아무튼 당황스러웠다.

물론 후자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고 이유도 알고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많이 안타깝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한도전은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단지 무도 멤버들의 바보같은 행동과 모자란 말들만 본다면
아마도 아래 동영상의 외국인처럼 무한도전이 인기있는 이유를 
알 수 없을거다.

예전 영국에서 온 진행자가 지구상의 최고의 쇼 104번째로
대한민국의 무한도전을 소개했는데 그때 했던 아이템이 '명수는 12살'이었다.




진행자는 이 쇼가 왜 인기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쇼는 이렇게 촌스럽고 발달이 안됐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웃기기 쉬우니까 좋아한다고 

야, 야, 야~~~ 를 외친다.





도대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런 짜여지지 않은 프로그램 형식에

이 프로그램은 대본이 없냐고 묻자...





프리스타일이라고 외친다.





이것을 단순히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무한도전은 참 쓸데없는 구식 슬랩스틱 코미디가 될 것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에 다른 프로그램에는 없는 
딱 한가지가 더 있다.





시작은 허접했지만...




세월이 가면서 시청자와 무한도전은 가족이 되었다.
옛날 전원일기를 기억하는가?

출연자가 나이 들면서 그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집 이야기가 되어버린거다.

무한도전은 갑자기 한편만 본 사람은 그 재미를 모두 느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과 행동은 있는 그대로 보는 재미보다 
그 뒷 이야기, 뉘앙스, 캐릭터 충돌 등을 시청자가 이미 알고 예상하고
느끼며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정면 승부하는 것을 싫어한다.
오히려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얘기만 나눠도 웃음이 마구 나는데
물론 이 경우엔 시청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실제로는 슬랩스틱이 강했던 <웃겨야 산다> 편이 <흑과 백>보다
시청률이 더 잘 나온 것이다.

다음 TV시청률 검색, TNmS 제공.


이런 느낌이 든다.


오랜 세월 함께 달력을 만들고 레슬링을 하고 벼농사를 지으며

쌓아놓은 추억과 

달력 배달을 받으며 길거리에서 만나며 함께 나눈 소통들,

그것을 제외하고는 무한도전을 평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다.


실제로 나는 행쇼에서 노홍철이 요들송을 하거나, 타령을 하고

박명수와 정준하가 헐! 대박! 등을 외칠 때 까무러칠 정도로 웃는다.

하지만 행쇼 재미없다는 사람들 많다.

옛날 무모한 도전이 재밌었다는 리플이 엄청 많다.


난 무한상사가 재밌는데 무한상사는 안본다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이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시청률의 추이로 볼 때 

무한도전도 이제 슬랩스틱 코미디나 억지 웃음을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가?


대부분의 무한도전 고정 시청자들이 젊은 탓에 다운로드나 VOD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신경 써야하고 그들은 추억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적다.

그러다보니

슬랩스틱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무한도전을 바라보는 것 처럼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의 경쟁력은

그리 크지 않을테니.....





The Greatest Shows on Earth 104 (part 2,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