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카메라,렌즈 리뷰

그로테스크한 프랑스의 해바라기 밭

cultpd 2013. 11. 5. 06:30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있다.

미술대사전에서 그로테스크의 정확한 뜻을 한번 살펴보면


그로테스크 [ grotesque ]

서양 장식모양의 일종이다. '그로트'에서 유래된 말로 동물, 식물, 가면, 건축의 일부 등 각종 모티브를 곡선모양으로 연결해 복잡하게 구성한 것이다. 로마 시대의 벽화(예를 들면 네로의 도무스 아우레아)에 처음 사용되었고,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즐겨 쓰여 라파엘의 바티칸 궁전 로지아의 장식과 같은 걸작을 낳았다. 그 후 장식적 패턴을 떠나서 기괴하고 환상적인 표현을 통상 그로테스크의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로테스크 [grotesque] (미술대사전(용어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원래 그로테스코(grotesco)라는 이탈리아어에서 왔는데 보통의 그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장식하기 위해 새롭고 색다른 양식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형상이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아니라 괴상하고 부자연스럽고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에 쓰는 말이다.

대학 때 문학을 배웠는데 예를 들어 동물의 내장이 바닥에 펼쳐져있는 그런 모습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도스토예프스키도 그로테스크의 표현을 참 잘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그로테스크 개념을 우리 말로 징그럽다고 할 수도 없고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도 없고 또 괴기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그로테스크를 좋아하는 내가 캐논과 맞을리가 없다. 사실 리코에서 나온 gr이란 카메라랑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gr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ㅎㅎㅎ

프랑스에서 해바라기 밭을 발견했다. 햇빛을 따라 반짝 반짝 빛나는 해바라기를 보통 사람들은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는 이렇다.

물론 해바라기에 희망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면 너무 멀리 추측해야하나? 죽은 듯한 해바라기의 시체 밭에서 그로테스크를 느끼며 한없이 감동한다.

사람은 꼭 예쁘고 귀여운 느낌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진은 반드시 깨끗하고 아름다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