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킬미힐미 마지막회대본 유출, 마지막 장에 적혀있는 글과 캐스팅 비화

cultpd 2015. 3. 11. 04:31

킬미 힐미의 마지막 대본을 찍은 사진이

드라마 스태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킬미 힐미 마지막회 대본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Kill Me, Heal Me” Writer Sends One Last Message to Actors and Staff

The writer of the popular MBC drama “Kill Me, Heal Me” Jin Soo Wan wrote a message 

at the end of the series’ last script to staff members and actors.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주신 완소 스태프 여러분. 

부족한 대본에 따뜻한 호흡과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신 연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 


2015년 겨울과 봄. 수요일 목요일 밤 10시. 

제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누군가에게 상처주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여러분에게 힐링받던 시간.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대들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작가 진수완 올림  





작가의 따뜻한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만족감이다.

글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하는 말,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자들에 대한 뜨거운 만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수완 작가는 70년생, 46살의 작가인데

이전 드라마 학교로 시작하여 최근 경성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로

최고의 인기 작가 대열에 섰다.


하지만 최고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킬미 힐미 대본은 연기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이유는 다중인격이 소재인데 다중 인격 장애의 경우 연기자들이

상당히 욕심내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두려워했던 것은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격 중에는 여자로 분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촌스러운 사투리를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7가지 인격을 소화해낼 수 있는 연기자는 대한민국에 누가 있을까?


현빈이 처음 킬미힐미의 주인공으로 관계자들 사이에 소문이 났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이승기가 유력하다고 했는데 이승기와 여자주인공 임지연 역시

출연하지 않았다.


이승기는 영화 오늘의 연애 일정과 겹쳤고

임지연은 영화 간신의 촬영으로 출연이 힘들었다.


임지연은 송승헌과 인간중독이란 영화에 출연해 화제가 된 여배우다.


그리고...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이제는 그 이름도 찬란한 지성이다.


SBS 카이스트로 데뷔한 지성.

사실 그동안 대형 드라마도 했었고 영화도 했던

분명 A급 배우인데 지성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씬이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연기도 잘하고 생긴 것도 귀여운데 

도대체가 작품 운이 없다.

최민수는 사랑이 뭐길래가 있었고 

송강호는 현정화가 떠오르는데

도대체 지성의 한장면은 뭐였나?


그런데 시청자는 물론이고 감독들, 배우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지성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


이건 킬미 힐미의 대본을 지성이 잘 소화해낸 것이 아니라

지성이라서 대본이 살아난 것 처럼 믿을 수 없는 연기를 해냈다.

심지어는 신세기 분장을 하고도 차도현 인격을 연기하는데 

시청자가 알아볼 정도다.


쉽게 말해서 분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얼굴 근육으로 인격을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작가가 지성에게 준 선물일까?

도대체 매력 없는 캐릭터가 없다.

신세기, 악역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력 쩐다.

귀여운걸로 따지면 사실 여자 인격보다도 더 귀여울 정도로

신세기의 귀여움은 상상 불허다.








그리고 킬미힐미의 여주인공 황정음.

드라마 비밀에서 이미 지성과 호흡을 맞췄던 황정음은

단 한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 없는 백전백승 드라마 여배우다.


황정음이 대본을 보고 캐스팅을 수락하면 백전 백승이란 말.

황정음이 대본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보다는

황정음이 시청자 눈과 가장 비슷하고 드라마 주 시청층의 코드와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황정음이 선택한 대본에는 항상 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같은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기본 클리셰가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원포인트 독특한 걸 고르는 것이

결코 어깨에 힘을 들이지 않고 던지는 투수와도 같고

온몸에 힘을 주고 노래하지 않는 박진영같다.


명장면은 말할 수 없이 많은데 두사람의 코믹한 장면은

정말 황정음이 아니었으면 다른 여배우가 싸우다가 랩을 하고 

인형처럼 춤을 추는 장면이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역시 황정음이 살린 면이 있다.


그리하여 

킬미 힐미는 오랜만에 배우들이 살린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배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대본이 더 중요하다고 하고

연출이 후지면 드라마가 망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킬미 힐미 만큼은 정말 지성의 승리, 황정음의 승리였다.


그리고 작가의 마지막회 대본, 마지막 장에 있는 말처럼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사는 우리들,

또 상처를 받고 사는 우리들,


그런 우리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었던 참 즐거운 드라마였다는 것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전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다.

사진=킬미힐미 제작스태프 인스타그램, 킬미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