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좋아하는 것이 여자라면
난 여자다...
구두를 신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보다는
구두를 사는 것을 좋아한다.
비슷한 물건으로 가방이 있는데
어쩜 그렇게 여자들이 좋아하는걸 좋아하는지...
그렇다고
명품백과 구두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난 정말 예쁜 구두,
이것은 어쩌면 도로시가 언덕을 넘을 때 신었을 듯한
그런 구두다...
고양이 앞모습만 양쪽에 프린트되어 있었으면
그냥 고양이 신발인 것을...
이 구두는 오른쪽에 고양이 두마리의 앞모습,
왼쪽에 고양이 두마리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작은 차이가 나를 설레게 한다.
이런 것을
혹자는
짝째기라고 부른다.
표준말은 모르겠다.
짝짝인가?
CAMPER 라는 스페인 슈즈 브랜드다.
그리 싸진 않지만
그렇다고 명품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내눈엔 명품이다.
난, 노멀 플러스 원포인트를 좋아한다.
어쩌면 대부분의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 그럴지 모르지만
난 전체를 화려하게 치장할만큼 자신감있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뻔하고 단순한건 싫다.
그러니
소심하게 내 패션 감각을 보물찾기 하듯 감추어 놓는다.
때로는 눈에 보일랑 말랑 한 표시로,
혹은 단추로,
혹은 실의 색깔로 ^^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예쁜가?
보자마자 나는 쏙 빠져버렸다.
이 브랜드.
아무래도 사랑할 것 같다.
이 색깔, 그리고 선..
그냥 파란색, 그냥 초록색을 싫어하듯
그냥 빨간색, 그냥 분홍색을 싫어한다.
그것이
자신감없는 나의
소심한 일탈이다.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 하진 못해도
목욕탕에선 홀딱 벗고 시크릿의 율동을 따라해본다.
밑의 오른쪽에서 두번째 구두!
꼭 사고 싶었다.
사이즈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고 싶은 옷이나 구두의 사이즈가 없는 것이다.
머리가 비었다고?
맘에 드는 사이즈 없는 구두를 못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다.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꼬옥 선물하고 싶은 구두를 발견했다.
이런 구두를 신으려면 다리가 상당히 길어야한다.
웬만한 다리로는 이런 굽없는 구두를 신을 수 없다.
아니... 신어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서인영은 이 구두를 소화 못할 것이 분면하다.
옛날 첫사랑에게 구두를 선물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이 구두를 바라보며
두번째 여자는 날 떠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캐논 1DmarkIV, 24mm f1.4L II.
COEX, CAMPER
http://www.camper.com/en
CAMPER 전문매장 : 신사동 가로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