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프트하면서도 재밌게,
그러면서도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감성샷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아무 사진이나 부담없이 올려보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느낌만 있다면, 이유만 있다면
그냥 감성샷이라 우기면 되니까요...
예쁜 것, 그리운 것, 감성적인 것은
아련함과 통합니다.
아련함을 제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로 깨는 것입니다.
꿈을 깨다, 분위기를 깨다, 콩깍지가 사라지다...
옷을 다 벗고 명동 한복판에 서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연기자가 화장을 안하고 HD 카메라 앞에 선다고 생각해보세요.
김태우가 안경을 벗고 노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깬다는 것은 숨길 것이 없다는 것이고
모든걸 드러내면 내공의 약함이 들통나고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드라마 속 상황에 몰입해야 하는데
TV가 너무 좋아서 연기자 땀구멍이 자꾸 신경쓰이는 것 같은 현상이죠.
감성샷을 위해 우리는 최대한 깨지 않게 가리는 작업을 하는겁니다.
그 중 첫번째가 현란한 색감을 빼는 일입니다.
어릴 적 먹던 줄줄이 매달린 사탕...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하시면
상당히 감성적으로 찍었지만 왠지 아래 사진이 더 깨죠?
화려한 색감은 아련함을 깨기 쉽습니다.
보정 프로그램에서 SATURATION을 좀 빼면
감성 샷이라 주장하기 훨씬 편해집니다.
2. 피사계 심도를 얕게하라!
포커스 아웃이 심하게 된 사진이
감성적으로 보이는 이유도 똑같습니다.
좀더 가리워진거죠...
보일 듯 말 듯 가리워진 길은 더 신비해보이고
상상력을 자극하죠...
이럴 땐 쨍함까지도 방해가 되곤 합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의 대부분은 과거입니다.
미래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과거가 그리운 이유는 아득하게 빛이 바랜,
그래서 왜곡된 아름다움만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지저분함과 고통스러움은 생략되고 가려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진에서도 빛이 바랜 느낌과 생략, 또는 가림을 주면 비슷한
효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눈내린 바다가 보이는 창...
아래 사진이 정확하게 잘 찍혔다면
사실 굉장히 썰렁한 사진이 됐을겁니다.
안과 밖의 색온도 차이가 심하고 노출차이가 심해서
에러가 난 사진을 우리는 감성샷으로 우기는 겁니다.
"이거 일부러 이렇게 찍은거야!!!"
SATURATION을 줄이는 것이 감성샷의 기초지만
다음으로 화이트 밸런스를 현실과 다르게 조정하는 것도
깨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화이트 밸런스라는 것은 흰색을 흰색으로 나오게 하고
검은 색을 검은색으로 보이게 만드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살짝 비틀어버리는 겁니다.
제가 라이카 디지털과 콘탁스 ND를 좋아하는 이유가
화밸이 비교적 부정확하기 때문입니다.
빛의 상황에 따라 묘한 화이트 밸런스가 나와서
오히려 보정하지 않고 놔두는 편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진하지만
복잡한 광원 속에서 화이트가 살짝씩 틀어져 있기에
더욱 매력적입니다.
눈치 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모든 방법의 공통점이 가리고 생략하고 왜곡시키는겁니다.
험난한 현실을 잊게 만들 듯
주변의 휴지통, 먼지, 가격표, 지저분함이 가려질 수록
사진은 감성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비네팅 효과라는 것은 사진의 주변부 광량 저하 등의 단점을
일부러 만드는 것인데 중앙부를 강조하고 지저분한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로모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예쁜 이유 중 하나가 이 비네팅 효과입니다.
사진들의 중앙부가 돋보이고
가장자리를 살짝 어둡게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심하게 비네팅을 만들어버리면 답답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고...
많은 사람들이 흔들린 사진을 망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진 작가들의 작품 중에 흔들린 사진들이 많습니다.
요즘 카메라들은 성능이 너무 좋아서 자동 ISO로 해놓으면
흔들림이 거의 없죠?
흔들림까지도 표현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가지시면 좋습니다.
왜 사진이 흔들렸냐고 물으면
널 바라보는 내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해주세요 ㅎㅎㅎ
아래 사진의 예쁜 얼굴은
흔들려서 오히려 아름답게 표현됐습니다.
무조건 우기는 겁니다.
나의 의도된 감성샷을 매도하지말라고...
또 한가지 감성샷의 방법에 흑백 변환이 있습니다.
아무리 살리려 해도 못살리는 사진!
흑백으로 바꿔보십시오.
흔들리고 고감도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고, 컬러 노이즈로 뒤범벅된 사진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이제 감이 오시죠?
모든 감성샷의 원리는 하나입니다.
이 경우는 색깔을 생략하는거죠.
흑백이 어울려서 흑백이 된 사진도 있지만
부족한 점을 가리려고 흑백이 된 사진도 있다는 사실 ^^
아!!! 오늘은 쉬운 주제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리하다보니 이왕 하는거 총망라하게 됐네요 ^^
한번 복습해보겠습니다!
윤계상씨를 제가 찍은건데요...
이 사진에서...
saturation을 빼보겠습니다.
그리고 주변부 비네팅 효과를 줘보겠습니다.
요렇게 바뀌는겁니다.
결론적으로...
감성샷의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감수성을 얼마나 사진에 녹이는가,
그리고 효과적인 녹임을 위해 얼마나 복잡한 것을 잘 생략하고
상징, 은유를 하는가가 감성샷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