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화보 촬영 현장...
Irina
Height 175 / Bust 91 / Waist 58 / Hips 90 / Size of shoes 39 Hairs Eyes brown Models experience is since 2007 China 2007, Ukraina 2008
Motor show in china Fashion show in Moscow 2008 Fashion magazine “moda” Wedding magazine “sbozivo”
나이는 한국 고정관념상 너무 어려서 공개하기가 어렵지만
상당히 어린 나이였다
외국 아이들이 상당히 나이들어 보이는 건 다 아시겠지만
내가 보기엔 꽤나 나이들어 보였다
근데 이 아이의 나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던건
촬영만 잠시 없으면 구석에 앉아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는거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아이팟이 파나? ㅎㅎㅎ
아무튼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이팟으로 음악 듣는 모습을 찍기로 했다
예쁘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인상을 쓸까?
웃으면 이쁠텐데...
스마일, 스마일....
외칠 때 그 때만...
그리고는 인상 쓴다
왜?
마치 나한테 화가 난 듯...
아니 어떻게 보면 얘 일하기 싫은 것 처럼 보인다^^
아님 누군가
이리나에게
인상 쓸 때가 예쁘다고 말해줬다보다...
제발 좀 웃어~~
이리나
근데 왜 그런지 나에겐
이리나의 그런 썰렁한 표정이
매력있게 느껴졌다
내가 미쳤나?
뭔지 모르지만
그 아이, 참 고단해보인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벡 언어가 따로 있지만
이리나는 러시아어도 할 수 있다고 했고
대학때 러시아어를 전공했던 나는
기억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며 연습해서
옷갈아입는 시간에 잠깐 대화를 시도했는데
허거걱~~~ 그녀가 나를 피한다
우씨...
내가 수작거는줄 알았나?
그게 아닌데...
하긴 옷도 변변히 안입고 있는데 험상궂은 내가 다가갔으니
약간 놀랐을 수도 있겠다
은근히 기분 나쁘다
아끼는 여친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섹시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처럼
괜히 내 맘이 야릇하다
까닭없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게 뭔 느낌이지?
사랑?
얼어죽을...
참 예쁜 아이였다
이리나...
그리고
다음 날.....
야외 촬영
역시 인상 드럽게 쓴다
사진작가는 계속 스마일을 외친다
그 작가도 영어가 안되는지
듣다보니 쓰는 영어가
오케이, 뷰티플, 스마일, 굿, 웨이트, 치즈였다
무슨 돌 사진 찍는 것도 아닌데 스마일, 치즈를 외쳐야하다니...
해가 쨍해서인지
오히려 인상을 더 쓴다
왜 그러니 ㅜㅜ
넌 프로야~~~
이리나에게 아이팟을 빌려달라고 했다
몹시 떨떠름하게 통역하는 사람을 통해서 빼앗기듯 ㅎㅎ 빌려 주었다
배터리 아까웠겠지 ㅜㅜ
난 전날 밤에 준비한 노트북에 있던 최신 한국음악 10곡 정도를
이리나의 아이팟에 그녀 몰래 동기화시켜 주었다
그녀에게 아이팟을 건네며
짧은 러시아어로 물었다
왜 안웃냐고...
대답을 했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해석을 잘 못하겠다 ㅜㅜ
대학교 때 공부안한거 후회해본게 이번이 처음이다
살다, 웃다... 부정의 의미... 뭐 이정도????
나중에 찾아보려고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다
그렇게 인상파 이리나와의 촬영이 끝났고
나는 또 다른 모델들 촬영에 바빴다
그런데...!
몇시간 후 저 멀리에서 청바지를 입은
예쁜 소녀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엥????
이리나였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소녀
깡총 깡총 뛰고 있는건
분명 이리나였다
손을 흔들며 다른 한손에 있던 아이팟을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헉!!! 인상파 이리나가 웃었다
나 왜 갑자기 눈물 날 것 같니?
갑자기 다 늙어서 왜 심장이 뛰는지
심장은 아직 못 늙었나보다
티셔츠 차림의 이리나는 너무 예뻤다
벗고 있던 모습보다 만배는 예뻤다
귀여운 녀석~~~
그 사진이 없는게 너무 슬프다 ㅜㅜ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바쁜 일상...
매일 똑같은 생활
우즈베키스탄에서 있었던 일은 꿈처럼 멀리 잊혀졌다
어느 날...
노트북 바탕화면 정리 중에 발견된 한 줄의 러시아어
난 러시아 무역을 하고 있는 대학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그 녀석의 해석 :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가슴이 많이 아팠다
예쁜 추억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메일 하나도 못 받아왔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
잘 살고 있겠지?
누군들
살면서...
웃을 일이 뭐 그렇게 많았겠나...
그래도 우리에겐...
생각하면 슬며시 미소가 번져오는 일들이 서너가지씩은 있다
그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어야 했는데...
고작 노래 몇곡 준 걸로 해맑게 웃던 소녀
이리나가 문득 가슴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