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바람에 실려'
이 프로그램은 아마 '집드림'과 함께 올해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될 듯한
포스로 그 첫회를 열었다.
가수 임재범의 예능 도전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인데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리서치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첫 방송된 '바람에 실려'는 6%의 전국일일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관심의 대상인 매력적인 캐릭터,
임재범이 이대근 성대모사까지 했는데 나온 시청률 치고는 꽤나 저조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임재범의 PD 데뷔작이다!
가수로서의 임재범은 누구도 폄하할 수 없는 경이로운 능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PD로서 임재범은 이것이 첫 작품이다.
조연출 생활도 안하고 바로 일밤이라는 대형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다.
당연히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전파 낭비 컨텐츠를 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럼 따라간 PD는 무얼하고 있는걸까?
임재범의 비위를 맞추고 살살 달래서 그가 성대모사나 색다른 모습을
최초로 찍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프로그램 내내 임재범의 카리스마 때문에 출연자들이 쩔쩔매는 꼴을 보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고 거기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가 촬영 중에 갑자기 사라지고 바다사자 소리 흉내내는 것을 보여주며
대박이라고 자위를 하는 사이...
시청자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임재범의 매력까지 재고하게 될 것이다.
너무 황당하여 PD가 누군지 스태프 크레딧을 살펴보니
예당엔터에서 제작까지 손을 댔다.
당연히 임재범은 예당 소속이고 가곡 '얼굴'을 스튜디오에서 열창한 후
그 곡은 음원 차트에 바로 올라갔다.
자사 소속가수와 제작팀을 활용하여 프로그램 제작 매출과 음원 판매 매출을
노린 기본적인 컨텐츠 전략이다.
예당컴퍼니는 '바람에 실려' 컨텐츠 제작, 공급에 따른 1차방영분, 6억원을
공시한 바 있다.
임재범이 오래전부터 꿈꾸던 음악여행을 실행에 옮기는데
방송과 음원으로 돈까지 벌면서 연출도 마음대로 하니 그야말로
임재범에게는 원소스 멀티유즈, 최고의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에 몇 없는 아티스트 임재범을 잃기에 충분히 위험한
발상이자 시스템이다.
젊은 날 그의 방황과 도전, 기득권과 갇힌 사고로부터 자유로웠던
자유인 임재범이 이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카리스마와 터프함이 프로그램에 묻어나는 듯 보이겠지만
실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임재범의 치기어린 흥분만을 편집해놓았다.
그의 철학과 자유로운 영혼, 카리스마가 새장 안으로 갇히는
형국을 느낀다.
PD에게 진심으로 충고한다.
프로그램을 위해서, 그리고 임재범을 위해서
제작진끼리만 즐겁고, 임재범만 좋아하는
UCC 수준의 동영상을 당장 중단하고
본질, 기획의도,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기 바란다.
그것이 PD의 자존심이자 시청자에 대한 예의이고 프로그램 제작의 기초다.
임재범을 무서워하지 말고 그의 피상적인 모습에 포커싱하지 말고
그가 가진 가슴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 이야기가 바탕이 된 음악을 만들어내면 고급스러운 컨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혹평의 이유는
분명 이 프로그램 속에서 무언가 코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맑은 떡국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최고의 재료가 주어졌다고 해서 만두도 넣고
김가루도 넣고 심지어는 라면 스프까지 넣어서
음식을 망치지 말고 차라리 맑은 떡국을 만들어라!
예능의 얕은 수를 따라하기에는 임재범이라는 큰 고기가
너무나도 향이 깊다.
그 향만으로도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만들어질테니...
진득하니 밀어붙이는 힘을 기대한다.
진짜 임재범을 느낄 수 있는 영상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