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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DII-39] 승리보다 중요한 패배,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체스 한국대회

GeoffKim 2012. 1.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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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들이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한 얘긴가?

엄마는 아들이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당연한가?

아이들의 재능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엄마가 바라는 분야에서 발결된다.

추워 죽겠는데 마인드스포츠에서 하는 체스대회에
두 아들과 다녀왔다.
정말 비좁고 피난민이나 포로 수용소 같은 곳에서
한국대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경기가 치뤄졌다.

여기 참가하실 분은 필히 거적때기 같은 걸 가져가야
뒷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 있다.
근데 밟힐 수 있으니 항상 사람들의 발길을 조심해야 한다.




체스대회...
5번의 경기를 치뤘다.

3번 지고 2번 이겼다.
초반에 계속 지고 나오는 겸연쩍은 아들의 표정이
참 보기 좋다.






엄마에게는 승리가 중요하겠지만
아빠에게는 패배가 중요하다.

승리의 기쁨과 그것을 부풀려 입소문 내는 것이 엄마의 몫이라면
아빠는 패배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패배이고
그 아픔은 어릴 때부터 경험하는 것이 좋다.
한번도 져본 적이 없고, 불편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위험한 사람이 있을까?

엄마가 좋아하는 완벽한 아이처럼 사회에 무서운 씨앗은 없을거다.

그래서 아빠는 겸연쩍게도 아들이 지는 것을 좋아한다.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던가?
우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이 억울해야하고
답답해야 하는가?
어차피 그런게 인생이라면 빨리 연습하자!

진 것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억울한 것은 반드시 진실을 찾자!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이 진실의 편에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포기하거나 염세적일 필요는 없다!






손을 번쩍 드는 녀석,
첫 승이다.

그래... 그런거다.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고...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기는 것에 우쭐하지 말자.



근데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녀석이 아빠 손을 놓고
친구들에게 가버렸다.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아빠랑 함께 이런 곳에 올 날도 별로 안남았구나....라는 느낌?

ㅎㅎㅎ 뒷모습에서
녀석에게도 자신의 삶이 생기겠구나라는
새로운 느낌.




결국!
2승 3패로...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달랑 탁상용 달력 하나 받았다.

집에 달력 많이 있어서 분리수거도 힘든데
달력을 상으로 받았다.... 젠장!






초라하고 무거워진 발걸음....
어색하고 겸연쩍은 하루!

이 분위기가 아빠는 참 좋다.

엄마는 전승을 기대했겠지만
아빠는 패배의 경험을 기대했다.




아빠는 아들이 최고의 스펙으로 자라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고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그렇다...




H3DII-39, HC 50-110.
보라매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