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특히 음식 블로거에게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집!
과연 누구의 입맛에 가장 맛있는 집일까요?
요거트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하면 플레인을 좋아합니다.
일본 음식을 좋아하게 되면 낫또의 맛을 알게되고
밥에 반숙 계란을 터뜨려서 먹을 수 있어야합니다.
동남아 음식의 향을 느낄 수 있다면 고수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어야하고
똠냥꿍을 좋아해야합니다.
스테이크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최소 미듐 레어 정도는
즐길 줄 알아야합니다.
어떻습니까?
과연...
맛있는 집, 추천하고 싶은 식당을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고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르며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내 입맛에 맞는다고 함부로 추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는 음식 블로거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모든 사람들, 모든 경우에 해당될겁니다.
현대카드에서 아주 재미있는 책을 보내줘서
읽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ZAGAT.
자갓 서베이란 것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여행 리뷰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설문 시스템입니다.
1979년에 니나 자갓과 팀 자갓 부부가 재미로 친구들에게 서로가 방문한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리뷰하여 정보공유하던 것이 그 시초입니다.
이 책이 믿을만한 이유는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수많은 대중들의 평가와 의견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실내장식, 서비스, 세가지 항목에 대중의 점수를 합산합니다.
음식이 맛있는 집이 있을 수 있고
다른건 몰라도 실내 분위기는 너무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값싼 집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그러니까 중요한건
내가 판단해서 최고의 점수를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읽는 컨텐츠에 대해서는 말이죠.
이 책에서 제가 감탄한 부분은
표현력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너무", "최고의", "완전, 진짜로" 등의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한 푸대접을 받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너무 짠 음식을 먹고 나면
그야말로 악플 수준의 리뷰를 남깁니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점들 중에 우리 입맛에 짠 음식을 파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전 이 책에서 세련된 표현력을 배웁니다.
세련되게 비난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강남구의 고래불이라는 집의 평가를 보면
"실내장식을 감상하러 오는 사람을 위한 곳은 아니지만"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느껴지십니까?
놀랍지 않습니까?
용산구의 교토푸라는 일식집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합니다.
"입보다는 눈으로 즐기기 좋은 음식이라며 직원들의 아마추어적인 서비스가 감점 요인이라고
불평하는 일부 손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톡톡 튀는 모던한 인테리어를 흥미로워한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강남구 그란 구스또는 테이블 사이가 가깝고
압구정동 까사델비노는 애연가들의 천국이며
용산구의 더 그릴은 두툼한 지갑이 필수라고 표현한다.
자, 이제 사진 블로거로 돌아가봅니다.
난 카메라와 사진을 얼마나 찍어봤고 얼마나 좋은 작품들을 많이 감상했기에
단언하고 비판하는가?
자갓 서베이로부터 나온 리뷰를 보면서
개인적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 개인적인 판단을 얼마나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봅니다.
직언을 좋아하는 저의 성격이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을 낳는지 생각해봅니다.
특히 블로거 여러분들이 행하는 최고 아니면 최악의 흑백 리뷰를 보면서
자갓 부부가 처음 리뷰를 하게된 초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과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권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만의 취향에 따른 판단이 아닐까 고려해보는
자세가 필요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