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에 100-300미리 렌즈가 몇가지 있다.
가변 조리개도 있고 5.6 고정 조리개도 있는데
그 중, 빨간띠를 두른 L(럭셔리)렌즈가 있다.
처음 보고 신기함을 금치 못한...
6D에 장착한 녀석의 모습은 적당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
줌 기능은 직진식으로 앞으로 쭈욱 빼는 형태다.
물론 오래된 렌즈답게 흘러내림은 있다.
나름 마크로와 일반 구간으로 AF를 나누어 놓았는데
AF 속도는 역시 빠르다.
옛날 렌즈들 소음과 덜컥거림은 있지만 빠르긴 빠르다 ^^
원래 85.8 후드가 제짝인데
L렌즈답게 고급스러운 후드를 달아 주었다.
빛이 완전 차단된다.
재밌는 것은 이 녀석의 시리얼이 UB다.
캐논은 뒤의 알파벳 숫자로 년식을 구분하는데
2012년이 한바퀴 돌아서 UA 시리얼이었고
2013년이 이제 UB 시리얼이다.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신품 렌즈들과 똑같은 UB 시리얼이다 ㅋ
한바퀴 돌았으니 이십몇년 됐을거다.
이게 사진이 나올까?
알파벳 한바퀴 돈 렌즈를 최신 6D와 만나게 해주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ㅋ
잘 찍힌다.
올드렌즈답게 느낌은 고즈넉하고
입자는 필름틱하다.
이런 렌즈는 역시
종로, 황학동 같은 곳에서 찍어줘야 제 맛이다.
사람들이 있고
오토바이가 있고
또 낡은 건물들이 있는 곳...
배달하기 위한 오토바이 들이 늘 북적거리는
이 동네가 이 렌즈와 너무 잘 맞는다.
오랜만에 본 동대문.
어렸을 때 자율학습 시간 때 흥인시장에
찡 사러 갔다가 맞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찡은 자존심이었고
흥인시장의 보세는 트렌드, 그 자체였다.
좀 더 스타일리시한 친구들은 명동의 빌리지에서 옷을 사입었고
그 마크를 또 떼다가 남방에 붙였던 기억도 있다.
그 이후로 브렌따노, 이랜드, 그리고 헌트까지 이어지는
계보랄까?
브렌따노 점퍼 정도는 입어줘야
폼이 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뱅뱅 아니겠는가?
그 옆에 PAT까지 ㅎㅎ
당시 강북의 수도학원은
상징적인 곳이었다.
검정고시라는 말과 수도학원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운 것을 찍을 때
어쩌면
최신 렌즈보다
오래된 할아버지 렌즈가 더 잘 맞지 않나 싶다.
게다가 요즘 카메라는 고감도가 좋기 때문에
5.6조리개로 트라이포드 없이 촬영가능하다.
좋은 렌즈라고 자랑할 수는 없지만
이런 렌즈도 있었다라는 것을 기록하기로 한다.
물론 USM렌즈나 일반렌즈 100-300보다는 선예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