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手稿。 by eliot. |
뒷모습...
그건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는 고3인 딸에게 아무 것도 해줄수가 없습니다.
어깨를 들썩거리는 것이, 분명 아버지는 울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맨이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급하게 일어섰습니다.
저는 급하게 카메라맨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뒷 모습~"
인간은 궁금증이 많은 동물임으로 아버지가 우는 얼굴을 타이트하게
보고 싶을겁니다.
하지만 가볍게 흔들리는 아버지의 등보다 더 슬픈 얼굴은 없습니다.
보는 사람의 경험 중 가장 아프고 슬픈 얼굴을 상상하게 만드는겁니다.
고양이가 창밖을 보는 그림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앞모습에서 담을 수 없는
동경, 그리움, 자유, 추억...
사람마다 각자 무언가를 느끼려 노력할겁니다.
왜냐고요?
직접적으로 설명이 안되니까 각자 상상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제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근데 고양이의 노출이 좀 어둡죠?
찍고자하는 피사체보다 배경이 저렇게 밝을 때 고민을 많이 하게됩니다.
고양이를 밝게 측광하면 뒷 배경이 모두 하얗게 날아가버려서
환상적이고 예쁜 고양이의 뒷모습은 찍히겠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의 외로움은 약해지겠죠?
뒷 배경을 하얗게 날리면 외로움보다는 환상, 희망으로 바뀌어버리는겁니다 ㅎㅎㅎ
그래서 노출 설정이 중요합니다.
이 사진이 아까보다 더 고양이 노출이 잘 맞았지만
역시 음울함과 아파트 느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특히나 저는 어둠속에서도 보이는 고양이가 까치발을 하고 밖을 바라보는
그 느낌이 좋았기에 앞의 사진을 더 좋은 사진으로 택합니다.
자, 다음의 두 사진 중 어떤 사진이 더 느낌이 있을까요?
위의 사진은 누구나 찍는 기념사진입니다.
기념은 되겠지만 좋은 사진의 요소가 별로 없죠?
감정이 안 느껴진다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얼굴 표정에 국한되는 감정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음 사진을 보면 여행의 즐거움, 설렘이 더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양이 사진의 사람버전인거죠.
등이란건 꼭 진짜 등만을 이야기하는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초보자들은 양산 안의 여자를 찍기 위해
"우산 좀 치워봐~"라고 외치거나
보이는 쪽으로 가서 찍겠죠?
근데 양산을 걷고 밝게 웃는 여자의 사진보다
훨씬 재밌는 사진이 되니까 요것도 등을 찍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다음은 크루즈 승선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원주민들입니다.
애원하는 느낌은 강하지만 보는 이에게 여지는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뭐 딱히 좋은 사진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훨씬 느낌이 더 많은 사진은
홍콩에 갔을 때 만났던 할아버지가
햇살을 맞으며 책을 보는 모습인데요.
앞모습을 찍은 것보다 훨씬 느낌이 좋습니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경직되고 혹은 V자를 그렸을지도 모르죠...
다음 사진은 윤계상씨가 찍은 사진입니다.
참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김피디와 작가가 모두 윤계상씨의 앞모습을 찍고 있는데
여자작가는 앵글을 뒷모습으로 잡았군요...
우리 둘보다 훌륭한겁니다. ㅎㅎㅎ
윤계상씨의 앞모습, 표정을 보이는 것 보다...
다음 사진과 같이 돌아선 모습이 더 뭔가가 있어 보입니다.
등이란 의미는 이렇게 광의적인 의미입니다.
특히나 윤계상씨처럼 배우의 경우는 다양한 표정으로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욱 어색하기 때문에
감정선을 살리는데, 혹은 이야기를 만드는데 뒷모습이 훨씬 쉽다는 말입니다.
어떠세요?
조명이나 밝기로도 이러한 점은 적용됩니다.
같은 표정이지만 다음 사진과...
다음 사진은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이 역시 공개가 적을수록 상상의 나래가 더 커진다는
똑같은 원리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안보일수록 상상의 여지가 많이 남는다는거죠.
앞 모습이나 뒷 모습, 측면 사진이나 또는 어두운 사진 등 모두 연출한 사진이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보다는
다른 곳을 보는 모습,
가려진 모습, 어두운 모습이 더욱 상상을 자아냅니다.
보는 사람이 상상한다는 것은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고
작가가 줄 수 없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살짝 빌려다 내것으로 만드는 치팅 작업입니다.
이는 사진 뿐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등의 타 장르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생략할수록, 상징과 간접적인 표현이 들어갈수록
더 몰입되고 그러므로 의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가면 이제 부분 사진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영국에 갔던 김범 사진입니다.
김범의 표정은 보는 사람마다 상상하는겁니다.
흔들림까지도 느낌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보 사진사는 사진을 찍을 때 무조건
"여기 보세요",
"웃으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하는데
이건 여권 사진 찍을 때나 그러는겁니다.
뒤돌아 서 있을 때는 뒤돌아 서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연출이 오히려 사진을 망치는 일이 많습니다.
좋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
참 놀랍게도 뒷모습이 꽤나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판매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스타의 얼굴이 보여야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일이 많은데요...
작가들은 이런 사진을 참 좋아합니다.
그 사람의 캐릭터가 보이기보다는
그냥 비오는 날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죠...
위의 사진도 흔들렸지만 흔들린대로 좋습니다.
사진의 예술 중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이 색감입니다.
갑자기 들어가는 저 곳의 색이 전체적으로 예뻐 보였다면 주저없이
셔터를 누르는겁니다.
뒷모습과 마찬가지로 앞에 무언가를 앞에 걸고 찍으면
(방송국에서는 이걸 대마이 건다고 하는데 ㅎㅎ)
뭔가가 앞에 걸리면 또 뒷모습 사진과 같은 느낌이 납니다.
요즘 인기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보면 한 회당 수십컷이 이렇게
뭔가를 걸고 찍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집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감정을 끊임없이 주는겁니다.
왜 몰래 카메라 보면 앞에 뭐가 주로 가리잖아요 ^^
같은 연출 사진이라도 사람들에게 연출의 느낌을 가릴 수 있고
이는 그 느낌을 좀 더 풍부하게 합니다.
특히 가까운 곳에 물건을 놓고 걸어서 찍으면
카메라와 가까운 물체의 포커스가 완전히 아웃되기 때문에
예쁘게 나오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음의 사진도 연출한 사진이지만
실제로 김범이 사진찍고 노는 느낌이 강하죠?
자, 그럼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 사진을 보여드리며
오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엄마에게 야단맞고 벌서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인데요...
두 아들과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강아지의 표정에서 우리는 긴장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