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LEICA

명품의 조건, 라이카 M과 빌링햄 카메라 가방

cultpd 2013. 3. 1. 07:00

빌링햄이라는 카메라 가방 브랜드가 있다.

영국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 가방이다.

가격은 30-40만원 내외다.




이 비싼 가방을 사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 써봤거나

쓰고 싶거나... 뭐 그렇다.


근데 상당히 놀라운 것은

내가 써본 빌링햄은

무겁고 불편했다.


원래 예쁜 것들, 명품들 중에 불편한 것이 꽤 있지만

이 녀석은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다.

하들리 프로는 잠그지 않으면 쏟아질 것 같고

306, 406은 카메라를 안넣어도 무겁다.

오버 아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안넣고 하루종일 매고 다니면 어깨 결린다.



도대체 이 가방이 왜 명품일까?

길에서 만난 빌링햄이 하도 신기해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두장 찍었다.






헐!!!

걸레가 된 명품이다 ㅎㅎㅎ


이 구겨지고 찢어진 가방이 어떻게 보이는가?






더러워 보인다고?

실은...


이렇게 낡고 오래된 빌링햄 가방이

요즘 나오는 것보다 색상이 약간 엷고 구조가 살짝 바뀌었을 뿐,

거의 똑같다.


명품이란건...

초기에 한가지를 제대로 만들어서 

약간씩 배리에이션하면서 오랫동안 같은 퀄리티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유지하려면 

처음 설계가 완벽해야 하며 철학이 있어야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아야 하는데

그 세월이란게 

지나고 지나면 전통이란 것이 생기는거다.



명품이려고 노력하는 라이카에서는

아직도 수작업을 남겨 두었으며

직원을 많이 뽑지 않는다.

그래서 신제품 나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결함이 있으면 신제품 판매를 하지 않는다.

요즘 카메라들 보면 일단 내보내고 유저들이 테스트해보고 

문제있으면 그 때 고치는 습관이 있다.


필드 테스트를 별로 안하는거다.

그럼 어떻게 되냐 하면

명품이 탄생하지 않는다.



라이카에서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 M이 곧 출시된다.




이 카메라도 빌링햄처럼

그 옛날 라이카 카메라들과 거의 다르지 않다.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이번에 라이카 M의 장점이라고 들고 나오는 것이

라이카 R렌즈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파나소닉, 올림푸스, 넥스, 캐논 등에서 

R렌즈 이미 다 쓰고 있었다.

뭘 새삼스럽게 R렌즈를 쓸 수 있다고 홍보하는가?


R라인은 요즘 신제품을 만들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M시스템과 함께 오래된 라이카 필름 카메라의 한 마운트다.

이걸 살리려는 노력을 꽤나 많이 했었는데 

이런 것이 전통이 되는거다.





굳이 나의 견해를 덧붙이면

디지털 시대에 무슨 명품이 있겠나?

라고 생각한다.

새로운게 나오면 새로운게 더 좋은거지

오래된 것이 가격이 오른다거나 

소장가치가 있다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라이카 1세대 렌즈를 신품으로 소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꽤나 비싸게 팔린다.


아래의 오래된 라이카 O나 M3D 같은 카메라는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에 판매됐다.




얼마 정도 될걸로 보이나?

우리나라 돈 20-30억 정도에 팔렸다.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라이카나 핫셀블라드 등의 오래된 명품들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라이카 M에 동영상 기능이 들어가고

코닥센서를 포기하고 EVF를 달고...


이것이 과연 RF인가?

RF에서 불편했던 것을 개선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건 RF카메라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쩌면 겉멋을 위해 RF를 유지해둔

이상한 카메라로 포지셔닝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소니 RX1과 비교하여 어떤 점이 강점일까?

후지필름 X-PRO1과 비교하여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전에는 코닥센서를 쓴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그것을 포기하면서

이제는 소니, 후지와 경쟁해야 할 것이다.


명품은 불편하더라도

혹은 시대에 안맞더라도 

철학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D3 출시하고 가벼운 풀프레임 D700으로 소비자들 현혹하고

또 금방 동영상 넣어서 D3S 내보내고 화소 보태서 D3X 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은

명품이 아니라 그냥 가전제품인 것이다.


소니에는 A77, A57?, A56? 숫자 기억도 못할 정도로

여러 버전이 있다.

캐논은 원래 안그랬는데 5D MARK III와 1DX와 6D로

니콘과 똑같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서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 개발된 기술을 한제품에 쏟아 붓지 않고 나눠서 마케팅적으로 

시차를 두고 내보낸다.


다양성을 이루는 면은 좋지만

금방 샀는데 또 다시 기능을 끼워서 팔아버리면

몇달 먼저 산 소비자는 그 기계를 명품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땀 한땀 만들었다고 명품이 아니다.


자, 이제 빌링햄으로 돌아가서 결론을 내보자!


그 오래된 낡은 빌링햄을 쓰는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명품이라서 오래 쓰는거야?

아니면 오래 쓸 수 있어서 명품인거야?



명품은 생산자나 마케터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만드는거다.

에르메스처럼 비쌀 수록 명품이 되고 

구찌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이 명품이라면

누가 싸게 팔고, 누가 구제품을 할인하겠는가?


명품은 소비자가 명품으로 받아들일 때 

명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