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손석희 JTBC행, 김지하 시인과 다른 이유

GeoffKim 2013. 5. 10. 00:31

상당히 당혹스럽고 충격이었다.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방송인 손석희(57) 성신여대 교수가 

이른바 조중동 중 하나인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 총괄 사장으로 간다.


하지만 손석희 교수를 아는 사람은 10초만 생각해봐도

그가 왜 JTBC로 떠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마치 김지하 시인처럼

사상과 철학이 바뀌었다고 원망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해보면 여러분은 손석희 교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내가 손석희 아나운서를 만난건 대학시절 MBC 특집 토론 프로그램에

요즘으로 치면 시민논객으로 참여했을 때이다.

아나운서실에 앉아 있는 그는 남자인 내가 봐도 매력있을 정도로 잘생겼고

몸매 좋고... 그리고 당시 파업 등 복잡했던 시기였기에 고뇌에 찬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를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도국 소속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초창기 MBC의 아나운서였다.

아나운서는 잘 전달하는 사람이고 기자는 잘 취재하는 사람이다.


읽는 사람으로서 앵무새처럼 읽지 않는 모습이 대중으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고 아나운서와 기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100분토론에서 보았 듯 그는 단순히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형평을 생각하며 잘 정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선집중에서 그의 매력은 폭발한다.

그를 좌익, 또는 급진적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거나 행동한 적이 없다.

다만 옳은 쪽, 바른 쪽을 늘 선택하다보니 마치 좌익처럼 보이곤 했었다.


여기까지가 미디어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매체에서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은 편향적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1992년 10월 4일 한겨레 신문


MBC가 힘들 던 시절...

같은 날 한겨레 신문 하단을 보면 손석희 아나운서 이름이 있다.




대외 협력위 부간사로 손석희 아나운서는 구속되었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당시에도 MBC 경영진은 문제가 많았다.


이랬던 손석희 아나운서가 그토록 소중했던 시선집중을 놓고 

JTBC로 간다고 발표했다.

JTBC에는 손석희 교수의 매형이 대PD로 일하고 있는데

그가 토토즐, 일밤, 우정의 무대, 테마게임, 퀴즈 아카데미 등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주철환 PD다.

아마도 주철환 PD, 매형의 설득이 주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구속됐을 때 면회를 갔던 주철환 PD의 면회기에 관한

기사가 있다.

이 글에 보면 주철환 사장의 90년대 마인드를 알 수 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기사



"이 순간의 체험이 너(손석희)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회가 좀더 아름다워지게 하는데 한발짝

기여할 것"




그리고 주철환 PD는

손석희 교수의 딸에게 이런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딸)의 아버지(손석희)의 부끄럼없는 역사와 함께... 

민주(딸 이름과 민주주의) 올 때까지 민주 외쳐라."


글의 맥락으로 볼 때, 그리고 주PD의 연출 프로그램들을 보았을 때

그는 항상 진보적인 사람이었다.

보수적인 성향을 느낄 수 없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JTBC 사장, 대PD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지만...


혹시 주철환 PD가 나이 들어서 사상이 바뀐 것인가?

몇년 전 손석희 교수가 100분 토론을 그만 둘 때

주철환 PD가 쓴 글이 있다.





주철환 사장은 MBN <박경철의 공감 60분>에 출연해 "100분 토론
나왔다고 손석희가 몰락하거나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기만의 목표와 사명감이 있다면 시청자가 인정해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이 이번에 JTBC로 옮기는데 설득의 말로 또 한번 쓰이지 않았을까하는
예상을 해본다.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이 날, 주철환 PD가 결정적인 말을 한다.

"손석희씨는 선택과 집중에 성공한 사람"이라며 "전공 국문과
를 거쳐 아나운서 길로 가다 어느 순간엔 시사에 집중해 자리매김을 했다." 

 "(손석희씨는)1분 뉴스로 시작해서 100분 토론까지 100배 성장을 했다.
더 욕심내서 '거의 8년, 9년, 10년, 영원히 내가 (100분 토론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독단"

"정의를 가졌다고 하면서 독점하는 경우가 있다"
"정의를 가진 독점적인 전사보다는 정의를 나누는 천사가
세상을 맑게 할 것"

원래 주철환 사장이 말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 말은 정말 압권이다.
그리고 이 말이 어쩌면 손석희 교수가 이번 일을 결정하는데 
주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증거가 되는 말이 바로 한국일보 인터뷰에 나온 손석희 교수의 말이다.

"종편이 현실이 됐기 때문에 종편을 배척하기 보다는 
좀 더 품격있는 방송과 보도로 방송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너무 손석희 아나운서를 좋아해서일까?
미디어 날치기법으로 개국한 종편채널의 태생적 한계와
각종 불공정보도 논란으로 말이 많은 종편 채널!
그 곳으로, 그것도 사장으로 가는 손석희 교수를 
나는 왜 이해하려 애쓰는 것일까?

손석희는 지금까지 한번도 대중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듯 하지만 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척 하면서 표정과 뉘앙스로 말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그는 항상 공정 보도의 선을 넘지 않았다.
양측 의견을 형평성과 객관성으로 듣고 전하려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손석희 교수가 늙어서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타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편이 현실이 됐기 때문에"라고 표현한 그의 말에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라
"분명히 종합채널로 보도 매체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본다.

보도적 기능이 있다면 대중에게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고
편향된 보수적 시각이 아닌 공정한 뉴스를 전달해야한다는
그런 사명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품격있는 보도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고
마지막 소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번 손교수의 결단에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당신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우리는 손교수의 보도에 관한 철학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JTBC가 현재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양성을 담보하고 있듯이
보도 프로그램에서도 한 방송사로서 대중에게 인정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경향이 다른 종편 채널에도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종편 뉴스와 조중동 신문만 보는 어르신들과 강남 주민들에게는
현재 다른 나라 사람들 아닌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편향된 시각과 행동이
굳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