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카메라,렌즈 리뷰

슈나이더 100주년 기념 75mm XENON 렌즈 출시

cultpd 2013. 6. 13. 14:37

슈나이더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사람으로 치면 일생을 경험했다는 뜻.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천기술이란 것이 한 사람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그냥 사라지게 되는 것.

하지만 인류가 개발한 기술이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이

문득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카메라 쪽에서는 칼 자이스와 슈나이더가 그렇다.


우리가 흔히 쓰는 캐논이나 니콘 같은 회사에는 원천기술이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 돈만 있다면 금방 따라할 수 있다.

근데 이 회사들의 경우는 묘하다.


예를 들어 아직도 렌즈 설계에 기본으로 자이스 렌즈의 것을 응용한다.

어느 분야에나 기술이란 것이 있고 원천기술이란 것이 있다.


원천기술이란 것은 그래서 신기하다.


슈나이더가 고품질, 그러니까 높은 가격대의 제품들에 집중하려고 한다는 발표.

그것 역시 이제 디지털에서 똑딱이 렌즈로 돈을 버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일 것이다.

최고의 렌즈가 아니면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특징인 것 같다.

원천 기술을 가진 사람은 그렇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없다.


최고의 경지에서 싸워야 한다.

가격은 높일 수록 잘 팔린다.


사라지느냐, 계승하느냐의 문제는

타협하느냐, 지키느냐의 문제로 옮겨간다.

타협하면 원천 기술은 무의미해지고 일개 장사꾼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또 타협이 중요한 전략이다.








뭔말을 하는건지 여러분은 이해하기 힘들거다.

나 또한 뭔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뭔가 나도 단정짓기 힘든 서글픔이 있다.


슈나이더가 100년을 살아남았고

칼자이스는 166년을 살아남았다.


슈나이더의 Catch the light와

칼자이스의 We make it visible!


묘한 감동을 주는 말들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의 기술이 전달되어 계승되는 것.

나의 감정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있는 것.

그런 것을 만들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


그래서 사람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식을 낳는가 보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은 욕구.



슈나이더는 100주년을 맞아 제논 75미리 프라임 렌즈를 개발했다.







Xenon 75 FF Prime


물론 가격은 비쌀거고 그 성능은 풀프레임 HD 동영상에서

뛰어날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개발을 할거라고 슈나이더의 CEO는 발표했다.

상업적으로 바라보면 아무 감흥이 없는 렌즈지만

나의 눈에는 살짝 서글프게도 보이고 살짝 존경스럽게도 보인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