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 코너에서
성우 비하 내용이 있었다고 논란이 되어 찾아봤다.
정말 황당하다!
박영진은 외국 영화를 두고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 문제였는데
이것이 성우 비하인가?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은 외국어와 국어가 단어도 다르고 길이도 다르니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에 대해 재미 삼는 것은 특정 성우의 실수나
특정 영화 더빙을 잘못해서 재미 삼아 비꼬는 것과 다르다.
그냥 개그를 위해 한 것일 뿐, 비하의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비하라면 같은 회 방송한 것 중...
영화감독에게 영화란 천만 관객이 들었으면...
이건 영화감독 비하 발언이다.
관객에게 영화란 천원만 내렸으면...
이건 극장주 협회에서 들고 일어나야 한다.
여자에게 영화 속 3대 요소란? 배우, 배우, 배우...
이거 여성 비하발언이다.
남자에게 영화 속 3대 요소란? 노출, 노출, 노출...
이건 완전 남성 비하발언이고...
이 코너는 전체가 다 비하와 논란거리다.
비단 이 코너 뿐이랴?
개그콘서트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은
“현대 레알 사전 코너는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혹은 잘 몰랐던 사실을
한 두 단어로 재해석하는 것이 그 내용”
“지난 2일 방송분의 경우 개그맨 박영진이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를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대사와 입 모양을 벙긋거리는 것을
번갈아 표현했다”
성우 비하 논란에 대해서는 “외국 배우가 말하는 화면에 한국어를 더빙했을 때
그 입 모양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를 이야기한 것”
“결코 같은 업계 동료이자 선후배인 성우들을 비하하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이해해달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면서 불쾌함을 느꼈다면 대단히 죄송하다”며
“더 건전하고 밝은 웃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문제로 성우들이 발끈하는 이유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상파에서 외화 더빙 일거리도 많이 줄었고 다큐멘터리, 예능 등의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내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 박탈감과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애니메이션 더빙에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더 자이언트>에도 김준현, 김지민,
그리고 이번에 문제된 코너를 만든 정범균이 목소리 출연했다.
사진 : 애니플러스, 토러스 엔터테인먼트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2>의 더빙에도 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양선일이 참여했고
김병만은 <파이스토리>, 이수근은 <눈의 여왕>, <슈렉 포에버>,
컬투는 <몬스터 호텔>에서 8명의 등장 인물 목소리를 소화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은 성우료와는 말도 안되게 차이나는 높은 출연료를 받는다.
보통 개그맨의 목소리 출연료는 3천-4천만원 정도.
녹음은 보통 하루동안 이뤄지는데 말이다.
천하의 성우들은 개그맨의 조연을 맡아야하고 심지어 TV판에서 오랫동안 목소리 연기를 하던
주연 성우도 극장판에서는 개그맨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 녹음 연출자가 성우에게 개그맨들과 톤을 맞춰야하니 성우 느낌을 빼달라는
주문도 해서 상처받은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대중은 이러한 갈등을 모른 채 단지 성우 비하 논란에만 귀를 기울인다.
사실은 이런 갈등 요소들이 쌓이던 것이 폭발한 것이 아닌가 예상해본다.
물론 일부 성우들의 분노이지 대다수 성우들의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무한 경쟁시대에 밥그릇을 지키려는 싸움은 '역시 성우가 해야 제맛', 혹은
'개그맨은 역시 전달력이 성우에 비해 많이 떨어져' 등의 경쟁력 강화로 나타나야지
이런 식의 싸움은 곤란하지 않을까?
세상 사는 것이 힘들면 작은 것에도 발끈하게 되고
웃자고 한 이야기도 비수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논란은 성우들의 도가 지나친 경우라고 생각한다.
현대레알사전의 박영진을 비롯한 출연진, 제작진은 의기소침하지 말고 계속 비꼬고 풍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