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신병에 관하여 궁금하실 것 같아서
몇달에 걸쳐 한국, 일본 등에서 다중인격과 빙의를
취재했던 사람으로서 도움 글을 씁니다.
신병(神病)이 뭔가요?
쉽게 얘기하면 무당이 돼야 낫는 병입니다.
신병이 아닌건 뭔가요?
쉽게 얘기하면 무당이 돼도 아프면 신병이 아닙니다.
이 얘기는 뭐냐하면 의사나 과학자들에 의해서
병으로 규정되지 않은 미신의 병입니다.
이것은 의학적인 병명이 아니며 문화, 풍습에 따라 갖다 붙이는 것입니다.
흰 소복입은 처녀귀신이 서양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드라큘라나 좀비가 한국에선 나타나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뭔가 미확인 물체, 또는 에너지를 느낄 때 인류는 자신들이 살며 습득한
지식으로 설명하려 하는겁니다.
정신과 치료를 하는 기준인 DSM IV라는 책에 보면
인간의 정신이 병들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항목이 나오고
이 테스트를 통해 다중인격을 판단하는 것이 공식적인 의학계의 방법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이해하셨나요?
다중인격이란 것은 인간 내부에 인격이 두개 이상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빙의라는 것은 인간 내부에 귀신이 들어왔다는거구요.
비슷하죠?
밖에서 들어왔는지, 내부에서 정신이 분열됐는지에 따라
동양에서는 귀신 들렸다고 표현하고 서양에서는 인격이 나뉘었다고 합니다.
결국 소복입은 귀신을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이,
드라큘라를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표현할 때 문화에 따라 빙의라고도 하고
다중인격이라고도 합니다.
귀신 중에 잡귀신이 아니라 꽤나 고퀄리티의 귀신이 들어오면
그 귀신이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고요.
병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이는 신이 종교인에게 들어와서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시각장애인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랑 비슷한 것입니다.
이제 전체 개념은 잡히셨죠?
우리가 논문 쓸거 아니니까 요 정도 기초지식만 아시고요...
신병이라고 소문내면 좋은 이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매장시키는 방법 중에 아주 확실한 방법은 정신병자로 모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무병, 신병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들렸다고 하면 바로 아줌마들처럼 즐겁게 소문이 납니다.
그런데 신병 안걸렸다고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신병 걸렸다는 증거를 보여줄 필요도 없고요.
증상은 헛소리를 하고 자주 아프고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맛이 가는 그런 것들이기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람이 폭발하는 모양새와 흡사합니다.
그러니 신병 걸렸다고 소문을 내면 주위에서 알아서 "어머, 그럼 저번에...."
이러면서 소문이 확대되고 증폭되고 순식간에 퍼집니다.
평소에 4차원적이거나 조울증,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람들은
이 병이라고 주장하면 한방에 보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 병으로 의심되어 무속인들에게 돈을 많이 갖다 바쳤죠.
그럼 실제로 병이 낫는 경우는 뭔가요?
누름 굿이란걸 하기도 하고 신내림을 받기도 하는데요.
사실 빙의나 신병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힘든 경우, 그러니까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다른 인격으로, 내 안에 있는 귀신의 이름으로, 장군 신의 이름으로
막말과 막 행동을 하는겁니다.
남편에게 맞아서 마음의 병이 든 사람은 남편에게 대항할 수가 없으니
남편이 무서워하는 시어머니로 바뀌어서 남편을 공격합니다.
여자로서 공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남자로 변하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이 병은 마음의 병입니다.
마음 속의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해제되면 귀신도 사라집니다.
일례로 모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쌀만 못 먹습니다.
그 사람을 최면치료하는 과정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밥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남은 음식을 억지로 먹였답니다.
그런데 그 남은 밥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다는 것을 최면 하에서 말합니다.
그러니까 그 끔찍했던 일이 뇌속에서 작용하여 밥을 못먹게 하는겁니다.
의학적으로 쌀 알레르기도 안나오고 아무 이유가 없었으나
최면치료사에 의해 밝혀졌고 이 후에 그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해결해주고 나서
밥을 먹게 됩니다.
이것과 똑같습니다.
강렬한 굿을 통해서, 작두도 타고, 같은 속도의 리듬을 계속 연주하는 북소리도 나고요.
그 강렬함이 귀신을 물리친다고 믿는 계기를 마련해주니
그 다음에 실제로 안아플 수가 있는겁니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하기도 하고
훨씬 바보같기도 합니다.
마음이 다치는 것은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것이랑 비슷합니다.
정신력이 낮아서, 혹은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참을 수 없는 상황까지 사람을 몰아가게 되면 이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고요.
그것에 대해 신병이다, 빙의다, 귀신이 씌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악의적으로 이 마음의 병을 이용하는 것도 잔인한 범죄이지만
이 병을 소문내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념상 한 사람의 인생을 끝낼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설령 병이 걸렸다고 하더라도 지탄받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고요.
감기 걸렸다고 지탄 받는 일은 없잖아요?
무릎 까졌다고 비난하나요?
오히려 안아주고 이해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진 = 티아라 아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