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누나 첫회가 시청률 8퍼센트가 넘는 대박을 이뤄냈다.
대박의 원인은 단 한가지로 귀결된다.
이우정 작가다.
꽃보다 할배 방송 중에 가장 눈에 띄는건 이우정 작가가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물론 꽃할배에서도 많이 봤지만
그 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현재 응답하라 1994로 완전히 빵 뜬 이우정 작가라서 특별하게 보인다.
꽃보다 누나 시청률 이전 글부터 읽기
2013/11/30 - [미디어 리뷰] - 꽃보다 누나 시청률 8.1의 진짜이유는 이우정작가와 종편채널이다
시청자가 볼 때는 나영석 피디가 출연자들과 잘 화합하여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면도 있지만
실제로 방송 편집을 보면 이것은 피디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이다.
이걸 이른바 작가주의 경향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제외하고 교양, 예능 프로그램 편집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피디가 내러티브를 가지고 편집한 것에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 있고
작가가 쓴 대본과 타임코드를 보고 피디가 역량있게 편집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대표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피디 프로그램이다.
물론 작가가 엄청나게 수고하고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된 내러티브를 피디가 끌고 간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도 느꼈는데 꽃보다 누나 역시 주된 내러티브를 작가가 끌고 간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의 것이다.
이 역시 나영석 피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이 작가의 것이란 얘기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작가가 만든 스토리텔링을 피디가 영상과 오디오, 음악과 자막으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영상이 시간순서,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시간이 언제라도, 공간이 어디라도 상관없다.
스토리를 잘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면 편집은 시공을 초월해서 날아다녀도 상관없다.
무한도전의 경우도 회상이나 교차편집이 잘 되고 있지만
이는 피디가 기억하고 느끼는 감성이나 순발력, 재치에 의해 표현되는
부가영상, 또는 인증샷의 의미를 가지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편집에서는 본 영상에 첨가되는 부가 영상의 의미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 작가의 내러티브에 영상을 갖다 붙이는 개념이기에
주영상이 공항인지, 해외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없다.
그러면서도 본 영상이 주 공간, 주 시간이라는 것을 놓치면 안되기에
치밀하게 베이스로 이끌고 간다.
이것은 촬영 후에 고민을 해서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에서 촬영할 때 이미 머릿속에서 편집을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이우정 작가가 끊임없이 나영석 피디에게 요구하고
귀뜸해주는 것이 잡힌다.
돈에 대한 언급이 공항이라는 현실에서 발생하면
그것에 대한 미래의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예고함으로서
미래에 대한 궁금증,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현재의 스토리텔링에 도움을 받는 아주 영악한 방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에서 공항 스토리를 펼치면
공항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말과 상황, 행동을 최대한 끌어내고 편집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지만 이 프로그램은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본으로
과거, 미래를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피디주의 프로그램은
한사람씩 프로필과 소개영상으로 나열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작가주의 프로그램에서는
공항의 시간과 공간이 유지되며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에 과거, 미래를 결합하여
한사람씩 소개한다.
무한도전이 남자 피디의 성격이 물씬한 프로그램이라면
꽃보다 누나는 여자 작가의 향기가 물씬하다.
무한도전의 힘이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는 피디의 것이라면
꽃보다 누나는 캐릭터 자체의 힘보다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기술해내는 스토리텔링의
단단함과 유연함을 가진 작가의 힘이다.
혹시 나영석 피디가 삐칠까봐 한마디 하면
나영석 피디의 가장 큰 역량은
이러한 작가주의를 받아들이고
또 그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세팅해주고 문을 활짝 열어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