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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오랜만에 맞이한 저녁

GeoffKim 2014. 7. 31. 23:13

손학규 상임고문.

원래 재보선의 달인으로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


남경필 경기지사가 5선을 했던 수원병에서

득표율 45.0%(2만7979표)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득표율 52.8%·3만2810표)에 패하며 낙선했다.


손학규는 1993년 경기 광명 보궐선거로 출마했고 

당선됐다.

서울대 재학시절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여,

졸업 후 빈민활동을 하다 1년간 투옥,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인하대와 서강대 교수를 역임.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 

14~16대 국회의원으로 3번 당선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참 묘한 사람이다.

스펙과 연혁이 오리 무중이다.

뭐하는 사람이며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한편으로는 군중에 휩쓸리지 않고 일학처럼 자신의 뜻을 펼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랬다 저랬다 철새 정치인처럼도 보인다.


민주당이든, 민자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걸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나이들면서 진보가 된걸까?


근데 젊은 시절 투사의 이미지는 또 뭔가?


아무튼 파란만장하고 오리무중의 정치인생을 마치고 손학규는 

정치계를 떠났다.


물론 다시 돌아올 것임을 짐작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밝힌 그의 말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이 나라 국민에게 실망하고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인 줄 짐작했는데

정치를 떠나며 하는 그의 말은 참 어른스럽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다. 

저는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저 자신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정치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라고 보았기 때문"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저의 생활철학"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과 한국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

"국민에게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만큼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제 꿈을 이제 접는다"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 했던 모든 짐들을 이제 내려놓는다. 

그동안 정치생활을 통해 얻었던 보람은 고이 간직하고 

아쉬움은 뒤로 하고 떠나려 한다"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또 노력하는 국민의 한사람이 되겠다"



떠나는 자는 뒷모습이 중요하다.

손학규의 뒷모습은 그리 추하지 않았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이 여운을 준다.

하루에도 저녁이 있을 것이고 인생에도 저녁이, 역사에도 저녁이 있을 것이다.

손학규도 국민도 우리 모두 저녁을 따뜻하게 맞이하자.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