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제빵왕 김탁구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클리쉐 드라마다!

GeoffKim 2010. 8. 13. 19:10


우선 막장이라는 말을 쓰는 많은 분들께 묻습니다.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하니까 광업에서 쓰는 말입니다.

옛날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들이 위험한 막장 일을 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인생의 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게 막장인생인데요,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아무튼 김탁구를 즐겨보는 시청자로서

과연 이것은 막장 드라마인가? 생각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빵왕 김탁구'는 막장 드라마라고 보기 힘듭니다.

김탁구가 막장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모두 막장입니다.

비서와 애를 낳아 진짜 아들과 바꿔치기하는 것은 케케묵은 신파 이야기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진짜 아들은 억울하게 방황하고

가짜 아들과 대결하고...

사실은 상당히 진부한 서사입니다.

이 정도 가지고 막장이라고 한다면 그걸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막장인생이란건데

그저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익숙한 스토리에 쉽게 감흥하는 원리를 이용한 클리쉐 드라마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클리쉐란

cliche [kli:ʃéi,kli-] 1. (진부한) 판에 박은 문구, 진부한 표현   2. 스테레오판(版), 전기판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판에 박은 구조, 진부한 내용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시청자가 바라는대로 잘 흘러가는 드라마죠.



제빵왕 김탁구는 클리쉐 덩어리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보기 편하고 몇회를 빠뜨리고 봐도 이해가 가는 전형적인 시청률 높을 드라마입니다.



착한 장금이가 이번엔 남자로 성을 바꾸고 음식 대신 빵을 굽고 있는겁니다.

미각을 잃어버리는 대신 화상을 입는 것이고요...



동이가 천하무적인 것 처럼 탁구도 천하무적인거죠.

선덕여왕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채 떠돌다가 왕실로 들어가듯

탁구도 바람개비 찾으러 다니다가 아버지 스승의 빵집에 들어가는겁니다.

미실이 출신성분의 고통을 간직한채 덕만을 따라잡으려 고뇌하는걸 구마준에게 시킨 것입니다.

아이리스의 최승희가 신유경이 되어 애틋한 사랑을 만들어내고

절대 사격의 김선화가 절대미각 양미순이 되어 짝사랑을 합니다.

진사우는 구마준이 되어 두 사람을 못 만나게 하고

진사우가 최승희를 사랑하듯 구마준은 신유경을 사랑합니다.

조만간 사탕키스 대신 빵 키스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으휴 드러워~~



더 멀리 가면 누더기에서 공주가 되는 신데렐라의 남자판이고 (공교롭게 작가가 유리구두 썼던 강은경 작가죠?)

계모에게 핍박받는 콩쥐, 팥쥐의 남자편인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인간은 뻔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당연한 것에서 호기심을 느낍니다.




911 테러당시 한물 간 프렌즈라는 드라마가 다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래프가 상승됩니다

위기 의식은 편안함을 찾게 만들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함으로 자위하는, 그런 것이 인간입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 보았던 프렌즈 드라마가 곧 우리에게는

머리 복잡하지 않던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듣던 콩쥐, 팥쥐 정서로 나타나는 겁니다.



평론가들은 욕하겠지만

사실 드라마를 교육받으려고 보는 것도 아니고

삶에 도움되려고 공부하듯 보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깐느에 출품할 것도 아니고요...



그냥 잠시 현실을 잊고 뻔한 것을 보며 재밌어 하는거죠.

그러니 김탁구는 그리 나쁜 드라마로 볼 수 만은 없습니다.

물론 좋은 드라마가 아닌 것도 분명합니다

메시지를 담았거나 창의적인 구석이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좋은 드라마는 미드를 보거나 더 심하게 보고 싶으면 유럽 드라마를 봐야겠죠.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방송 정도???




클리쉐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너무 까칠하게 보지 말고, 보기 싫으면 로드 넘버원 봅시다!

어차피 아직은 문화적 후진국인 우리나라...

차츰 차츰 좋아지겠죠?


자신은 재밌게 보면서도 욕은 욕대로 하는게 전 더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