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배구하는 야구선수 이야기

cultpd 2010. 8. 15. 12:18





야구 선수가 있습니다.

야구의 천재입니다.

배구장에 섰습니다.

야구나 배구나 공가지고 하는거고 운동신경이 발달한 그는 잘할 수 있을겁니다.

배구공이 그에게 전속력으로 날아옵니다.

피하거나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사람 그냥 얼굴에 맞습니다.




배구공이 또 날아옵니다.

또 맞습니다!

아무리 배구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야구선수가 이렇게 감각이 없을 수 있을까요?

계속 배구공에 온몸이 멍들도록 맞습니다.

근데 이사람... 피하지를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사람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내가 왜 배구를 해야하지?"

"난 뭘해야 잘 할 수 있는거지?"




코피가 흐릅니다.

온몸에 퍼런 멍이 듭니다.

일단 날아오는 배구공이라도 피하면서 생각하지... 바보같은 사람!




하지만 야구선수는 생각합니다.

지금 저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서 하나 하나 쳐내다보면

난 운좋게 배구를 잘한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내가 모르던 재능을 발견하고 배구선수로 전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 야구가 좋고 야구에 인생을 걸고 싶은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아오는 공 막기가 바빠서

맞기가 아파서

손가락질이 두려워서 배구공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참 바보같은 사람입니다.



지금 좀 아파도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바쁘게 배구선수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갈 것 같다고 변명해봅니다.

아픔을 참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야구선수는 자신이 뭘 하는 사람인지

뭘하면서 살고 싶은지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벌써 배구장에 들어가 서있고

다른 선수들을 봐서라도 배구를 일단은 하라고 말합니다.

몸에 상처입는 것이 안스러워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 모든 사람들이 배구를 하라고 주문을 외웁니다.



마법에 걸려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야구선수는 온몸이 뻘겋게, 퍼렇게 물들고 코에서, 입에서 피가 흐릅니다!

하지만 아프지 않습니다.

정말 아픈건...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기회가 없이

그냥

그냥



그냥 살게되는 것이니까요!

이 순간만 면하자는 생각 하나 때문에

이 정도는 봐주겠지하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는 나 때문에


내 소중한 인생을 남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배구장에 서있는 야구선수입니다!


MACAO, Aug. 14, 2010 Sheilla Castro (R) of Brazil spikes the ball during the match against the Netherlands at the 2010 FIVB World Grand Prix women's volleyball tournament in Macao, south China, Aug. 14, 2010. Brazil won 3-1. (Xinhua/Lo Ping F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