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내가 아는 이태원은 그저 큰 옷이나 팔고
외국인이 많은 그런... 뻔한 거리였다.
그게 오해다!
한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듯...
몹시 위험한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태원을 가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이태원!
그냥 이런 길이다...
가끔 운 좋으면 길다란 미인 만날 수 있는...
그런데...
골목길을 들어가보니 달랐다.
내가 알던 이태원과...
그곳엔 사람도 있었고 가게도 있었다
예쁜 색감의 가게들과 골목길, 그리고 계단...
참 이국적인 색감이다...
아이가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꿈인 듯, 상상인 듯한 꼬마 아이가...
밥을 먹기 위해 'Between'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어 갔다.
사람이 꽉 차있는 곳은 실패하는 법이 없다.
묘한 분위기...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좀 이상한 분위기의 외관...
한국의 이태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였다.
이태원에서 유명한 미국식 아침식사를 파는 '수지스'와 함께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미국에서 데니스나 아이홉 같은 레스토랑 메뉴를 좋아한다면 수지스를 꼭 가보기 바란다.
분위기는 마치 옛날 경양식집 같은데 음식은 전통 미국식이라 참 맛있다.
다시 비트윈으로 돌아와서 이 곳은 타파스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타파스(Tapas)는 에스파냐의 전채요리를 말하는데 에스파냐에서 주요리를 먹기 전에 작은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다양한 전채요리를 일컫는 말인데 에스파냐어로 타파스는 덮개를 뜻한다.
와인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얇게 썬 빵이나 고기를 덮어놓았는데 이것이 타파스의 유래라고 한다.
미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봉골레를 시켰다.
봉골레 레시피가 많이 짠데 괜찮냐고 물었다.
것참 신기한 말이다.
짜면 안짜게 만들면 될 것을...
짜니까 짠거 싫으면 다른걸 시키라는거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든다.
주방장이 만드는 레시피가 있는데 사람들이 한결같이 너무 짜다고 한다면
레시피를 고쳐야 맞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걸 시켜 먹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난 후자가 맞다고 본다. 아니 후자가 더 좋다.
어쨌든 서빙하는 사람의 말이 참 신선하고도 이상하게 들려서 맘에 들었다.
그래~ 사람들이 짜다고 해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레시피를 지켜야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게 오히려 이상한거다.
빵이 나왔다
서양의 빵은 우리나라의 밥과도 같다.
빵만 먹어보면 주방장의 실력을 알 수 있다.
횟집에서 계란말이 결 하나만 보면 주방장 솜씨를 알 수 있듯...
바케트를 먹어보면 빵 솜씨를 알 수 있고
크라상을 먹어보면 패스트리 솜씨를 알 수 있다.
빵이 맛있다...
역시 예상대로 이집 주방장은 꽤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기본인 빵 만드는 기술도 없으면서 레시피가 원래 짜다는 거만을 떨었으면
앞뒤가 안맞았겠지만 정확히 들어맞았다.
빵이 맛있다.
올리브 오일에 보통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를 섞는데 이 집엔 그냥 순수 올리브 오일이다.
이것도 맘에 든다.
빵 찍어 먹는 올리브오일에 왜 꼭 발사믹 식초를 섞는지
누구나 그렇게 먹는걸 좋아할거라고 누가 결정한건지...
순수 올리브오일에 찍어먹는 찐득 찐득한 바케트 빵은 정말 맛있었다.
고소하다는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드디어 봉골레가 나왔다.
스파게티 마니아인 나로서도 꽤나 맛있었다.
짠 것은 괜찮았다.
리뷰에 맛없다는 사람도 있던데
대충 이유를 알 것 같다
패밀리 레스토랑 맛을 추구하지 않는 주방장의 자존심 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 본토 맛이 나며 조개는 내가 먹어본 봉골레 조개 중 최고였다.
정말 부드럽고 물기를 잘 보존했다.
조개맛을 꼭 음미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짠 것은 원래 맛있는 음식은 거의 짰다.
이탈리아 음식도 그랬고 미국 음식도 그랬다.
전라도 음식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태원의 겉을 보고 모든 것을 본 것처럼 떠드는건 맞지 않다.
최소한 비트윈과 수지스를 가보지 않고
투엑스 라지 티셔츠 하나 사본걸로는 이태원을 말할 수 없다.
02-795-6164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24-7 (발렛파킹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