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꽤나 상식적인 판결을 냈다.
사실 아청법, 즉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는 이상한 기준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을 좀 벗어난 부분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복을 입은 성인이 등장하는 야한 동영상이 과연 아청법에 해당되는 것인가의 논란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
명백하게 청소년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등장인물이 교복 등을 입고 음란행위를 한 영상물을 배포하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었다.
원래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34)에게 벌금 300만원에 성범죄 재발방지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었는데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한 신세경과 신애의 드라마 장면 캡처
재판부는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장인물의 신원 등을 고려할 때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외관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때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이 사건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외관상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단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한 것이다
박씨는 2012년 8월 교복을 입은 여자 청소년과 성인 남성이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박씨 측은 “동영상 촬영장소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모텔이고 등장인물의 몸에 과도한 문신이 있어 아동·청소년으로 볼 수 없음에도 아동·청소년임을 전제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학생으로 연출된 인물이 음란한 행위를 하는 동영상은 일반인에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011년 9월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따르면 실제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한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화다.
야동이야 야동이지만 사실 문화 저작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아청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국내외로 교복을 입고 성관계를 펼치는 영화나 드라마는 무수히 많다.
그것은 분명 동성애나 소설, 회화, 조각, 만화 등등 수많은 창작의 일부분이 되는 소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 창작의 경계를 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생각이다.
처음 이러한 법이 개정된 것은 힘없는 아동, 청소년의 성을 더욱 굳건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으로 출연자가 성인인데 창작의 일환으로 어려보이는 사람을 써서 성인용 작품을 만들 때
이 법이 상당히 애매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동, 청소년의 성은 어른들이 지켜줘야한다는 개념과
어떠한 경우에도 창작의 자유가 보호되어야한다는 것이 충돌하는 그 한가운데
사람들의 상식이란 또 다른 규정, 또 다른 법이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