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판교참사,자살한 행사안전책임자보다 진짜 죄인은

GeoffKim 2014. 10. 19. 01:23

판교 환풍구 덮개 참사, 누구의 책임인지 서로 싸우고들 있는 모습을 보며 

참 후진국 국민들의 댓글 놀이에 분노를 한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숨졌는데 거기다대고 

올라간 사람이 잘못이고 또 그위에서 얼마나 춤을 추고 뛰었을까 등등

정말 막가는 댓글이 많다.


그렇다고 이게 행사 안전 책임자만의 문제일까?

행사 안전대책을 계획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담당자가 SNS에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자살했다.



출처 : 연합뉴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모습 보며 

이 분이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했는지

자신의 가족들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16명이나 사망했다는 것에

얼마나 자책을 했을지, 엄밀히 따지면 이 분의 잘못이라고 다르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한데

이분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안알아봐도 느낄 수 있다.


세월호 300여명을 죽게 만든 사람들도 서로 살려고 핑계대고 미루고

또 법과 권력으로 횡포를 부리는데 이런 분을 보고 많은 것을 느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정부 탓인가?

시공사의 부실공사인가?


자, 한번 천천히 점검해보자.


물론 환풍기가 공연을 감상하는 장소는 아니고 또 여러명이 올라가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설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시설물을 만들 때는 반드시 안전 기준을 지켜야하고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할 의무가 있다.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하는 정도가 안전 대책의 끝이 아니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곳에 고압전류라고 팻말을 붙여놓으면 사람들이 당연히 피하겠지라는 정도의

경고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접근하지 못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막아야하는 것까지가 책임의 범위다.


게다가 우리가 생각하는 지하철 환풍구는 상당히 강력하다.

바람불면 치마 올라가고 사람들이 담배꽁초 버리는 그 지하철 환풍구를 생각해보면

20명이 뛴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10미터 높이의 낭떠러지가 함정처럼 만들어졌다고 치자!

완전히 막아버리면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구멍난 철망으로 막아야한다고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이런 공사를 어떻게 대충핤 수 있겠나?

20명이 올라가서 뛰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당연히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뛰는 용도의 시설물은 아니지만

가능성에 대해 배재해선 안되고 만일 20명이 올라가서 뛰면 안되는 장소라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했어야한다.


예를 들어 해외의 환풍구를 보자.




그림 출처 : 오늘의 유머 재인용, 원본은 city-photos.org/photo/33251.html

http://murciadailyphoto.blogspot.kr/2011/07/coloring.html



여기에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뛰겠나?

두번째 사진보면 괜히 경사지게 설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한 설계다.

왜냐하면 이 밑으로 상당히 깊은 낭떠러지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환풍구 시설은 올라가기 좋게 생겼고

버스 기다리면서, 길을 걷다가 한번 쯤은 그 위를 걸어본 경험이 있을거다.

그런데 그 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걸 어찌 올라간 사람 탓만 하겠나?



사진출처 : 바리스타 이영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진정 이 사진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단지 공연을, 연예인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올라간 것이 

죽음으로 이어질거란 생각을 했을까?

여러분이 지금 저 공연을 보고 싶으면 저 빈 환풍구 뚜껑 위에 안올라갈까?


남의 가족이라고 함부로 비난하는 것은 참 보기 안타깝다.

자신의 가족이 저 위에서 공연을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과연 올라간 사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해외 외신은 이 사건을 보도할 때 우리나라보다 훨씬 분석적이고 과학적이다.

이거 또 옮겨썼다고 잡혀가는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AP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한국에서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며 

“한국의 대다수 안전사고는 느슨한 규제와 가벼운 처벌, 

광범위하고 전반적인 안전규정에 대한 무시, 경제적 발전을 우선하는 경향 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날카롭고 창피한가?


영국 BBC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국가의 규제가 급속한 경제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현재 올라간 사람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또 시공사의 문제라고 말하고

또 행사 책임자의 문제라고 떠들 때 해외 언론은 오히려 우리 언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고 있지 않은가?

안전보다는 개발이 우선시됐던 우리 근현대사, 짧은 시간에 다리를 만들고 백화점을 올리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배와 건물을 만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만을 강조했던 시대가

다리와 백화점 붕괴를 만들고 각종 안전 사고를 만들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 아닌가?


배를 점검하면 건물이 터지고, 건물을 점검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고 

산사태 점검하면 비피해, 엘리베이터에서 환풍구까지 

그때 그때 하나씩 점검해서 어떻게 안전사고를 예방하나?

맨날 뒷북이지!


이제 논의의 수준을 좀 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곳으로 옮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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