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방송PD로서 허탈한... 클로징이 없는 한국방송, 그 이유는?

cultpd 2010. 9. 9. 10:59
오늘은 방송 클로징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김한길, 최명길 부부가 나온 방송을 보다가 황당해서 글을 몇자 써봅니다.

김한길씨가 말하다가 갑자기 영상 몇초짜리를 붙여버리고 끝내버립니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방송사고지만 요즘은 비일 비재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아침 방송은 대부분 외주제작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특히 매일 아침에 하는 방송들은 한 제작사가 5요일을 책임지지 않고 1개씩 2개씩 나눠서 제작합니다. 어떤 제작사는 연예인 섭외를 잘 해서 시청률이 높고 또 어떤 곳은 극악무도한 사연을 잘 찾아서 시청률을 높입니다.

심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대부분 이런 시스템에서는 갑, 즉 방송사가 을, 즉 제작사를 엄청나게 괴롭힙니다. 방송 시간이 가까워와서 피디들 입에서 거품이 나와도 아이템 컨펌을 안해줍니다. 전에 KBS VJ특공대를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외주 제작사 피디들은 괴롭힐 수록 아이템이 세진다고... 그래서 괜찮은 아이템이 있더라도 마지노선 시간까지 절대 컨펌을 안해준다고. 그래 놓고서 아이템이 약하지만 특별히 컨펌해준다면서 죽어라 찍으라고 하면 재밌는 것이 나온다고 떠벌입니다.

이것이 외주 관리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그 프로듀서가 같은 피디로서 말도 못하게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별거 아닙니다. 아침 방송 같은 경우는 대부분 시청률로 경쟁을 시켜 자동 아웃되는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시청률 외에도 화제성이나 작품성 등의 다른 채점 항목도 있지만 결국 100% 시청률로 판가름됩니다. 열악한 상황의 외주 제작사 사장이나 피디들은 방송철학이고 나발이고 필요없이 오직 시청률을 위해 돌진합니다.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는 시청률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오프닝에서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같은 뻔한 이야기 3분만 하면 채널 다 돌아갑니다. 그리고 방송 끝나고 나서 '자, 오늘 방송에서는 김한길, 최명길 부부를 초대해서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이 정도 얘기하면 애국가 시청률 나옵니다. 볼거 다봤다는거죠.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없애버린게 아마 '일요일 일요일밤에'로 생각됩니다. 스튜디오 녹화를 하긴 하지만 야외촬영이 시청률이 높으니 오프닝만 하고 클로징은 편집당합니다. 날리다. 날리다... 나중에는 스튜디오가 사라져버립니다. 요즘 보면 스태프 크레딧이라고 부르는 스태프 명단이 안나오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찬광고를 반드시 해야하는 경우때문에 스태프 스크롤에는 다음 이야기나 NG,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붙이는 이유도 그렇고요.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보고 싶은 알맹이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기사, 많이본 뉴스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또 잊고 있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 클릭율 지상주의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입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우리 방송의 작품성, 아이들의 정서와 세상을 향한 관심, 모든 것을 잃게될

바로 우리의 손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