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4가지쇼 시즌2 산이 편.
래퍼 산이(San E)의 역대급 동영상을 봤다.
산이가 JYP 연습생이었다니 놀랍다.
산이는 JYP 시절을 거쳐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 과정 속에서 돈이 되는 음악을 만드는 법을 알았다고 했다.
정통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산이의 태도는 늘 논란이었고 브랜뉴 뮤직 식구들은 인터뷰로 모두 산이를 응원했다.
물론 돈버는게 세상 사람들의 목표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돈인 것은 틀림없다.
산이의 JYP 시절부터 대중가요 래퍼 논란까지
그리고 힙합의 정신에 돈버는 음악은 안된다는 규칙은 없다.
까놓고 얘기해서 다들 돈벌려고 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다.
돈을 못버니까 꼬여서 욕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돈벌리는 음악이 힙합 아니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힙합이라고 해서 돈이 안벌리는 것 역시 말이 안된다.
힙합의 중요한 점이 태도라고 하는데 그건 좀 힙합 초보들이 하는 말이고 힙합의 중요한 점은 사실 정신이다.
태도는 정신에서 나오는 작은 부분일 것이다.
그 힙합 정신에 꼭 배고픔이나 찌질함, 욕하고 반항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이 스스로도 얘기하는데 한여름밤의 꿀은 힙합이 아니라고 했다.
대중가요지...
이런 장르의 노래를 이런 가수와 함께한다고 해서 힙합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다만 산이가 고개를 같이 흔들고 스텝을 밟는 것은 일단 힙합 정신과는 사뭇 다르고
사실 힙합까지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냥 대중 가요로서도 좀 오그라든다.
이것이 바로 힘합 정신 중 하나인 태도의 경우가 된다.
그렇다면 오늘 새로 발표한 김구라 아들 MC그리 김동현과 함께 부른 '모두가 내 발아래'는 어땠을까?
이건 욕설이 많아서 동영상은 공개를 못하지만 일단 지금까지 산이가 불렀던 곡들과 그냥 매한가지 음악이다.
좋은 면도 있고 또 산이의 가장 큰 단점인 어색함과 오그라드는 면이 또 들어가 있다.
그 어떤 공격적인 랩을 해도 산이가 가지고 있는 감출 수 없는 오그라드는 느낌이 존재한다.
‘모두가 내 발 아래 / 모두가 대단하대 / 나 작사 작곡 다 해 / 또 무대 위에서 나네 / 어떻게 그리 잘 해 / 겸손히 내가 말해 / 헤헤 헤헤 제가 원래 좀 X나게 잘해’
래퍼 비프리 디스에 대해‘디스 너는 말 해 왜 디스하고 안 했냐고 / 묻지마 자넨 날 몰라 난 이름 까네 비프리 / 아 상 탄 것 축하해 / 넌 평생 내 발 아래’
다른 대부분의 힙합하는 친구들은 거의 90% 정도는 그 느낌이 없는데 그것이 JYP에서 받은 스킬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김동현, MC그리로 첫 데뷔 작품인데 솔로로 데뷔를 시키든가, 아니면 더 연습을 시켜서 나중에 데뷔를 시키든가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너무 성급했다.
물론 대중은 또 환호하고 MC그리 짱이라고 외치겠지?
하지만 안타까웠다.
진심으로 김동현을 MC그리라는 이름으로 인정못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런 뻔한 공격이 아니라 진심으로 승부했어야 더 좋았을 것이다.
왜 MC 그리가 힙합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MC 그리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것에 더 집중하고 진지했어야한다.
시작부터 흔해 빠지고 매일 듣는 식상한 래퍼들의 디스곡 흉내내기.
뭐 악플다는 사람과 힙합하는 사람들보다 산이와 MC그리가 더 유명하다는 얘기. 전국민이 두 사람을 안다고 약올리는 가사는 오히려 아무 생각 없던 나같은 사람까지 부정적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잘못된 전략이었다.
전국민이 다 안다는게 과연 장점일까?
아버지 잘 만났다는 악플이나 아버지 덕에 실력없는 어린이가 데뷔했다는 말을 진정 반박하고 싶으면 이렇게 가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브랜뉴 뮤직의 전략은 정말 고딩 수준의 그것이었다.
모두가 내 발아래... 그래!
아마 지금은 모두가 두 사람의 발 아래 있는 것 처럼 보일 것이다.
‘맞아 축복이야 아빠의 빽’‘내가 너 때문에 왜 포기해 / 네가 키보드 하나로 날 깔 때 그게 make me stronger Kanye West’‘날 배 아파할 바엔 네 갈 길 가길 바래 / 너네와 산이 우린 다른 게 하나 있지 / 산이와 그리는 전 국민이 아네’
브랜 뉴 뮤직이 일단 김구라 아들을 데리고 있다는 것은 이슈메이킹 면에서 두말 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고 MC그리 역시 브랜뉴라는 인기있는 소속사를 가지는건 좋은 일이니 윈윈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많이 안타까워 보인다.
김동현 군이 진정 MC그리로 거듭나려면 이런 식으로 조급하게 세상에 힙합을 흉내내는 학예회 같은 모습이 아니라 좀 더 다치고 아프고 괴로워하면서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분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글이 김동현 군의 땅에 한가닥 비로 떨어지기를 바란다.
'모두가 내 발 아래' 이후 산이의 첫 정규앨범 ‘양치기 소년’은 오는 23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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