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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항로변경 무죄 김상환 부장판사 알고 보니 말도 안되는

cultpd 2015. 5. 22. 13:08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고 오늘 5월 22일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구속 후 143일 만에 석방됐다.


그러니까 1년이 10월로 2개월 줄고 그 집행을 2년간 유예한 것이다.

2년 안에 같은 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르면 10개월은  살아나서 가중 처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류가 무엇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항로변경에 대한 죄면 사실 앞으로 항로변경 지시하지 않으면 되니까 문제가 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오늘(22일)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항로라는 말이 법령에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항로 변경죄는 있지만 항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사전적 의미가 변경·확장됐다고 볼 뚜렷한 한 근거가 없는 한 문언 내에서 의미를 확정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항로는 적어도 지상 계류장에서의 이동은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계류장에서의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지상 이동을 항로 변경으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를 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비행하면서 항로 변경을 하는 것이지 지상에서 움직인 것을 항로변경이라고 볼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항으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안맞는다는 얘기.



이게 말이 어렵게 느껴지기때문에 사실 이 말을 이해 못하면 김상환 부장판사를 오해할 수 있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판시문에 숨은 의미는 뭐냐하면 조현아를 국민 감정상, 여론이 비난할 수는 있지만 법에서도 비난때문에 형량이 정해지고 무죄가 유죄가 되는건 아니라는 뜻이다.


쉽게 얘기하면 조현아가 아무리 밉고 갑의 지위로 을을 괴롭힌 것이 괘씸하다해도 법에 있는 대로만 처벌해야한다는 말이다.




사진출처 : 뉴스 K


사실 법조인을 판단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과거 그 사람이 담당했던 사건들과 결과를 찾아보면 어떤 사람인지 바로 나온다. 헌데 김상환 부장판사는 알고 보니 말도 안되게 정의의 사도였던 판사다.

과거 김상환 부장판사가 내렸던 어마어마한 판결, 선고 들을 보면 지난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했다. 지금 시대에 결코 내리기 쉽지 않은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이 정치에 개입을 지시한 것은 물론, 대선 등의 선거에도 개입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010년 12월에는 시위자 폭행 SK일가 최철원 씨에 구속영장 발부, 
2011년 12월에는 억대 금품 수수 혐의 이명박 처사촌 김재홍 구속영장,
2012년 11월 수백억 부당대출 신삼길 삼화 저축은행 명예회장 보석 취소 등 대기업을 감싸는 사람도 아니고 그 어떤 권력도 무서워하지 않는 강력한 판사다.


주진우, 김어준 무죄 판결, 북 찬양곡 링크자 구속 영장 기각 등 좌편향이란 논란과 비난까지 받은 부장판사다.

게다가 김상환 부장판사의 친형이 국정원 고위간부 출신이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배당받은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해왔고, 친형의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보도된 적도 있다.
당시 이런 말을 했다.
"한 사람의 죄와 벌을 다룬 형사재판은 끝없은 숙고, 고민을 요구한다. 재판부는 알 수 없는 고독을 느끼기도 한다"
 
김 부장판사는 또 논어 위정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공격한다면 이것은 손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며 "나와 다른 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척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攻乎異端 斯害也已·공호이단 사해야이)"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 말이 이번 조현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뿐일거라 나는 믿는다.
 

무조건 원칙에 입각하고 법적인 해석만을 하면서도 또 피해자들에게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 판사였다.

대표적으로 김상환 부장판사는 2012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당시 재심 판결문에서 "부디 이 판결이 피고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우리 사법에 대한 안도로 이어지길 소망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또 김상환 부장판사는 2014년 10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 항소심에서 유족들을 향해 "고귀한 생명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진심으로 슬픔을 이해하고 마음을 다해 애도한다"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사실 조현아 판결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피고인은 2살 쌍둥이 자녀의 엄마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대한한공 부사장 지위에서도 물러났다.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 의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마음에 계속 걸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예에서 본 것처럼 따뜻한 말을 당부하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무튼 지금 갑자기 김상환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판결은 법적인 판결이고 법의 심판은 감정적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이것이 입장을 바꿔서 갑이 피해를 보고 을이 잘못을 했는데 괘씸죄때문에 혹은 사측에서 강제로 서명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원한다고 해서 을의 죄를 더 부풀려서 판결하면 그건 어떤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법이 바뀔 수는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필요는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무장과 여 승무원을 고통에 빠트린 죄로 143일을 2살 쌍둥이와 헤어져 감옥에서 보냈고 앞으로도 조현아의 인생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불명예와 사람들의 시선 등등의 형벌을 봤을 때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해줘도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조현아 비난은 대중의 판단과 몫이며 또 미국 민사재판 등이 남아있고 또한 앞으로 유사한 죄를 지었을 때 가중 처벌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자세히 모르면서 김상환 부장판사를 무조건 비난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

참고로 난 조현아 편도 김상환 부장판사 편도 아니다.
오늘 아침에 쓴 이 글을 보면 나의 마음이 담겨 있다.

2015/05/22 - [뉴스 따라잡기] - 조현아 엄벌탄원 VS 조현아 두돌된 쌍둥이 아들, 항소심 선고 결과는 풍문으로 들었소


물론 대중은 99%가 을이고 갑을 이해하는 이번 판결이 맘에 안들고 속상할 것이다.

난 단지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하여 그동안 소중한 판결들을 내려준 강직한 판사를 무조건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원세훈, 이명박 전 대통령, 최태원 회장도 안무서워하는 사람이 설마 대한항공 무서워서 그랬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