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얘기 하나 해볼까요?
아주 아주 오래전 필름이란걸 만들었습니다.
빛을 이용해
눈에 보이는 것을 담아두려는 인간의 노력...
카메라라는 낯선 기계의 발명...
빛을 담는
그 근본에는 카메라가 있지 않았고 필름이 있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고리타분한 필름 따위는 편의점에서도 사라지고
철지난 유원지의 가겟집에서나 오랜 먼지와 함께
유효기간 지난 필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신봉하는 디지털은 필름을 쫓아가지 못합니다.
DSLR로 드라마를 찍고
6mm 캠코더로 영화를 찍으며
죽인다고 난리치고
심도 얕아서 너무 좋고
작고
간편하고
조명도 덜 들고
혁명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아직 디지털은 필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필름의 관용도, 계조 등의 어려운 말을 안쓰더라도
쉽게....
느낌을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먼 훗날
만약 DSLR이 필름을 앞질렀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느낌이 달라진 것일 뿐...
여전히 우리의 디지털은 아날로그 감성을 따라잡을 수 없을겁니다.
왠지 아세요?
요부분이 재밌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약간의 느낌을 손해보더라도 편한 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영원히 못이기는겁니다.
편하려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점이 안타까운 디지털의 현실입니다.
아바타 같이 멋진 3D 영화를 볼 수 있는 요즘...
그래도
그 허접한...
아저씨들 나와서 합창하는 모습에 눈물 흘리고
바보 형들 나와서 레슬링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졸이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입니다.
우리 후세들이 과연
합창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짜고치는 고스톱인 레슬링을 보면서 긴장할까요?
내가 노래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는 것,
내가 돋보이려 약속을 어기면 화음과 레슬링 기술은 망가진다는 것...
내가 위험한 기술을 담당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고 고생한다는 것...
그 때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함께 해냈다는 공동체 의식에 눈물 흘리는
아날로그 감성은 영원한 것일까요?
오랜만에
아들들 필름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뭐, 그렇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디지털 사진을 보시죠...
어떤가요?
디지털 사진입니다.
여러분 눈에는
벌써
디지털 사진이 더 멋지게 보이지는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