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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 <엄마를 부탁해> 표절 논란, 웹툰 내 남자친구 박미숙 작가도

GeoffKim 2015. 6. 26. 16:21

모든 잣대는 항상 같아야한다. 이 사람한테 들이댈 때 다르고 저 단체에 적용할 때는 또 다르고 이러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법의 잣대가 경우에 따라서 달라지면 사람들은 법을 어느 정도 지켜야하는지 또 어느 정도는 어겨도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에 빠지고 만다.

요즘 핫한 표절 논란에 대해 얘기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든 싫어하는 작가든, 나와 노선이 같든, 취향이 다르든, 정치성향이 같든 상관없이 표절은 무조건 잘못이고 도둑질이라는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간이다보니 이게 상당히 어려운가보다.


웹툰 내 남자친구 작가 박미숙은 공식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서 웹툰 <내 남자친구>의 표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내 남자친구>는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인기 웹툰이다.


 

논란이 된 것은 두장의 컷인데 두장은 중국 작가의 만화와 상당히 유사한데 놀라운 것은 두 컷이 각각 다른 중국 작가가 그린 것이라고 알려졌다.


왼쪽이 박미숙 작가가 그린 내 남자친구의 그림이고 오른쪽이 각각 중국 작가의 그림이다.






웹툰 내 남자친구 작가 박미숙은 블로그 사과문에 "내 남자친구 마감 도중 몇몇 사람들한테 제보를 받게 되었다"며 제보 내용은 "내 남자친구가 중국 작가님의 그림과 많이 비슷하다는 제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작가 표절 논란에 대해 "작품을 준비하던 당시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중국 작가님이 그린 이미지를 보게 되었고, 마음에 드는 연출 컷이 있어 담아두었다가 원고 작업에 참고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박미숙 작가의 말은 표절했다고 직접적인 시인은 아니고 참고만 했다고 밝힌 것이고 참고하는 행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버리고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며 "해당 컷은 새로 그려서 교체, 삭제했다"고 밝혔다.


"혹시나 불쾌감과 불편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중국 작가와 그 작가의 팬들에게도 사과했고 내 남자친구 애독자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사과를 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면 표절 행위를 크든 작든 인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박미숙 작가가 다른 여느 찌질한 작가들처럼 부인하고 회피하고 그러지 않아서 좋다.

물론 돌려 돌려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그게 한 컷이든 참고든 오마주나 패러디가 아니라면 표절 행위다.




중국은 원래 제품 카피나 저작권 개념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헌데 중국 측 작가들은 한국 사람들이 불법으로 자막까지 넣어서 워낙 공유를 심하게 하다보니 비난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독자들은 불법 공유하고 작가들은 표절하고 중국에서 욕할 정도면 우리도 참 심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표절을 대하는 네티즌의 반응이 좀 다르다.


"앞으로 닌자 그릴 때는 나루토 작가한테 허락맡으라고 그러지"라고 작가를 옹호하는 사람부터 "이건 표절도 아니고 트레이싱도 아니다"라고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또 배경도 흔한 장면이고 장르의 유사성에 두컷 정도 비슷하다고 뭘 그러냐는 식의 댓글이 대부분인데 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두컷을 가지고 표절했다는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면 표절은 한 컷만 비슷해도 표절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 한컷을 그리려고 노력한 땀들과 보낸 세월 값을 생각 안한 것이 아닐까?

그게 한컷이든 반컷이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누군가가 오랜 세월 고생하고 야단맞고 실패하면서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을 쉽게 참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두컷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색감, 채도 등 톤앤 매너가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이다.


트레이싱의 뜻은 tracing [|treɪsɪŋ] 투사(透寫)라는 뜻으로 습자지처럼 (습자지를 요즘 사람들이 알려나?) 투명한 종이를 원본의 위에 대고 보면서 대놓고 베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음악 표절로 따지면 아예 원곡을 갖다 놓고 음표를 몇마디에 한번 씩 법적으로 문제 안생기게 살짝씩 바꾸는 것이 트레이싱이고 원본을 보고 그리거나 들었던 음악을 생각하며 작곡하는 것도 모두 표절의 범주에 들어간다.

아래는 나루토 애니메이션인데 이런게 대놓고 그린, 트레이싱 행위다.






 

얼마전 신경숙 작가의 <전설> 표절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소설가 이응준 씨가 신경숙 작가의 단편 '전설'의 내용이 일본의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전설의 표절 논란은 이미 2000년도에 문학평론가 정문순 씨에 의해 한번 제기가 됐던 사실이 있었다.


정 평론가가 지적한 표절 의혹의 내용은 이렇다.

"일제 파시즘기 동료들의 친위쿠데타 모의에 빠진 한 장교가 대의를 위해 자결한다는 '우국'의 내용과 한국전쟁 때 한 사내가 전쟁터에 자원입대해 실종되는 '전설'은 남편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때 남은 아내들의 선택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점에서 주요 모티브부터 유사하다"


하지만 인기 스타 작가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그리고 한국의 대표 출판사와 작업을 하는 신경숙 작가에게 칼을 들이댈 사람은 없었고 그 문제는 세월 속에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소설가 이응준 씨에 의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글에서 이응준 작가는 어느 문인도 나서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일종의 '내부 고발자'라는 단어까지 쓰며 작가들을 비판했다.

창작과 비평사와 신경숙 작가는 표절 의혹에 대해 부인했고 신경숙은 '우국'을 읽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가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SNS와 정보 공유의 시대라서 유사한 구절등이 화제가 되며 네티즌이 움직였고 네티즌이 움직이자 문단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신경숙 작가가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경숙 작가 사과 내용은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면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것인데 참 말 어렵다.

이게 무슨 뜻일까? 사실 한국사회에서 고질적으로 넌덜머리나는 문화가 뭐냐하면 잘못에 대한 인정을 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마치 정치하는 사람처럼 이게 뭔가? 게다가 현재 더욱 화가나는 것은 이제 신경숙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토록 오랜 세월 우리 대중과 함께 한 몇안되는 철학있는 출판사들이 사실 알고보니 그 잘난 출판계에 권력이랍시고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시장도 형편없고 다 죽어가는 출판계에 사실 자존심 빼면 뭐가 남나?

하지만 출판도 그렇고 서예도 그렇고 미술도 음악도... 결국 모두 패거리 문화와 학벌, 인맥, 돈과 연결되어 있는 시궁창 아니던가?

우리 어머니가 서예를 하시는데 돈을 갖다 줘야 등단을 해주고 상을 주겠다는 별 그지같은 얘기를 다 들었다.

이것이 비단 예술계의 문제겠는가? 체육 협회도 매일같이 문제 생기는게 다 이런 문제 아니겠나?

투명하지 못하고 돈에 끌려다니고 권력에 끌려다니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한건 시원하게 잘못했다라고 인정을 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출판계도 누구의 유체이탈 화법처럼 뭘 논의하고 뭘 비판하겠나? 그냥 문 닫아야지.


특히 신경숙 작가의 사과 아닌 사과의 클라이맥스는 이렇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음이 난다.

읽은 기억이 없어도 사과하는 것이 맞다.

정말 표절이 아니라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편이 낫다.

이건 뭔 말이 이렇게 깨끗하지 못한가?


<엄마를 부탁해>가 28개국에 팔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 논란은 전세계 언론에도 상당히 많이 보도됐다.

뉴욕타임즈는 23일 (현지 시각) ‘엄마를 부탁해’의 저자 신경숙이 "긴 침묵 끝에 표절 의혹에 대해 사과했고 논란의 소설 ‘전설’을 그녀의 작품 리스트에서 빼기로 했다”고 보도했고 BBC, 스페인의 엘문도(El Mundo), 일본의 산케이 신문까지 일제히 신경숙 작가의 표절 소식을 전하고 사실상 신경숙 작가가 표절행위를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하는 분위기다.

헌데 이번에는 그 유명한 세계적인 작품 ‘엄마를 부탁해’가 자신의 수필에서 모티브를 따간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수필가 오길순씨가 또 화제다.


오길순 작가의 수필집은 2001년에 출간된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인데 이 수필집에 실린 ‘사모곡’을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의 모티브로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길순 작가는  “‘어머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라고 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첫 문장은 ‘사모곡’의 ‘어머니를 잃은 지 열사흘 째’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사모곡’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 온 가족이 엄마를 찾아나서 수소문한 끝에 극적으로 찾는다는 내용인데 이 수필집은 2001년 출간이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2007년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이 표절 논란도 오길순 작가가 2011년 11월에 이미 신경숙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전설의 표절 논란 덕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작가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논란은 문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으며 문학계에서는 작가가 지켜야 할 기본 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토론 등을 펼치며 공론화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창작과 비평'(창비)은 해당 작품을 출고 정지 조치했다.


표절에 대해서 관대한 사회는 상당히 위험한 사회다.

도둑질이란 것은 반드시 유형의 물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 중에 내가 한 일을 쏙쏙 뽑아 먹고 자기가 생각한 것 처럼 하며 승진을 잘하면 기분이 어떻겠나?

아르바이트생이나 문하생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여 돈과 명예를 얻는 유명인들을 생각해보라.


정신 도둑질은 한 사람의 추억과 인생, 경험을 도둑질하는 것으로 어찌보면 물건 도둑질보다 더 잔인한 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