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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7 중식이밴드 죽어버려라 병맛도 블랙넛도 아니다

cultpd 2015. 9. 19. 13:31

중식이라는 밴드가 있다.

슈퍼스타K7에 도전장을 낸 밴드인데 일명 '촌스락 밴드'라고 자칭 타칭 일컬어지는데 

촌스러운 락이라는 뜻으로 밴드의 리더 중식이는 그야말로 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가사 역시 촌스러움의 극치와 묘한 현실감, 병맛 코드, 심지어 폐륜 가사의 블랙넛과도 비교하는 네티즌, 그리고 언론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닭의 아이큐와 비견되는 리뷰이며 비교이다.

중식이밴드가 가진 가치관은 병맛이나 블랙넛, 심지어 장미여관과도 비교 불허의 무언가가 있다.




우선 피고용인의 설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중식이 밴드의 '죽어버려라' 미방송분 음악을 한번 들어보자.

이 곡을 들어보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슈퍼스타K7 중식이밴드 죽어버려라 동영상 보기





슈퍼스타K7 중식이밴드 죽어버려라 가사 전문


나는 일하는 사람 일을 하면 돈을 주니까
맨날 일하기 싫다 말하면서 일하러 간다
왜냐 월세 때문에 세금 때매 밥값 때문에
이런 의무적인 관계가 내게 책임을 물어

그 분은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게 곱지가 않아
그게 무슨 말이든 나에게는 마음이 아파
별거 아닌 일에도 민감하게 욕을 하니까
상처투성인 나의 맘속엔 이런 주문을 외워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내게 돈을 주는 그대에게 주문을 외워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내게 화를 내는 그대에게 저주를 걸어라

또 표정이 굳어 이유가 없어 어이가 없어
무슨 욕을 먹는 게 내겐 업무의 옵션인가 봐
난 그럴 때마다 속이 쓰려와 가슴이 아파
그 분 내 이름을 부르면 우선 겁부터 나지
조금만 더해 놀아 뭐해 웃는 모습으로
거짓 표정 미소 짓고 한 귀로 흘려
자기 사업 하면 원래 민감하게 구는 거야
두 눈 맑게 표정 밝게 주문을 외워

표정을 밝게 주문을 외워 두 눈을 맑게 주문을 외워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내게 돈을 주는 그대에게 주문을 외워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죽어버려라
내게 화를 내는 그대에게 저주를 걸어라

나는 일하는 사람 일을 하면 돈을 주니까
맨날 일하기 싫다 말하면서 일하러 간다

언뜻 머리가 나쁜 아이들이나 지식과 고민이 없는 어른들은 고용주에게 죽어버리라고 하는 과도한 가사를 보며
블랙넛을 떠올리겠지만 이 가사는 가만히 음미해보면 아픔이 있고 공감이 있다.

이것을 어찌 블랙넛의 여자를 꼬시고 싶거나 찌질함을 노래로 복수하는 가사들과 비교하겠나?
물론 장미여관보다 구성이나 편곡에서 더 치밀하지 못하다고 음악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겠으나 난 그런 의견에도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 싶다.
완벽하고 꽉차는 음악만 완성도 있는 음악이 아니다.
비어있고 허술해보이는 중식이밴드의 음악은 사실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나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매개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결코 함부로 평가절하하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는데
혹시나 중식이 밴드의 '죽어버려라'만 그런 것으로 의심할 수 있으니 한 곡 더 들어보자.

처음 중식이 밴드를 각인시킨 슈퍼스타 K7에서 들은 "아기를 낳고 싶다니"라는 노래다.
이 노래도 우익에서 보면 현실에 적응 못한 찌질한 인생들, 루저들이 떠드는 불만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나
실은 아픔을 아픈대로 널어놓고 그것을 공유하며 공갑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88만원 세대의 웃픈 정서라는 표현으로 소개되는 중식이밴드의 '아기를 낳고 싶다니'




중식이밴드 아기를 낳고 싶다니 가사


아기를 낳고 싶다니 그 무슨 말이 그러니
너 요즘 추세 모르니?
해어지잔 말이 아니야 나 지금 니가 무서워
너 우리 상황 모르니?
난 재주 없고 재수도 없어

집안도 가난하지 머리도 멍청하지
모아 둔 재산도 없지
아기를 낳고 결혼도 하잔 말이지?
학교도 보내잔 말이지?
나는 고졸이고 너는 지방대야

계산을 쫌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어
뭐 애만 없으면 돼 이대로 우리는
계속 사랑하며 살기로 해

맞벌이 부부 되면 집에서 누가 애를 봐
우리는 언제 얼굴 봐?
주말에 만나거나 달말에 만나거나
뭐 다들 그리 살더라
아기를 낳고 나면 그 애가 밥만 먹냐?

계산을 쫌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어
니 개도 못 키우면서 주제에 우리가
무슨 누굴 키우냐
만약 애가 커서 대학을 갈 때 즈음
난 이 세상에 없겠지

그때 나에 보험금 탓을 때
그 돈으로 둘이 먹고 살겠지

나에게 많은 걸 바라지는 마
나도 막 살아 온 걸 후회 한다고
책임지지 못하면 안아 주지마
지금도 내 인생 하나만으로도 벅차

만약에 내 삶에 여유가 있을 때
나의 삶에 여유가 있을 때

우리 둘만의 아기를 낳겠지..




아주 웃기고 재밌는 장미여관 같은 음악으로 들리지만 실은 그 안에 무지무지 슬픈 아픔이 깔려있어서 가슴이 헛헛해지는 노래다.
선전, 선동하는 가사만 사회비판의 노래가 아니다.
이렇게 지금 현실을 그대로 끄집어 내서 펼치는 것도 운동하는 가사다.

대부분 리더 정중식이 작사 작곡을 하는데 중식이 밴드의 멤버로는 박진용, 장벙근, 김민호가 있다.
보컬 정중식은 중식이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그 이름도 괴상한 '텅빈 브라자'와 '전파나무'라는 밴드에서 활동을 했었다.

2014년 2월 10일 중식이 밴드는 '아기를 낳고 싶다니'와 '여기 사람 있어요'를 발표했고 이후 '야동을 보다가', '선데이 서울', '뚱뚱이 작곡가', '좀 더 서쪽으로'를 발매했고 최근 7월 30일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이 '죽어버려라'이다.


사진= 중식이 블로그 


중식이 밴드는 지난 2014년  '제4회 오월 창작 가요제'에서 은상, '제1회 인디뮤지션협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제 다음으로 중식이 밴드의 '여기 사람 있어요'를 들어보자.


잘 들으면 사랑과 평화와 산울림 같은 우리의 전통 락을 닮아있고 히피의 정신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악플 달릴지 모르겠지만 

정중식의 노래 실력은 결코 재미있는 서커스 막간 공연의 소리가 아니다.

외모와 묘한 가사때문에 오해받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혁오밴드와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성 있어 보인다.

욕 먹겠지? ㅜㅜ

아무튼 노래 실력을 귀기울여 들어보라!



[5회]"미친존재감" 중식이-'여기 사람 있어요'/스티비워너-'총 맞은 것처럼+뱅뱅뱅'


밴드 중식이 '여기 사람이 있어요' 가사




여기 사람이 있어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에

그 아래 난 살아 있죠 부서져 좁은 텅 빈 공간에

날 살려 줘요 제발 살려 줘요 제발 이 어둠이 싫어요

날 꺼내 줘요 제발 꺼내 줘요 제발 난 숨이 막혀요


이미 늦었다 말하지 마요 나는 아직 숨을 쉬어요

가망 없다고 하지 마요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


아래 숨쉬고 있죠 이 미어 터진 좁은 공간에

나는 아직 살아 있죠 이 빌어먹을 텅 빈 공간에


이미 늦었다 말하지 마요 나는 아직 숨을 쉬어요

가망 없다고 하지 마요 내 심장 아직 뛰고 있죠


내가 죽었다 말하지 마요 나는 아직 숨을 쉬어요 

내가 식었다 하지 마요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 아래


이미 늦었다 말하지 마요 나는 아직 숨을 쉬어요

가망 없다고 하지 마요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


아래 난 살아 있죠 숨쉬고 있죠 이 미어 터진 좁은 공간에

나는 아직 살아 있죠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


당신의 언더 그라운드에서 노래하던 중식이 밴드.

그들을 대충 흘려보지 말고 감상해보라.

흠뻑 빠질 수 있는 현 시대의 코드와 공감의 숨결이 가득한 럭셔리한 밴드로 보일 것이다.


중식이 블로그 메인 화면 소개글은 이렇게 되어 있다.


인생에선 신동이란 없다. 인생에선 천재도 없다. 삶은 그런 것 이다. 처음부터 삶을 잘 살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살아온 삶을 한번 더 사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