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라는 드라마가 있다.
배유미 작가의 작품인데 배유미 작가가 이렇게 시청률 안나오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애인있어요 시청률은 고작 7%대 정도를 오락가락한다.
배유미 작가는 이전에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그 이전에는 '반짝 반짝 빛나는'을 썼던 작가다.
일단 애인있어요가 시작하고나서 이게 총 몇부작인지 처음에 찾아봤을 때 분명 50부작이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총 몇부작이 빠져있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애인있어요 조기종영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 총 50부작 애인있어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38부작으로 줄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요즘 부쩍 흐름이 빨라지고 더욱 재밌어지고 있다.
애인있어요가 이렇게 폭망한 이유는 애인있어요가 재미없다기보다는
내딸, 금사월이 역대급 시청률로 20%를 넘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게 맞겠다.
애인있어요가 잘 짜여진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완전 막장 드라마라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보니 뻔한 내딸, 금사월의 통속과 막장에 붙어서 이길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예 막장으로 갔으면 모르겠으나 애인있어요는 나름 잘 짜여진 구성이 있고 다양한 시도가 들어있다.
게다가 가끔 등장하는 훌륭한 대사는 작가가 쓰는 드라마임을 입증하고 있다.
애인있어요의 시청률 폭망원인을 보면
처음 애인있어요의 시작에서 시청자가 조강지처 도해강 편을 들어야할지
아니면 순수한 사랑을 하는 최진언, 설리 커플을 응원해야할지
마땅히 흑과 백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폭망의 원인이자 이 드라마가 고급스러워지는 원동력이 된다.
내딸, 금사월은 착한 놈, 나쁜 놈이 분명하다.
풀고 싶은 답답함과 알지만 확인하고 싶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하다.
하지만 애인있어요의 김현주 역할은 실로 복잡하다.
진실한 사랑을 위해 최진언을 붙잡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좋은 변호사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억상실로 김현주는 변한다.
최진언 지진희 역시 세상에서 가장 못마땅한 이상한 녀석으로 등장했다가
또 미친 녀석처럼 조강지처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구성에 독고용기라는 김현주 1인 2역의 쌍둥이 동생까지 등장하여
의료기업의 미스터리까지 가미된다.
답은 뻔하다.
이런 구성으로 내딸, 금사월을 이길 수는 없다.
심지어 갑자기 조기종영설이 나오면서 설리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최진언과 도해강에게만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그 우스꽝스럽고 이상하던 애인있어요 극본의 진심이 묘하게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하며
공감이 시작되고 있다.
사실 50편까지 가면 결코 나쁘지 않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인데 조기종영한다면
너무 많이 늘어놓은 것을 정리하다 끝날 것으로 보여 아쉬운 점이 있다.
내가 애인있어요에서 느끼는 재미는 첫째
김현주의 연기가 정말 맘에 든다.
이건 1인 2역이 아니라 4역, 5역 정도를 소화해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단지 연변 사투리와 표준어, 헤어스타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말투와 표정에서 완벽하게 구분되어지는 훌륭한 연기를 김현주가 해내고 있다.
예전 김현주가 빵 떴을 때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생생 우동면인가 광고를 찍으며
그 순수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김현주 나이가 1977년생, 내년이면 마흔 40이다.
헐!!! 요즘 김현주 얼굴보면 믿을 수가 없다.
1996년 김현철의 뮤직비디오 '일생을'로 데뷔했다.
1977년 4월 24일생.
김현주가 19살때 찍은 뮤직비디오
어린 김현주를 만나보자.
김현철이 이렇게 말과 같이 젊었을 때...
도저히 발레리나라고 믿을 수 없는 몸짓으로 ㅋㅋㅋㅋㅋ
빵 터짐^^
처음엔 김현주가 아닌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맞다. 김현주다.
그리고 김현주는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그 옛날 슬럼프가 있었다.
드라마 활동이 없었을 때 한번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섭외건으로 전화를 했을 때 드라마가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매니저도 아니고 직접 전화를 받아서 고민하던 느낌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당시 짠한 느낌은 정극을 계속 고집해야할지 예능이나 교양도 출연해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였을 것 같다.
하지만 김현주는 아주 착하게 매너있게 결국 섭외를 거절했다.
연기를 놓치 못한 것이다.
그리고 여배우들은 나이 들면 도태된다는 법칙에 따라 김현주도 점점 잊혀져갔다.
남자들은 지진희처럼 늙어도 연기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나 여배우는 나이가 들면
신인들에게 밀리기 마련인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김현주는 이러한 법칙을 완전히 깨뜨렸다.
왜 여배우는 아이돌만 쓰고 어린 아이들만 써야하는지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깼다.
김현주는 아직도 예뻤고 게다가 독고용기 같은 역할도 가능하고
또 착했다가 차가웠다가 악했다가 불쌍했다가 변화무쌍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애인있어요의 지진희가 다소 이상해보였지만 이제 이해가는 것은
김현주의 연기력이 커버해준다.
애인있어요는 단순한 불륜,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의약회사의 음모를 파헤치는 것도 아니다.
애인있어요는 인간의 본질, 정체성, 기억에 관한 주제를 건드리는 드라마다.
김현주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 본질이 무엇때문에 변형되는지, 그리고 그 변형된 모습은 김현주인지
이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게도 중요한 역할을 김현주에게 맡긴 것은 아마 배유미 작가의 믿음이었을 것이다.
배유미와 김현주가 함께 만든 '반짝 반짝 빛나는'이란 드라마는
조기종영이 아니라 연장방송을 했던 드라마다.
아마 이 드라마에서 배유미와 김현주의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예쁜 김현주, 배우 김현주를 다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김현주를 보면서 한국에도 참 좋은 배우가 많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여배우는 무조건 어려야한다는 제작진들의 편견만 없애면 시청자는 훨씬 더 풍성한 드라마를 만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이렇게도 놀라운 활약을 하는 김현주가 시청률 7%라는 이유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는 의견들이 있다.
연말 연기대상 후보에도 없다는 말에 발끈한 팬부터
김현주 연기대상 응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나또한 김현주의 폭풍연기가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응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