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좋아졌다.
화투 그림이 지상파 방송에 가득한 것이 참 묘하다.
물론 화투는 국민 대부분이 해본 적 있는 게임이며 온가족이 명절날 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이 얘기가 내가 몇년 전 방송심의위원회에 끌려가서 했던 변명이다.
과거 조형기, 이혁재와 연예인들을 데리고 화투 예능 프로그램을 했었다.
컴퓨터로 맞고 등 화투 게임도 모두들 하고 있고 도박이 아니라 놀이로 하면 윷놀이나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이었는데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정말 많이 혼났고 결국 프로그램 폐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년 후 SBS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부작 < 꽃놀이패 >를 보게 된다.
처음 꽃놀이패 뜻이 뭔가 예상할 때는 바둑의 꽃놀이패에서 나온 네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바둑에서 꽃놀이패라는 뜻은
바둑에 패라는 것이 있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1번 자리에 흑이 놓아서 사방이 막히니 집처럼 보이지만
1번 옆자리에 백이 놓으면 1번 흑돌을 따게 되고 백집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를 패라고 하는데 상대방이 두고 나서 바로 따먹으면 영원히 둘이서 따먹기만 하고 있게 되니
바둑 룰에는 다른 곳에 한번 두고 나서야 저 자리에 둘 수 있는 패라는 룰을 만들었다.
그런데 패 중에서도 위의 경우는 백이 1번 돌을 못먹으면 백집이 무너져서 완전히 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흑의 경우는 패싸움에서 지더라도 큰 피해가 없다.
이럴 경우 흑의 입장에서 이 패를 꽃놀이패라고 한다.
하지만 방송 시작하자마자 자막에 화투장이 보인다.
화투에서 꽃놀이패는 아주 좋은 패가 많이 들어온 경우를 말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정규편성 전에 방송을 1, 2회 테스트로 해보고 시청자 반응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과감하게 화투장을 방송에 등장시켰다.
이 경우의 효과는 방송 자체가 굉장히 과격하고 새롭게 보이며 타부시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줄타기해보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또 꽃놀이패의 뜻은 좋은 패가 많이 들어온 느낌도 있겠지만 패를 지어 꽃놀이를 떠난다는 여행 콘셉트가 중의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또 꽃보다 청춘이라는 최고 인기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나온 꽃패의 뜻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병재랑 서장훈, 조세호가 나오니 꽃패라고 보기에는 좀 ^^
물론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있고 닥터스에서 신경외과 1년차 레지던트 최강수 역을 하고 있는 김민석이 있지만.
아무튼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후보 꽃놀이패.
화투 CG는 아무 의미도 없고 필요도 없다면 굳이 지상파에서 위험을 감수해가며 노출시킬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김민석, 방탄소년단 정국, 안정환, 서장훈, 조세호, 유병재
옛날같으면 약한 예능 라인업이지만 사실 현재 가장 핫한 코드이고
케미만 폭발하면 가능성이 있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 조합이 단 2회만에 대박 가능성을 보이기에는 그리 쉽지 않아보인다.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경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포맷의 변경을 거쳐 지금의 포맷이 등장했으며
또 각자의 명확한 캐릭터가 생겼고 서로 캐릭터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하고 있다.
또 핫한 예능 프로그램 언니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어떤가?
마찬가지로 시너지가 나오기까지 꽤 오래걸렸고 이제 걸그룹 미션으로 대세 예능에 진입했다.
2회만에 이러한 화학작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꽃놀이패 1회 시청률은 3%를 기록, 아는 형님 3%대와 같지만 SBS와 JTBC 시청률이 같다는 것은 참패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원래 꽃놀이패 시간대에 방송되던 웃찾사보다도 시청률이 안나왔다.
웃찾사가 아무리 한물갔다, 식상하다해도 3%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해주는 고정팬들이 있는 것 같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청률은 이날 6.6%를 기록하며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혼자산다는 장우혁 황치열의 출연에도 언니들의 슬램덩크에게 참패, 5.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