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이별에 관한 저의 나쁜 처신, 빨리불어님 힘내세요

GeoffKim 2010. 11. 6. 11:52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정말 그렇더군요...
사물과의 관계가 아닌 이상, 사람의 관계에서는 무조건 이별이 따라오더군요.

태어나서 처음 사랑이란걸 했었을 때...

그 때가 아마 군대를 갔다와서 복학하기 전 짧은 겨울이었을겁니다.

군대가기전 학교에 노래패를 만들어 놓고
끌려가듯 군대를 갔다왔는데
학교 앞 까페에서 우연히 노래패 후배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 보는 후배들과 인사를 시키며
제가 만든 노래패 회원들이라고 합니다.

참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예쁜 후배들 안에 저의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강한 아이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보다 더 사랑한 타인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만나면 즐겁고 행복한 사이가 아니라
불명확한 저의 미래와 고뇌들을 보듬어주는 그런 관계였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던 저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주었고
방송 피디가 되고 싶다는 저에게 학원을 소개해주고 데려다주고
지하철에 놓고 내린 노트를 찾아다주고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소개해주고
꽃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지하철을 타면 그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술집에 가면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운명의 마지막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와 헤어진 후...
저는 못마시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방송피디가 된 후 SBS에서 술을 가장 잘 마시는 3위안에 들었습니다
주사로는 아마 1, 2위 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독한 선배가 한명 있거든요 ㅎㅎㅎ
신모 피디입니다^^

알콜 중독에 걸레같은 인생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모든 것이 파탄나고 두 아들만 남았습니다.
근데 요즘 상당히 행복합니다.
아들들이 많이 커서 친구 같습니다.
정신연령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잘나가던 방송국 피디도 때려치고
전망 밝던 SK계열사도 사표던지고 나와서
현재는 술을 끊고 자그마한 예쁜 회사에서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회사를 만들면서 액자에 글을 하나 썼습니다.

"행복하게 살자"

아직도 울 회사 입구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시는 행복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청춘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불행...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어떤 위로로도 위로되지 않는
묘한 아픔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나니
행복이 보였습니다.

이고 지고 가는 불행의 짐들이 너무 무거워서
내동댕이 치고 나니
이제 행복이 보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통장잔고 3백만원에 카메라 몇개, 목욕탕 딸린 전셋방 한칸...
그리고 카메라 몇개와 렌즈들... ㅎㅎㅎ


20년 가까이 살아온 저의 성적표는 남들이 보기에
자살해야할만큼 낙제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의 성적표는 행복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얘기합니다.
행복은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제가 꾸미고 있는 멋진 일과 사랑하는 두 아들이 있으니
희망으로만 가득찹니다.


과거에 연연해서 술로 살았던 인생이 불행했지만 값진 교훈을 준 1부였다면
이제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문세의 노래 중에 아주 맘에 드는 제목이 있습니다.

끝의 시작...

끝은 단지 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죽기 전까지 끝은 없습니다.
끝은 곧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는거죠.


이렇게 부끄러운 저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은
한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제 블로그 오른쪽 메뉴에 보시면 빠리불어불어라는 사이트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친구, 빠리불어님의 남편분이 위독하시답니다.

올해 1월에 위암판정을 받으셨는데 하늘나라로 보내시러 가셨답니다.

제 글에도 항상 명랑한 말투로 댓글을 달아주시던 빠리불어님이
그토록 아픈 사연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얼굴도 한번 못본 사이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그것도 먼 이국땅 빠리에서 얼마나 외로우실지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저의 아팠지만 의미있던 시즌1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남편분께는 기적이 생기기를 기도하고
빠리불어님께는 이별하더라도 용기있게 시즌2를 준비하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끝은 끝이 아닙니다.
희망 잃지 마시고 늘 그랬듯 밝은 댓글 달리는 그 날을 기원해봅니다.



아울러 블로그 대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빠리 불어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