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이끄는 팬 엔터테인먼트의 박경수 작가 작품이다.
첫 회 시작 전부터 박경수 마니아들은 가슴 뛰며 박경수 사단의 작품을 기다렸다.
믿고 보는 이보영 팬들과 매력적인 이상윤의 신작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함께다.
세속적으로 우선 1회, 2회 시청률로 접근해보면 아주 재미있는 결과다.
1회에서는 귓속말이 13.9%,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13.8% (닐슨코리아 조사) 기록, 0.1% 포인트 차이로 귓속말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사실 귓속말 전작인 피고인이 26.6%로 끝을 냈으니 13.9%는 그리 대단한 시청률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흐름인데 2회에서 예상대로 피고인 고정 시청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귓속말 시청률이 빠지고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동시간대 1위를 했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 현재 역적:백성을 훔친 도전도 만만치 않은 전개를 보여주고 사극의 힘과 내용적인 면에서도 클라이맥스로 길동의 형과 여동생 어리니까지 만날 상황으로 치닫고 초능력 힘을 지닌 적이 등장했다.
그러니 그동안 피고인 때문에 본방사수를 못하고 다시보기로 보던 시청자들이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2회는 다시 미세한 격차로 귓속말을 제치고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시청률 1위로 올라선다.
2회 귓속말 시청률은 13.4%이고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18회는 13.9%로 0.5%포인트로 역적이 역전한 것이다.
지금 순위는 거의 차이가 없는 오차범위라서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의 싸움이 더 중요한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박경수 작가의 특징이다.
박경수 작가는 1998년 MBC 베스트극장 '설사약 권하는 사회'로 등단한다. 단편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목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정도로 데뷔작은 큰 성공를 거뒀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로 있던 교양작가 송지나가 드라마를 쓰면서 송지나 사단으로 들어가 드라마를 쓴다.
처음 송지나 작가와 함께 한 작품이 SBS 카이스트였다.
이후 2006년에 MBC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 메인작가로 등단하는데 이 드라마가 또 문제가 많았다.
원래 12부작으로 기획된 내인생의 스페셜이 이전 드라마 '늑대'가 갑자기 조기종영 되는 바람에 사전제작된 12부작이 압축 편집되어 8부작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로 업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 작가로 우뚝 선다.
송지나 보조작가 출신에서 송지나의 태왕사신기에서는 공동 작가로 집필한다.
그러다보니 송지나 작가의 영향으로 박경수 작가의 스타일이 모두 드라마화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내 인생의 스페셜을 보더라도 박경수 작가의 원래 스타일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내 인생의 스페셜 내용을 살펴보면 지하철 화재 사고를 배경으로 했고 지하철 사고에서 아내를 잃은 주인공은 수많은 피해 유가족들과 함께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데 그 상황에서 정말 나쁜 놈은 소매치기, 절도범이 아니라 이 사회와 높은 분들이란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박경수 작가는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들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처음 지하철 화재 사고를 모티브로 했던 것처럼 박경수 작가는 현실을 모티브로 한다.
그리고 늘 억울한 우리의 이웃들을 대변하고 권력과 맞서는 소시민을 그린다.
박경수 작가의 이러한 의지가 대중에게 큰 공감을 끌었던 드라마가 바로 SBS《추적자 THE CHASER》(2012)였다.
추적자 역시 참 공교롭게도 SBS 드라마 패션왕 후속으로 원래 드라마의 제왕을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제작사의 사정으로 첫방송이 연기되면서 갑작스럽게 편성한 드라마다.
보통 드라마 작가에게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일이 두 번이나 연거푸 일어난 것이다.
열심히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잘되는 것은 아닌 것이며 될 것은 된다는 운명과 그동안 박경수 작가가 준비했던 세월이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제목은 '아버지의 전쟁'이었고 추적자로 이름을 바꿔 방송했고 빠른 전개와 탄탄한 글빨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왔던 말이 "드라마는 재밌는데 시청률이 안나온다"는 것이었다.
시청자의 호응만 보면 거의 20% 넘는 초대박 시청률이 나와야 하는데 추적자 첫회 시청률은 9.3%로 저조한 출발을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이 등장했다.
"시청률을 올려주고 싶은 드라마가 나왔다"
이후 추적자는 장안의 화제가 되며 시청률 20% 넘기고 대박 드라마가 되면서 박경수 작가의 이름에 흥행 작가가 붙었다.
이후 2013년 1년 만에 추적자 팀이 다시 뭉쳤다며 황금의 제국이 방송됐다.
손현주가 또 캐스팅됐지만 이번에는 정 반대로 악역을 맡았다.
고수와 이요원의 연기가 일품이었고 박근형 선생의 연기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박경수 작가는 황금의 제국에서 대기업의 잔인한 내막을 현실적으로 전하며 이번에도 가난한 노동자인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한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황금의 제국 역시 똑같이 숨막히게 재밌다는 호평이 계속되지만 시청률 8.5%로 출발하여 11% 정도로 끝난다.
당시에도 황금의 제국 재밌는데 시청률이 낮다라는 말들이 똑같이 나왔다.
왜 추적자보다 시청률이 안나오냐는 이상하다는 반응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추적자는 아버지의 억울함과 복수라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황금의 제국은 여기서 더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재벌들의 은밀한 사회를 디테일하게 그렸고 현실적인 디테일은 시청률에 도움이 안됐다.
게다가 고수와 이요원의 관계는 대중에게 낯선 장면이고 클리셰가 없이 미묘한 관계이기때문에 흑백이 명확해야 좋아하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박경수 작가가 감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후 더 적극적으로 현실 세계를 고발하기 시작하는 박경수 작가.
웰메이드 드라마 펀치가 시작됐다.
설마 또 박경수 징크스로 첫 방송 시청률이 안좋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펀치 첫회 시청률은 6.3%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14.8% 시청률로 두배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초대박은 아니고 그냥 시청률 괜찮았던 드라마가 됐다.
이유가 뭘까?
드라마 펀치에서 박경수 작가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김래원의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이태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검찰청 총장의 조재현을 등장시킨다.
김아중은 김래원 부인으로 검사역을 맡겼다.
그야말로 안방극장에서 온가족이, 특히 엄마들이 보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배경이고 우리 이웃들의 삶을 보는 공감이 매우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이 역시 똑같이 시청자는 열광하고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공통점이 있다.
이제 월화드라마 귓속말이 등장하고 박경수 법칙은 또 적용되어 시청률 13%대로 시작했다.
전작 피고인의 대단한 시청률을 받아 시작한 것 치고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박경수 드라마 중 최고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대로 라면 24% 정도까지 올라가 추적자 정도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도 역시 박경수 법칙으로 끝날 때 두배 시청률 정도를 기록하는 것.
귓속말 역시 박경수 답게 숨막히게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한 회만 놓쳐도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드라마다.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귓속말은 다시 보기로 보지 않고 본방 사수를 해줘야 하는 드라마다.
그래야 우리는 이런 현실적인 소재, 주제의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귓속말의 느낌이 매우 좋은 것은 특검, 대통령 탄핵, 검사와 변호사에 대해 우리 국민이 많은 것을 보아왔고 박근혜, 우병우, 김기춘을 통해 귓속말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치, 사법기관에 대한 지식과 공감대가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귓속말을 통해 홍준표, 김진태 의원 처럼 검사 출신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불륜 드라마도 좋고 가슴 떨리는 로맨틱 코미디도 좋지만 일단 본방 사수는 귓속말처럼 제작하기 힘든 소재의 드라마를 봐주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하고 싶다.
불륜과 로맨틱 코미디는 우리가 봐주지 않아도 꾸준히 제작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박경수 작가의 점점 더 깊숙히 치고 들어가는 집필 활동에 대해 찬사와 감사함을 전한다.